2만보 3시간 걷기로 건강 목표를 잡았다. 인생의 목적지로 가는 길도 비슷하지 않을까. 그 여정은 많은 것을 알려줬다. 3시간 길이면 꽤 길다. 거리로만 치면 14km 남짓, 도시철도로 13-14구간 50여분, 버스로는 1시간이 조금 더 걸린다. 광역도시의 도심 구역 한쪽 끝에서 다른 끝까지 이른다. 이 길을 열심히 왕래한 덕분에 건강이 좋아졌다. 대사증후군으로 당뇨병 직전까지 갔다가 나았다. 식후 400을 넘던 혈당이 공복 시 정상 수치인 100 가까이 떨어졌다. 불과 2달 남짓한 기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몸무게도 15kg이 빠졌고, 뱃살도 12cm나 줄었다. 긴 겨울이 끝나고 다시 2만보 걷기를 시작했다. 살이 너무 빠져 오히려 걱정했는데 다시 찔 조짐(?)이 보여서다.
길의 정신을 따라 걸으며 삶의 목표를 생각한다. 어쩌면 이 길은 인생과도 닮았다. 어떻게 효과적으로 장거리 오래 걷기를 실천할 수 있을까. 긴 길을 걷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이것은 다른 장기목표 설정에 어떻게 참고가 될까. 특히 요즘 같은 혼돈의 시대, 방황을 줄이고 목표를 향해 '직진' 할 방법은 무엇일까. 그것은 맞춤 경로설정, 장애물 회피기동, 과정 의미화 3가지에서 찾았다.
맞춤 경로설정이란 '자기 목표'를 세우고, '코스 선택의 기술'을 발휘하는 것이다. 그래야 소기의 목적을 잘 이룰 수 있다. 그것은 건강이 될 수도, 다른 무엇이 될 수도 있다. 긴 길, 장기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먼저 계획이 필요하다. 짧은 길은 어지간하면 그냥 걸으면 된다. 6천보 정도는 일상생활 걷기만 실천해도 된다. 집에서 지하철역까지 걸어 다니고, 열심히 일하고, 20-30분 짬을 내서 걷는 걷는 것만으로 족하다. 흔히 하는 1만보 걷기도 비교적 무난하다. 조금 긴 산책로를 왕복하든지, 집에서 떨어진 이웃 동네 도서관을 걸어갔다 오면 된다. 하지만 2만 보를 채우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조사가 필요하다. 14km 정도 되면 걸어 다니기에는 조금 낯선 거리기 때문이다. 특히 이 거리를 헤매지 않고, 이어서 걸으려면 사전 설계(?)가 필요하다. (이어걷기 덕분에 단기에 폭발적인 다이어트 효과를 봤다.) 거리 측정도 필요하지만, 코스를 잘 짜야한다. 요즘은 인터넷 지도 서비스가 잘 되어 있다. 출발지와 목적지만 입력하면 거리와 가는 시간, 경유지 등도 가늠해볼 수 있다. 여기서 자신에게 맞는 길을 선택하면 된다. 산책로가 될 수도 있고, 등산로, 일반 도로 등을 낄 수도 있다. 강한 칼로리 소모, 운동 효과를 보려면 경사도가 있는 오르막 코스를 넣는 것도 좋다. 무릎 등 약한 부분이 걱정된다면 평지가 무난하다. 걷기 좋은 최적의 길은 어떤 곳일까. 우선은 강이나 바다, 수목 등 자연을 벗 삼아 걸을 수 있는 길이다. 공원 안이나 한적하고 안전한 길도 좋다. 그렇지만, 너무 그런 길만 찾아 돌아가면 시간이 많이 걸린다. 최단 거리는 대개 기존 대중교통이 지나는 길이다. 하지만 이 경우 단조롭고 위험할 수 있다. 큰 도로 위주 보행으로 자칫 피곤해지기 쉽다. 이 중 어떤 길이 자신에게 맞는지, 걸으며 그 정도를 가늠해보자. 꾸준히 긴 길을 걸으려면 어떻게 할까. 그 방법이 일상 친화적이어야 한다. 집과 일터, 도서관 왕복 등 일상과 취향을 살린 목적지 설정 덕분에 힘든 오래 걷기를 생활화할 수 있었다. 인생의 목표도 마찬가지다. 자신의 가치관 적성, 필요에 맞고 자연스럽고 당연히 반복하는 일상과 연결시켜야 지속하기 좋다.
회피기동이란 장애물을 만났을 때 즉각적인 반응이다. 자동 대처 방법이다. 사전에 방해 요소를 줄이고, 그것의 효과적인 활용방안을 마련해 두는 것이다. 길로 치면 이동 거리가 짧고 건널목 등 막힘없는 경로를 미리 설정할 수 있다. 인터넷 길찾기로 건널목 경유 횟수 확인이 가능하다. 어쩔 수 없이 신호등에 막힐 때는 어떻게 할까. 이때는 다음 신호등 점등 간격 등을 확인해 두는 것도 방법이다. 그럼 다음번에는 뛰거나 해서 지체 없이 통과 수 있기 때문이다. 아니라면, 막힐 때 인근 화장실을 이용하거나 물을 마시는 등 다른 필수 행동을 하면 된다. 그럼 목적지로 가는 총 소요시간과 부정적인 영향을 줄일 수 있다. 왜 이렇게 하냐고? 조금이나마 빨리, 수월하게 멀리 있는 목적지에 도착하기 위해서다. 약간의 기록 게임 같은 것이다. 목표 관리다. 이렇게 하면 장애물도 기꺼이 즐길 수 있다. 목표에 흥미를 더하고 관찰력을 높일 수 있다. 지치지 않고 꾸준히 하기 위한 힘을 아낄 수 있다. 실제 2만보 걷기를 처음 하다 보면 쉽게 피곤함을 느끼기도 한다. 8-9천보 가면 다리가 조금 아프다. 13-14천보 구간에서 약간 오르막 구간이라도 나오면 온몸이 묵직하다. 17-18천보 목적지 도착 직전에는 여기저기 쑤시고 다리 힘이 살짝 풀릴 것 같을 때도 있다. 물론, 개인적인 현상이고 각자 운동량에 따라 다르다. 하지만 오래 걸으려면 장애물에서 받는 육체와 심리적 저항을 최대한 줄여야 한다. 긴 길에서는 장애물이 유독 많다. 그 특징이 복합 구간이기 때문이다. 이런 길은 산책로 등 한 가지 성격의 단일 구간 구성이 어렵다. 특히 그것이 도심 지역인 경우, 필히 장애물을 만나게 된다. 인생도 그렇다. 크고 시간이 걸리는 목표를 세우면 어떤가. 이런저런 장애물을 만난다. 지치고 포기하고 싶을 때가 많다. 이럴수록 생각해야 한다. "장애물도 목표의 일부다." 단, 긴 슬럼프에 빠져 목표를 잃지 않기 위해서는 약간의 기술이 필요하다. 습관의 회피기동을 마련해 두는 것이다. "~하면 ~한다" 등의 조건 반사가 대표적인 예다. "아무것도 하기 싫을 때면 집 밖으로 나가 걷는다" 등 장애물에 대처할 행동지침을 미리 세워두는 것이다. 그 밖에도 장애물을 줄이는 방법이 있다. 긴 지하도를 활용하는 것이다. 좀 밋밋할 수 있어도 이미 뚫린 길로 가면 된다. 패스트 트랙이다. 인생으로 치면 과거 성공 방식을 답습하거나, 이미 성공한 사람 모방하기, 잘 되는 일에 얹혀가기 등이다. 또 이면 도로 활용도 좋다. 남들이 안 가는 길, 사람이 뜸한 길을 찾는 것이다. 그럼 번잡한 대로변보다 경쟁을 줄이고, 여유롭고 빠르게 자신만의 속도를 내기 좋다.
과정 의미화는 길 걷는 것 자체를 즐기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긴 길을 감당하기 어렵다. 오래 지속할 수 없다. 과정 자체가 목표가 되면 최종 목표는 자동으로 이뤄진다. 길을 걷는 자에게 의심 따위는 없다. 계속 걷다 보면 당연히 목적지에 이른다. 어디로 갈지만 미리 정하면 된다. 비록 피곤할망정 한발 한발 떼다 보면 어느새 계획한 바를 이루는 것이다. 이것이 상식이고, 물리적인 이치다. 주어진 보폭, 자신의 페이스대로 그냥 매 순간 걷기만 하면 된다. 지금 걷는 걸음이 힘들고 지칠 때면 생각해보자. "이 과정이 목적지와 어떻게 연계되어 있는지." 이런 인식을 강화할수록 더 힘을 낼 수 있다. 걷는 중에 의미를 찾는 또 하나의 방법은 내면의 소리 듣기다. 걸으며 조용히 자신을 돌아볼 수 있다. 이것은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받아들이는 것에서 시작한다. 자신의 호흡과 발을 차고 구르며 손을 흔드는 동작 하나하나를 느껴보는 것이다. 힘을 빼고 걷다 보면 이런저런 생각들이 스치는 길처럼 휙휙 지나간다. 그것에 잠잠히 귀 기울여 보자. 그럼 자신의 진짜 모습을 만날 수 있다. 감정의 상태부터 근심의 뿌리, 간절한 소원까지 속속들이 알 수 있다. 의도적으로 자신에게 생각거리를 던져줄 수도 있다. 해결하고 싶은 과제를 떠올린 뒤 걷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그 답을 찾기도 한다. 또 걷기 자체에 몰입하는 방법도 있다. 숨이 약간 차오를 정도로 조금만 더 속도를 올려보자. 그럼 금세 무아지경에 빠진다. 자신을 둘러싼 모든 무거운 것들을 쉽사리 떨쳐버릴 수 있다. 걷기의 즐거움은 뭐니 뭐니 해도 주변 풍경 즐기기다. 요즘 산책로가 얼마나 잘 되어 있는가. 도심 속 강변과 자연을 따라 걸으면 금세 마음이 상쾌해진다. 졸졸 거리는 물소리와 하얀 포말, 지저귀는 새소리, 철 따라 바뀌는 노랗고 빨간 꽃들의 향연은 그야말로 지금 이 순간을 축제로 만든다. 이렇게 걷다 보면 이미 길 위에서 풍성해진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세운 목표를 잘 이루려면 중간 관리도 필요하다. 하나의 팁으로 처음 가는 주요 구간마다 사진을 찍어보자. 그럼 기록을 분석하고 특정 지점까지 시간이 얼마나 걸렸는지 추후 복기할 수 있다. 평균 속도가 향상됐는지, 이전보다 피로도가 더하거나 줄었는지 등을 비교해 걷는 상태를 정교하게 다듬을 수 있다. 코스의 난이도를 가늠해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