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좀 지났지만 어김없이 한 해 계획을 세운다. 그중에서도 1인기업 목표는 가장 중요하다 할 수 있다. 퇴사 후 직업 방향을 그쪽으로 잡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러 일 중에 가장 진척이 더딘 분야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또 계획을 세운다. 달라진 것이라면 이제 종이에 거창하게 적지 않는다. 복잡하면 잘 안 봐지기 때문이다. 회사에서 하던 것처럼 이제 누구한테 보여줄 일도 없다. 매년 적어도 별소용없는 것 같아 힘도 좀 아끼자 싶다. 또 여러 번 작성하다 보니 이미 비슷한 내용이 마음판에 새겨져 있다. 더 중요한 건 계획에 따라 하루하루 사는 것이다.
기업이 한 해를 시작하며 공들이는 게 계획이고, 개인도 기업이 되고 싶다면 약간의 계획이 필요하다. 기업의 정의에 있어 '조직력'은 빼놓을 수 없기 때문이다. 돈을 벌기 위해 재화와 용역을 생산, 판매하는 조직 단위가 바로 기업인 것이다. 한 명의 개인이 기업이 되려면 이렇듯 어느 정도 체계를 갖추어야 한다. 프리랜서, 아르바이트를 해도 같은 돈을 벌지만, 1인기업은 자신이 추구하는 삶을 더욱 주체적으로 사업 목표에 반영한다. 수입부터 그것을 이룰 방법과 세부적인 자원까지 스스로 기획하고 조달, 실현할 수 있어야 한다.
새로운 연간 계획은 단순한 네 개의 단어로 시작한다. 1인기업, 러시아, 게스트하우스, 경매 등 주요 사업분야 포트폴리오다. 아래 예시처럼, 그것에 기억하기 좋은 몇 가지 키워드를 덧붙이고, 각 영역별 수입 목표를 정한다. 모든 단위 분류가 한쪽 손가락으로 꼽을 만큼 4-5개를 넘지 않는다. 수입도 중요도와 미개발 정도, 실현 가능성 등을 고려해 각 항목당 1천만원씩 순차적으로 올렸다. 이렇게 한 이유는 사업 영역을 직관화하고 확실한 방향을 잡기 위해서다.
1인기업= 글쓰기 독서 콘텐츠 커뮤니티 사업개발 (연 순수입: 1천만원)
러시아= 외국어 러시아통역 국제협력 (2천만원)
게스트하우스= 숙박 모임 복합이벤트(통임대) 회원파트너십 (3천만원)
경매= 부동산 경매 투자 (4천만원)
이제 할 일은 매주 하루씩 돌아가며 이 키워드들을 주문처럼 외우기만 하면 된다. 예를 들어, 화요일에 1인기업, 수요일에 러시아, 목요일에 게스트하우스, 금요일에 경매 등 요일별 사업개발 주제를 정하는 것이다. 그리고 상세 키워드 범위 안에서 목표한 연 수입을 벌 수 있는 방법을 하나씩 구상하고 추진해 나가면 된다. 프로젝트로 치면 팔로업 과정이다. 나 같은 경우는 주로 걷기 운동을 할 때 이 주제에 대해 생각한다. 확실히 이렇게 과제를 단순화하고 처리할 요일을 정해두니 혼자 여러 일을 진행하기가 수월해졌다.
수입 목표는 기업이 되기 위해서라도 빠질 수 없다. 기업의 전제가 영리 목적이기 때문이다. 어떤 활동도 직업이 되려면 우선 돈을 벌 수 있어야 한다. 그럴 때 의미, 보람, 가치 같은 모든 고상한 단어는 앞서거니 뒤서거니 따라온다. 퇴사 후 수입은 이전 직장 연봉의 2배로 잡았다. 그 이유는 이렇다.
한 때 슬럼프에 빠져 "돈이 전부가 아니지", "회사를 나와서까지 이렇게 성과, 성과 하며 살아야 하나" 생각했다. 괜히 자신에게 스트레스를 줘 탈이난 게 아닌가 싶었다. 그래서 목표를 낮춰 잡았다. "할 수 있는 만큼, 마음이 원하는 대로 쉬엄쉬엄 하자"고 스스로를 토닥였다. 하지만 이것도 목표를 이루는 데 썩 효과적이지는 못 했다. 처음에는 자유로운 마음에 뭔가 동기가 솟구치기도 했다. 그러나 나중에는 일의 의미나 목적을 다 잃어버리기 일쑤였다. 될 대로 되라는 자포자기 식이 된 것이다. 돈을 목표로 하는 것 자체가 특별히 나쁘거나 좋은 것이 아니다. 열심히 일 하고 안 하고, 성과를 내고 안 내고는 결국 개인의 멘탈, 태도 문제다. 돈과 상관없는 또 다른 영역이 될 수 있다. 오히려 수입을 목표로 하는 것이 해야 할 과제를 명확히 하고 의욕을 북돋기도 한다.
예를 들어 보자. 1인기업 연간 목표를 세우면서 한 첫 질문이다. "1인기업으로 연 1천만원의 수입은 어떻게 올릴까." 그리고 세부 사업 키워드를 대입해 수입화 방법을 찾아보는 것이다. 키워드는 글쓰기, 독서, 콘텐츠, 커뮤니티, 사업개발이었다. 추구하는 방향이 지식기업이기 때문에 할 일을 찾는 건 쉬웠다. 글쓰기와 독서로 자신만의 지식상품, 즉 콘텐츠를 만들어 팔면 된다. 그 주요 방법은 강의와 상담 코칭 컨설팅이다. 나 같은 경우 2시간에 20-30만원짜리 강의 등을 월 3-4회 정도 하면 된다. 그럼 월 100만원, 연 1천만원 내외의 수입을 얻을 수 있다. 2시간 30만원은 스스로 매긴 몸값이다. 1년 연봉 목표에서 역산했고, 실제 통역을 나가도 그 정도는 받는다. 그리고 보통 강의비 수준이기도 하다. 유료 강의 개설 전에 관련 주제의 모임이나 이벤트를 열어보는 것도 방법이다. 그럼 그 수요나 가격의 적정성 등을 미리 가늠해 볼 수 있다. 이렇게 모은 참여자들은 유료 상품의 잠재적 구매자가 되거나 중요한 커뮤니티의 일원이 된다. 콘텐츠는 사업개발에도 도움이 된다. 팔리는 지식은 팔리는 상품으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한달살기 경험을 살려 '빈집 한달살기의 유익과 필수장비'라는 글을 올렸고, 실제 경매 낙찰 후 안 나가는 빈집을 활용한 한달살기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생각보다 수요가 있었고 어떤 이용자에게는 유료 코칭 상품 판매로 이어졌다. 이것도 기존에 발행한 글이 바탕이 되었다. 주제는 퇴직 이후를 대비한 경매 부업이었다. 이렇게 1인기업 콘텐츠 발굴을 위해 4개 사업분야 관련 글을 꾸준히 쓰다 보면 사업개발도 자연히 이루어진다. 글이 각 사업의 방향을 이끄는 선봉장 역할을 하는 것이다.
스스로 기업이 되는 빠른 방법은 지금 가진 지식을 활용하는 것이다. 돈이 될만한 자신의 경험과 노하우, 아이디어를 글로 쓰는 것이다. 꼭 돈이 안 되더라도 글을 쓰다 보면 의외로 사람들이 관심 가지는 부분을 찾을 수 있다. 지금 글을 쓰고, 강의안을 만들고 사람들과 유, 무료든 공유할 수 있다면 이미 예비 1인지식기업이다. 당장 목표 분야를 정하고, 몇 개의 키워드를 적고, 매주 팔로업해보자. 계획이 사업으로, 수입으로 바뀔 때까지. 포기만 하지 않으면 언젠가 이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