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포대, 욘 포세, 마르그리트 뒤라스
푸른 해변이 배경이 되는 소설 2편을 읽고 있었다.
초록의 평창과 눈부시게 뜨거운 경포 해변을 막 느끼고 와서 시작한 독서라 노벨상을 받은
포세의 '보트하우스'와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사랑'은 그래서 더 매혹적이고 시각적인 아우라가 컸다.
8월을 단숨에 채운 독서였다.
오전의 스벅 매장은 적당히 한가하고
조용해서 그동안 2,3시간의 독서를 하기에는
부족함이 없었다.
그러나 지독한 무더위 탓에 이곳도 밤낮 없는
동네 사랑방이 되어 돌아서 책을 읽는 동안
갖가지 집단 소음들이 있었지만 희한하게도
방해받지 않고 두 책을 잘 읽어냈다.
어느 해 여름 베르겐 가던 전역에서기차를
놓치고 동료와 하룻밤을 머문 Voss의 마을호텔
경험치가 연상되는 스벅, 가을 같은 추위와 피오르의 물소리가 밤내 들리던 그 곳은
마을 주민들이 편한 복장으로 호텔 로비를 가득
채워 늦게까지 잡담이나 피아노 연주를 곁들인 노래까지 불러가며 놀고 있던 곳이다.
호텔 앞 호수에서 잡은 송어요리와 주변 마을에서 채취한 버섯들이 나오던 로칼스런 아침 식단... 자연의 조화로움이 가득찬 마을이었다.
포세의 '보트 하우스'는 바로 그런 노르웨이의 자연풍광 속에서 주인공이 10년 만에 고향으로 휴가 왔던
친구 부부와의 평범했던 일상사를 서술하고 있다.
알 수 없는 불안감과 치밀한 집중력으로 이들의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기억의 파편들을 따라가다
보면 마지막 해변에서 죽음을 택한 친구의 아내가 언급되고 있다.
행위의 연결점은 모두 독자가 유추해야 하는 고도로 압축된 언어들.. 그래서 작가는 입센이후
최고의 극작가이기도 하다.
뒤라스의 L' amour 사랑'은 작가를 대중적으로 세상에 알린 영화 연인'의 대본같은 남녀 사이에 더운
기류는 없다. 그저 아득한 바다를 바라보며 대화를 몇 마디 나누거나 해변을 배회하는 인물들을 시각적으로
보여줄 뿐....구성은 단순하여 쓸쓸할 지경이다. 그러나 작가가 평소
'바다를 바라보는 건 모든 것을 바라 보는 것과 같다. 라고 하던 뜻을 감지한다.
그녀는 자신이 보여주는 그림틀에 우리가 그저 공감하기를 원했다.
요즘은 나도 깊고 넓은 바다 앞에 서면 침묵으로 많은 것들을 묻어버리게 된다.
아무러나 뒤라스의 작품치고 보편적 삶을 거스르는 매혹이 없던 적이 있었나 싶긴 하다.
푸른 경포 해변을 품고 온 8월의 여운으로 생생한 몰입을 하게 된 독서다.
자릿값하는 리저브 커피와 이 막바지 여름도 동네 스벅에서 행복해야 할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