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으면 진짜
답을 찾을 수 있을까?
정말로?
결론부터 말하면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을 얻게 된다.
40일간의 산티아고 순례길을 성공적으로 다녀왔다는 사실을 동네방네 소문낸 후의 일이다. 나의 지인 중 한 분이 같은 길을 다녀오겠다고 선언하셨다. 단단한 의자가 있는 선릉역의 커피숍에서 크림 도넛을 왁왁 씹어 먹으며 그의 계획을 들었을 때 나는 환호했다.
"우와! 꼭 가세요! 추천합니다"
그다음 해에 다시 만난 그분은 왠지 날렵해져 있었다. 구릿빛의 생기가 가득한 얼굴이었다.
"송코치! 내 인생에 가장 멋진 시간이었어!"
내 그럴 줄 알았다니까!
무엇을 얻게 되든 상상 그 이상이라니까요!
무슨 일이 벌어질지 좀처럼 예측할 수 없는 곳
자신의 민낯과 마주하게 되는 곳
우주의 조화를 몸소 깨닫게 되는 곳
그곳이 바로 산티아고 순례길이다.
보통의 운동 신경과 속도를 가진 나 같은 일반인(?)은 20~25km를 7~8시간을 걸어 하루 몫을 완주한다. 물론 휴식하고 식사하는 시간 포함이다. 정리하면 7시에 출발하면 오후 3시쯤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다. 학창 시절 잠에 영혼을 팔아버린 나는 9시에 출발해서 오후 5시에 도착해도 감지덕지였지만....
여행 전에는 하지정맥류가 그렇게 심각한 병인줄 몰랐다. 하지정맥류란? 피가 순환하지 않아 종아리가 점차 부으면서 다리 전체가 무거워지는 불치병이다.
다리의 핏줄이 제정신이 아니라는 의사의 판결을 받은 지 수년이 지났으나 운동과는 담쌓고 살아온 인생이라 일상에서 장애가 되지 않았다. 그저 조금 무거우면 다리를 심장보다 높게 하고 쉬면 되니까.
그러나 산티아고 순례길에서는 가당치도 않은 이야기다. 어디에도 드러누울 곳은 없다. 흙바닥에 드러누울 만큼 나 자신을 내려놓지 못하였다. 중간중간 다리를 꾹꾹 주무르며 가벼워지길 바랄 수밖에 없다.
그렇게 하루, 이틀, 삼일 걷다 보니 큰 위기가 왔다. 마치 껌을 붙여 놓은 것처럼 발바닥이 바닥에 쩍쩍 붙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발에 왕 물집이 생기는 건 단 이틀이면 충분하다. 물집이 생겨본 사람들은 아시겠지만 여간 곤욕스러운 일이 아니다. 어기적 거리며 요상하게 걷다 보면 발목, 무릎, 허리까지 무리가 된다.
캄캄한 밤. 숙소 침대에 걸터 앉아 운 좋게 챙겨갔던 뾰족한 바늘로 발바닥의 물집을 소심하게 쿡쿡 찌르며 마음속으로 눈물을 흘렸다. 발도 아프도 마음도 아파서...
그러거나 말거나 어김없이 다음날 해가 뜨고 모든 여행자는 숙소에서는 쫓겨났다. 아침형 인간이든 저녁형 인간이든 관계없이 죄다 강제 기상해야 했다.
나 같은 저녁형 인간은 항시 아침형 인간의 시스템 맞춰져 있는 세상에 항의하고 싶은 심정이다. 그러나 역시나 묵묵히 일어나서 물집 잡힌 발바닥을 달래며 절뚝절뚝 나가는 수밖에.
그러나 열흘이 지나며 무언가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사실 나는 이곳으로 떠나오기 전, 아침 눈을 뜰 때 희망보다는 절망을 자주 느꼈다.
'하! 또 시작이구나, 새로운 하루.'
버거웠다. 오늘은 또 뭘 잘 해내야 할까....
그러나 내 인생 처음으로 희망적인 아침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눈이 번쩍 뜨이는 아침!
단지 그곳이 여행지이기 때문이 아니었다. 마치 나의 모든 신체 에너지가 그렇게 변화한 것 같았다. 온몸의 세포가 깨어나고, 식욕이 살아났다. 이전엔 입맛도, 먹고 싶은 것도 없었던 나였다.
밤이면 와인을 마셨다. (스페인에서는 2유로면 무려 리오하 와인을 살 수 있다.) 살짝 취기가 올라올 때쯤 기절하듯 잠이 들었고 아침이면 어김없이 벌떡 일어났다. 세상에.
다리에 근육이 붙기 시작하면서 8시간이 짧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어라? 걸을 만 한데?' 퀴퀴한 알베르게 화장실의 거울에 비친 나는 너무나 건강해 보였다. 쥐새끼처럼 까맣게 타고 다리는 통나무같이 두껍지만 빛나는 눈을 가진 나.
'오 너무 멋진데?'
무엇보다 좋았던 건 기분이 몹시 좋아졌다는 것이다. 건강한 신체가 건강한 정신을 만든다더니 몸소 체험하니 신기하고 날아갈 것 같았다. 이거구나! 부자의 원리!!
어쩌면 당연한 이야기를 구구절절 늘어놓고 있는 이유는, 일상에서는 그렇게 오래 걷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적어도 나는 그랬다. 이전의 나의 하루 속에는 해야 할 일들이 너무 많았다.
스스로 건강하지 않다고 생각해 왔다. 해내야 한다고 우기는 바람에 억지로 깨어 있었다. 그러나 그 생각은 틀렸다. 나는 건강하다. 건강하기 때문에 이제 우기지 않아도 좋다.
나를 위해서,
나를 사랑하기 때문에 깨어있을 것이다.
8시간씩 걸으며 배운 귀한 가르침이다.
<왜 하필 산티아고>는 '불안한 미래, 미리 보기'를 목적으로 산티아고 순례길로 떠나 약 40일간 걸었던 평범한 여자의 이야기입니다.
800Km를 걸으며 대체 무엇을 알게 되었는지 어떻게 변화했는지 변화와 성장의 세계로 초대합니다.
매주 월요일에 발행됩니다.
12월 4일 월요일에 다시 만나요! :)
지난 이야기
작가 소개
송수연 코치는 '어떻게 잘 살아야 할까?'라는 주제로 강연과 코칭을 하며 살고 있습니다. 생각과 감정을 조절하여 원하는 삶을 끌어당기는 방법을 안내합니다. 당신의 '잘 삶'을 응원합니다.
송수연 코치의 <가벼워져서 돌아올게요>, <펀어게인> 읽고 오시면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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