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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수연 Feb 20. 2024

여자는 결코 사랑하지 않는 남자에게 잔소리하지 않는다.



여성들은 타고난 컨설턴트들이다. 날카로운 감각과 예민한 모성애로 자기 남자를 본다. 그녀들은 이렇게 확신한다. 


내 남자는 좋은 사람이지만 몇 가지 단점은 반드시 고쳐야 한다.  나와의 관계는 물론이고 사회생활 및 모든 면에 도움이 될 것이다.


여자는 컨설턴트답게 솔루션을 가지고 있다. 여성 특유의 탁월한 정보 탐색력과 커뮤니케이션 스킬은 물론 희생과 헌신의 사고방식으로 단련되어 있다. 그러므로 웬만한 남자들은 여자의 화려한 언변에 당해낼 재간이 없다. 여자들은 타고난 멀티플레이어이고 설득에 능한 협상가이기 때문이다. 


첫 시도는 가볍다. 일단은 좋은 말로 설득해 본다. 그러나 원하는 만큼의 갱생은 되지 않는다. (당연하다.) 다음 단계는 옐로카드이다. 여러 번의 옐로카드가 먹히지 않을 때엔 특단의 조치인 이별이라는 레드카드를 보여준다. 고쳐지지 않으면 퇴장시킬 수밖에 없어. 


아직 퇴장을 원치 않는 남자는 변하겠다는 억지 약속에 사인을 한다. 진심을 다해 한 약속도 깨어지기 마련인데 마지못해 한 약속이 지켜질 리 만무하다. 아무리 열심히 지키려고 해도 상대의 마음에 쏙 들게 지킬 수는 없다. 인간이란 그런 것이다. 변하면 이제 죽을 때가 다 되었기 때문. 


그러므로 지혜로운 사람은 상대를 변화시키려 노력하는 대신 자신이 스스로 변화한다.  


조심하시오. 



남자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고쳐주려 했을 뿐인데 시도하면 할수록 어쩐지 더 엇나가게 된다. 급기야 상황이 이상하게 꼬여서 역으로 레드카드를 선고받기도 한다. 그제야 구관이 명관인걸 알아차리고 퇴장시킬 생각이 없았다고 변명해 봐야 냉랭한 플레이어의 모습에 상처만 커질 뿐이다. 

 

억울하다. 우리 두 사람을 위한 건데 어째서 상대는 노력하지 않았던 걸까? (적어도 그렇게 보였던 걸까?) 여자는 사랑하지 않는 남자에게 잔소리를 하지 않는다. 사랑하기 때문인데 왜 그는 변화하지 못했던 걸까?


1. 남자는 일일이 잔소리를 하는 여자를 보며 본능적으로 어머니를 떠올린다. 그의 유년시절의 어머니 상이 어떠하였느냐에 따라 여자를 무서워하거나 회피하게 된다. 시간이 흘러 힘이 생기자 "엄마, 내 방에 들어오지 마."하고 문을 쾅 닫아버렸던 것처럼 무서운 여자친구, 무서운 아내를 피해 안전지대에 머무는 시간이 늘려 간다. 자기 엄마를 연상시키는 여자를 지켜줘야 할 대상으로 느낄 수 있을까? 


2. 남자는 자신을 고쳐야 할 대상으로 보는 여자의 태도에 상처를 받는다. 점점 자신감이 떨어진 남자는 급기야 이런 말을 한다. "너는 내게 너무 과분한 존재인 것 같아. 널 행복하게 해 줄 수 없을 것 같아. 버거워." 


3. 여자의 레드카드 협박에 억지로 맺은 약속을 지키지 못할 때마다 남자는 한없이 무력해진다. 학생의 공부 선언, 직장인의 영어공부 선언, 신혼부부의 야식 금지 선언처럼 지켜지지 못할 약속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4. 남자는 슬슬 거짓말을 하게 된다. 헤어지고 싶지는 않고 약속을 지킬 자신은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어차피 솔직하게 말해봐야 혼만 난다. 그럴 바에야 들키지 않을 방법을 연구하는 편이 낫다. 


5. 옐로카드를 먼저 꺼낸 건 여자지만 남자가 지쳐갈수록 칼자루는 점점 남자 쪽에서 쥐게 된다. 자신을 초라하게 만드는 여자를 지켜주겠다고 다짐하는 것은 예수, 부처, 이태석 신부님이나 할 수 있는 일이다. 


연애에서 칼자루를 빼앗기는 순간, 여자는 우아함을 잃게 된다. 남녀는 서로 부모 자식이 아닌 온전한 연인이어야 한다. 진짜 상대를 사랑한다면 내버려 둬라. 그 누구도 처 맞아서 변화했다고 그래서 좋았다고 회상하는 사람 없다. 괜찮다고, 잘하고 있다고 말해주었던 따뜻한 격려와 응원이 오히려 나를 변화, 성장하게 했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송수연 코치의 연애의 환상과 실체는 매주 화, 목요일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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