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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힘들다 말하지 않았을까

[연재 브런치북] 송수연의 가벼워지는 시간

by 송수연

우리 아기는 울음이 짧다. 대개 몇 분을 넘기지 않는다.

그의 인생에서 가장 긴 울음은 약 1시간으로, 난데없이 밤에 자다 깨어나서 울었다.


그런데 하필 그날, 엄마인 내가 출장 중이었다. 달래지지 않는 아기를 달래는 일만큼 힘든 일이 있을까? 남편에게는 끔찍한 밤이었다. 그러나 하는 수 없다. 우는 아기를 달래는 것도 아빠의 역할이기 때문이다. 혼자 고군분투했다는 점이 마음에 걸렸지만, 엄마인 나는 매일 그 역할을 하고 있다. 울음도 육아의 일부분라 여기며 일단락지었다.


어느 날 저녁, 남편은 아기가 1시간 동안 울었던 공포의 밤 이야기를 꺼냈다.


생성형 ai 제작



사람이 행복하게 살려면 자신에 대해서 잘 아는 게 중요한 것 같아. 내가 얼마나 아빠로서의 삶이 맞지 않는 사람인지 그날 밤, 다시 한번 깨달았어.


그만큼 힘들었다는 뜻이다.


그러고 보면 남편은 아기가 울면 한숨을 깊게 쉬었다. 그 메마른 한숨 소리를 듣고 있으면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처음에는 "한숨 좀 쉬지 마." 하고 쏘아붙이기도 했다. 그러나 나오는 한숨을 어쩌겠는가. 나는 아기를 안아 달래며 '폭풍 뒤의 고요'가 오길 기다렸다. 결국 아기는 울음을 멈추고 다시 잠들곤 했다.


그러다 어느 날, 폭발... 까지는 아니지만, 나의 불만을 이야기할 기회가 있어 찾아왔다.


힘들더라도 좀 힘든 척 안 하면 안 돼?
당신이 힘들어하는 거 보면 내가 더 지쳐.


왜 그래야 하는지 끝장 토론 끝에 오히려 내가 크게 깨달았다. 나는 그동안 힘들어도 힘든 내색을 하지 않는다는 것. 아니, 오히려 힘들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을 선택해 왔다는 점이다. 갑자기 눈물이 쏟아져 나왔다. 난 왜 힘들다 말하기 싫었을까? 왜 내 고통을 외면하고 괜찮은 나로만 살고 싶어했을까?


1. 힘들다고 말하는 순간, 정말 힘들어질까 봐.
2. 나의 선택을 후회한다는 의미로 보일까 봐.
3. 힘들어하는 약한 사람이고 싶지 않아서.


물론 긍정적인 점도 있다. 마음이 한결 부드러워진다. 실제로 조금 덜 힘들게 느껴지기도 하다. 무엇보다 아기에게 자주 웃어줄 수 있다. 그로 인해 아기는 좋은 정서를 가지게 될 테니 괜찮은 선택 아닌가?


그러나 진실은 무엇일까?

사람은 누구나 사소한 일에도 힘들수 있다.


힘들어도 괜찮다. 엄살 부려도 괜찮다. 화가 나면 화가 난다고 말해도 괜찮다.

그것이 진실이다.


그런데, 그동안 나는 왜 부정적인 감정을 억눌러왔을까? 심리학 용어로 이것을 반동형성(Reaction Formation)이라고 부른다. 반동형성이란 “힘들지만 괜찮아 긍정적으로 보자.”라고 스스로 설득하며, 웃음을 선택하는 방식이다. 힘듦 대신 긍정을 과하게 선택하는 방식을 말한다.


상처 입는 것이 두려웠기 때문에, 나를 보호하려고 힘듦 대신 괜찮음을 선택해 왔던 것이다. 그 선택은 나를 지켜주기도 했지만, 동시에 나의 삶을 무겁게 했던 것이 사실이다.


'괜찮은 척'은 오래가지 못한다.


그렇다면 그 대신 정말 괜찮아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괜찮지 않은 나도 얼마든지 괜찮은 사람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화가 나고
힘들고
괴로운 나도

괜찮은 나.


누군가에게 힘들다고 말할 수 있을 때, 오히려 상대의 힘듦도 이해할 수 있다. 내 감정을 꾹 눌러 참으라 강요하는 대신 표현할 수 있도록 풀어주면 삶이 조금 더 가벼워진다. 더 늦기 전에 그렇게, 우리 마음속 힘듦을 하나씩 풀어 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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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44살에 19개월 아기를 키우는 워킹맘 송수연입니다.


기질적으로 예민하고 불안도가 높았던 제가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아 기르게 된 지금이 너무 놀라운데요,(여러분은 어떠신가요?) 여기서 머무르지 않고 오늘보다 내일 조금 더 행복해지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가벼워지기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데요,

1번째 이야기는 브런치에도 연재를 했었고, 책으로도 출간이 되었습니다.


2번째 이야기 <가벼워지는 시간>은 현재 매주 화요일 연재하고 있습니다.

많은 사랑 부탁.... 드려도 되죠?

하핫.


그럼 어제보다 조금 더 행복한 하루 보내고 계시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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