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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수연 Mar 19. 2020

걱정에서 벗어나는 방법

지금 무엇을 걱정하시나요?

무엇을 걱정하시나요?


내일 일을 걱정하지 말라
내일 일은 내일 스스로가 맡을 것이니
그날의 괴로움은 그날로 족하다.
-밀란 쿤데라



걱정.

빈대에게 물려 앓다가 결국 여행을 중단하고 돌아갔대.

다리가 고장 나서 치료를 1년이나 받았지만 차도가 없었대.

발에 물집 수십 개가 생겨 가지도 오지도 못할 고통을 겪었대.


위의 이야기가 혹시 나의 이야기가 되진 않을까?

그뿐 일까?

열심히 일해야 할 30대가 한 달 넘게 여행을 왔는데 결국 아무것도 얻지 못하고 빈손으로 돌아가진 않을까?


걱정했다.

이놈의 위험한 세상.


왜 걱정해야 할 일은 이렇게나 많을까?



당신은 지금 어떤 걱정들을 하고 살아가나요?



여행 질문서

"당신은 지금 무엇을 걱정하시나요?"

"건강이 나빠질까 봐, 평생 혼자 살게 될까 봐, 언젠가 일자리를 잃을까 봐, 삶의 질이 떨어질까 봐, 부모님이 아프실까 봐, 도태될까 봐, 성공하지 못할까 봐..."


위에 나열된 걱정들엔 특징이 있다.

현재의 것이 아니라는 것.

모두 미래의 이야기이다.

걱정의 에너지는 대부분 미래의 일에 쓰이느라 버려진다.


나는 항상 미래를 걱정하며 현재를 살았다

현재를 온전히 살지 못했던 셈이다.


동물 이야기 *^o^*

여러분은 어떤 동물을 좋아하세요? 저는 새요. 특히 눈이 까만 새. 동그랗고 조그마한 까만 눈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마음이 깨끗해지는 것 같아요

혹시 새의 숨 쉬는 모습을 본 적이 있나요? 조그마한 배가 올라갔다 내려갔다 움직이는 모습을 보면 고단했던 마음이 편안해져요. 감동적이랍니다.

좋아하는 동물을 묻는다면 한 순간도 망설이지 않고 새라고 답하지만, 새로 살고 싶냐면은 절대로 싫어요. 새는 많은 것을 비축할 수 없기 때문이에요.

천적을 피해 하늘을 날아야 하는 새는 언제나 몸을 가볍게 유지해야 해요. 한 번에 먹이를 많이 먹을 수 없죠. 그래서 새는 틈만 나면 먹이를 찾아다녀야 해요. 먹이가 없는 환경은 새에게는 공포라네요.

대신 어떤 동물로 살고 싶은지 묻는다면 전 얼룩말로 살고 싶어요.

스탠퍼드대학 생물학 교수 Robert Sapolsky는 <왜 얼룩말은 위궤양에 걸리지 않는가? Why zebras don’t get ulcers>라는 책에서 얼룩말은 스트레스가 없기 때문에 위궤양에 걸리지 않는다고 주장했어요.

얼룩말은 뇌의 어느 부분의 문제로 인해 미래나 과거에 대해서 생각하는 기능을 상실했고 그런 이유로 오로지 현재만 생각할 수 있대요.

사자에게 쫓겼던 기억이나 잡아먹힐지도 모른다는 상상을 할 수 없기 때문에 항상 현재 앞에 놓인 풀만을 오로지 맛있게 뜯어먹는 먹는대요.

그러다가 만약 사자가 나타나면 어떻게 하냐고요? 그 순간 전력을 다해 도망치는데 집중하는 거죠. 사자가 다시 멈춰 서면 얼룩말도 우뚝 멈춰 서서 앞에 있는 풀을 맛있게 냠냠

얼룩말은 걱정하거나 초조해하지 않으니까 만성 스트레스나 우울증도 없고 특히 위장병 걸일 일 없이 행복하게 살 수 있대요.

현재에만 집중하는 얼룩말 참 멋진 동물 아닌가요?
그런 얼룩말로 살고 싶답니다.



아무리 걱정한다 해도,

사자가 존재하는 환경 자체는 바뀌지 않는다.

당신이 걱정하건 말건 사자는 오기도 하고 오지 않기도 한다.


사자가 언제라도 튀어나올까 항상 초조한 심정으로 풀을 뜯어야 한다면 얼룩말도 영락없이 위장병에 걸리고 말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얼룩말씨는 다르다.

사자가 눈 앞에 나타나지만 않는다면 언제나 느긋하다.

그러다 나타나면? 그때 최선을 다해 문제를 해결한다.


나의 상상도 비슷했다.

그렇게 될지 아닐지 모르는 공포스러운 상상 속 미래의 일을 대비하기 위해 걱정한다?

미래는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


미래에 대한 과도한 걱정은 자신에 대한 불신이기도 하다.

미래의 나는 지금의 나보다 현명할 것이며, 사자가 오던 고질라가 오던 최선을 다해 해결할 것이다.

그렇게 믿어야 현재의 내가 현재의 일에 집중할 수 있다.


걱정이 습관이 된 여자

걱정은 습관처럼 굳어졌다. 내 걱정 중 대부분은 미래에 관한 것이었다. 미래에 내가 잘 살지 어떨지 모른다는 것. 황당하게도 나는 그런 걱정을 꽤 오래도록 했다.


내가 간절히 원하는 것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어쩌지?

지금보다 부족한 삶을 살게 되면 어쩌지?

마구 도태되고 낙오되면 어쩌지....?


... 어쩌지?



걱정을 해서 걱정이 없어지면 걱정이 없겠네




미래를 볼 수 있는 타임머신의 10분 사용료가 나의 10년의 수명이어도 난 단 1초도 고민하지 않고 선택했을 프로걱정러였던 것이다.


그러던 중 교수님께서 산티아고 순례길을 들어보았냐고, 그 길은 인생의 축소판이며 교수님 당신도 언젠가 꼭 걸어 볼 작정이라고 하셨다.


인생의 축소판이라니!

그 길을 30여 일 동안 걷기만 하면 내 인생을 통째로 경험해볼 수 있다는 것? 그렇다면 그 길은 내게 미래를 보는 타임머신이었다. 그로부터 딱 2년 후 드디어 타임머신에 탑승 완료한 것이다.   


타임머신에 탑승해서 처음 본 동물은 조랑말



* 산티아고 타임머신 체험은 3단계 + @로 구분된다.


1. 1~10일: 유년기에서 청년기

2. 10~20일: 청년기에서 중년기

3. 20일~30일: 중년기에서 노년기이다.

4.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죽음

5. 그 이후 묵시아, 피스테라: 죽음 이후


* 산티아고 순례길을 약 30일 동안 완주한다고 가정했을 때 처음 열흘은 유년기에서 청년기와 비슷하고 다음 열흘은 청년기에서 중년기, 마지막 열흘은 중년기에서 노년기의 삶과 비슷하게 흐른다.


1일 차 생장(https://goo.gl/maps/QkTwNum5mm96c4fR7)에서 레온(https://goo.gl/maps/xbyhZDFEYh44XDFN7)까지 약 열흘간의 여행은 마치 유년기에서 청년기를 보내는 심정이었다. 모든 것이 새로웠고 어려웠다. 마치 유아 시절을 체험하듯 호기심과 불안함이 하루 종일 반복되었다. 시간이 참 느리게 갔다. 나의 어린 시절 하루가 길었던 것처럼.


어려운 것들이 서서히 없어지니 괜히 반항심도 생기고 다 포기하고 싶은 마음도 들었다. 마치 사춘기를 다시 보내는 것 같았다. 그러고는 청년기, 그 시기엔 쉬는 시간도 편하지 않았다. 뒤쳐질까 초조하고 불안하고 죄책감도 가끔 느꼈다. 마치 취업 잘하고 싶은 취준생 심정 마냥 얼른 걸어 목적지에 도착하고 싶은 마음, 잘 못 걷는 것에 대한 자책. 일 걱정, 삶 걱정, 때로는 후회... 복잡 미묘한 심경. 돌아보면 그 시간은 마치 2,30대 청년기의 열정적인 삶 속의 고독과 자책 희망 같은 것이었다.


산티아고 순례길의 중간 지점인 아스트로가(https://goo.gl/maps/dNVmjEERYbLC4dQx7)부터 마치 청년의 탈을 벗고 중년기에 접어들었다고 확연히 느낄 수 있었다.



신비한 체험이었다.
여행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이제 길에 익숙해졌기 때문이다.

마치 인생길에 고락이 있음이 익숙해진 것 마냥 그랬다.   


내 미래도 비슷하겠지.

점점 나 답게 사는 내 삶에 익숙해지면 신비하리만큼 편해지리라.


처음 20km를 걷는데 10시간이 걸렸다면 아스트로가부터는 20km쯤은 산뜻하게 걸을 수 있었다. 가장 놀라운 것은 여유가 생겼다는 것이다. 그 이후에는 마음이 편했다. 내가 걱정했던 일들도 별로 일어나지 않았다.


벌레에 대한 괴담도 물집이 심한 여행자에 대한 이야기도 여전히 존재하는 사실이었다.

그러나 내가 벌레를 두려워한다고 벌레가 사라지는 것도, 물집을 걱정한다고 해서 물집이 생기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실제로 발바닥과 발꿈치에 커다란 물집이 생겼고 여행이 끝나는 날까지 전우처럼 함께했다.


물집은 분명히 아팠고 어기적 걷다가 무릎이 상할 뻔도 했었다. 그러나 염려했던 것보다 훨씬 괜찮았다.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내게 여유가 생긴 것이다.


여유가 생기니 과일 사 먹는 재미가 쏠쏠



덕분에 쉬는 시간을 충분히 만끽할 수 있었다. 커피 향기와 풍경, 바람 소리, 햇살도 음미할 수 있게 되었다.


그렇다.

나는 지금을 산다.


미래의 일은 미래의 나에게 잘 부탁해놓고 지금 오늘 할 수 있는 것에 최선을 다하자.


청년인 내가 중년 이후의 삶에 대해서 걱정했던 많은 것들은 산티아고 길을 걸으며 은유적으로나마 해답을 찾게 되었다. 드디어 지금 걷는 한걸음 한걸음에 집중하게 된 것이다.


여행 질문서 추가 질문

"걱정을 덜어내면 당신의 삶에 어떤 일이 발생될까요?"


1. 시간과 에너지를 조금 더 가치 있는 것에 사용하게 된다.

2. 이로 인해 전문성이 강화되어 미래의 불확실성에 대해 현실적으로 대비할 수 있다.

3. 소중한 사람들에게 걱정을 덜 끼친다.

4. 덜어내는 활동을 통해 내 삶에 무엇이 중요하고 덜 중요한지 발견할 수 있다.

5. 스트레스성 위장병에서 벗어나게 된다. 



일어날 일은 일어난다.

일어나지 않을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만일 일어난다면?

괜찮다.


지금의 당신보다 성장해 있을 미래의 당신이 잘 대처할 테니. 자신을 단단히 믿고 미래의 일은 미래의 당신에게 맡겨두자. 현재의 내가 미리 불안해하며 우울해할 필요 없다. 미래에는 현재의 나는 없다.


지금 이 순간에 당당히 서서 오늘 해야 할 일에 집중해보자.

걱정을 비워 생겨난 시간 덕분에 삶이 더 풍성해질 것이다.



여행 질문서

"당신은 지금 무엇을 걱정하시나요?"

여행 질문서 추가 질문

"걱정을 덜어내면 당신의 삶에 어떤 일이 발생될까요?"



송수연 코치는 10년간의 직장생활을 때려치우고 현재는 '어떻게 잘 살아야 할까?'라는 주제로 강연과 코칭을 하며 살고 있습니다. 당신의 '잘 삶'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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