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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수연 Mar 30. 2020

오늘 당신이 가장 행복한 이유

오늘 무엇을 하면 가장 행복할까요?

긴급한 것에 속지 말고
중요한 것을 먼저 하라
_스티븐 코비



여행이 좋은 이유 중 하나는 단언컨대 먹는 즐거움일 것이다.


도보여행이던, 캠핑카 여행이건, 수학여행이건 먹는 것은 설렘이고 깜짝 이벤트이다. 물론 이번 산티아고 순례길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여행 질문서

당신을 행복하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매일의 맛있는 아침식사는 절 행복하게 합니다. 전날 밤부터 설레거든요."



행복했던 매일의 아침 식사


아침 식사로 가장 좋았던 메뉴는 역시 고소한 카페 콘레체와 스페인식 오믈렛인 또르띠야였다. 간단하면서도 풍미가 있는 구성이다.


숙소에서 아침을 든든히 먹고 출발해야 힘이 나겠지만 나는 절대로 그러지 않았다. 그 이유는 매일의 아침 식사 장소를 고르는 일이 좋았기 때문이다.


고양이 마냥 눈을 가늘게 뜨고서 후보지를 염탐하는 것이다.


'여기서 아침을 먹으면 기분이 어떨까?'


여기저기 주의 깊게 살피다가 햇빛도 적절히 들고 테라스에서 먹을 수 있거나 호수나 강이 보이면 바로 당선이다. 그 즉시 배낭에서 지갑을 꺼내면서 유유히 음식을 주문하러 들어가는 것이다.


덕분에 강가의 레스토랑, 산 중턱에 있는 카페, 오솔길 옆 벤치, 때론 잔디밭도 멋진 아침 식사 장소가 되어주었다.



매일매일 달라지는 식사 장소는 그날의 멋진 이벤트.


행복을 위한 준비


아침을 먹기 위해 준비해야 할 것이 있다.


먼저 한 시간 정도 걸으며 공복인 상태를 유지하는 일이다. 위가 텅 빈 채로 걸으면 산뜻해서 좋다. 게다가 아침을 더 맛있게 먹을 수 있다.


시원한 새벽의 바람이 불어 상쾌했던 그날도 어김없이 공복으로 걷고 있었다. 하필 그날 경로의 시작이 산길이었다. 산을 오르는 날은 시간이 더디 흐른다. 공복 상태라면 더더욱 그렇다.



인생의 적절한 시간 때?


산티아고 순례길에는 적절하다 불리는 시간 때가 있다.


1. 출발은 오전 7시, 도착은 오후 1시가 제일 좋다. (1시 이후에는 해가 뜨겁게 타올라서 걷기 쉽지 않다.)

2. 최소 오후 2시 이전에는 마을에 도착해야 한다. (채광이 좋은 숙소는 금방 동이 난다.)


그러나 아무리 제 시각에 출발해도 도착이 문제다. 오전 7시에 출발해도  도착 시간은 어김없이 오후 5시!


난 느렸다.



긴급해 보이는 것에 속아 넘어가다.


"난 느려."


다른 순례자에게 한탄을 하니 그가 그의 등산 스틱 한쪽 끝을 잡게 해 주었다. 갑자기 투지가 불타올랐다. 자! 가자!  그는 걷기 시작했고 스틱 끝을 단단히 잡은 내 손에 이끌려 내 두 다리도 덩달아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Oh my god! 너희가 걷는 기분이 이런 거였어?'


바람이 귓가를 스치고 지나가는 소리가 상쾌했다.

신기하고 환상적인 체험!


'오늘 이대로 죽 걷는다면? 어쩌면 오늘은 빠르게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을지도 몰라.'


그렇게 신이 나서 열심히 다리를 놀린 지 약 20분... 



그렇게 내 행복은 바이 바이


갑자기 온몸에 힘이 빠지며 핑 돌더니 머리가 지끈거리기 시작했다. 스틱을 놓고 바닥에 주저앉았다. 정신이 몽롱해지며 움직일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신기하고 환상적인(?) 또 다른 체험!(이젠 됐다 싶지만)


도대체 어떻게 된 걸까?


공복 상태였기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부랴부랴 아무 데나 들어가 아침을 먹었다.


... 그날 아침은 정말 맛이 없었다.  


먹은 후에도 상태는 조금도 좋아지지 않았다. 계속 숨이 차고 괴로워 토할 지경이었다.


결국 그날은 목적지에 도착 조차 하지 못했다.


아무도 없는 숙소에 짐을 풀고 조그마한 침대에 누웠다.

아직 정오도 되지 않은 시간이었다.


느리게 걸으면 어떠하랴, 하루를 즐겁게 보낼 수 있었는데

중요하지 않은 것에 마음을 쏟았고 오늘은 전혀 행복하지 않았다.


단 몇 분간의 쾌감과 나머지 전부를 어지러움과 두통으로 보내게 한 오늘의 경험을 곰곰이 곱씹어 보았다.


세상의 시간에 맞추려 애쓰며 불행했던 날들이 떠올랐다.



여행 질문서 추가 질문

"무엇을 하느라 행복을 놓치고 있을까요?


"저는 항상 시간에 쫓기는 듯했어요. 세상이 정해놓은 시간 프레임 안에 스스로를 끼워 맞춰야 할 것 같았거든요. 너무 뒤처지는 것이 싫다는 기분에 하루를 축복으로 보내지 못했죠. 


그렇게 학교를, 직장을, 결혼을 선택했죠. 불행했고 헤매었고, 때론 멈추지 않아야 할 곳에서 멈추기도 했어요. 기어이 납기일을 맞춰도 행복하지 않았죠.


지금은 아예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살고 있습니다. 제가 산티아고의 아침 식사를 기다렸던 것처럼 매일 저를 가장 행복하게 하는 일을 먼저 하는 거예요"



내 인생은 참 느렸다.


대학을 중퇴하고 다시 입학하느라 남들보다 늦게 졸업했다. 취업도 늦게 했고, 결혼도 늦게 했다.


늦게 하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냥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되었다. 나는 하고 싶은 것들이 많았다. 그러나 인생의 관문을 제대로 통과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하고 싶은 것에도 집중하기 어려웠다.


'학교만 졸업하면'

'취직만 하고 나면'

'결혼만 하고 나면'


그러고 나면 내가 원하는 것들을 실컷 할 수 있을 줄 알았다. 행복할 줄 알았다. 그러나 그렇지 않았다.


뒤쳐진 속도를 따라잡느라 스스로를 행복하게 하는 데 시간을 쏟지 못했다.  초조하고 불안해서 무작정 열심히 살았지만 사실은 항상 외로웠다. 허상을 쫓아 뛰느라 자신을 돌볼 시간을 전혀 갖지 못해 왔다.



 인생에는  시간 때가 있다.


나의 행복을 위한 시계는 세상의 시계와 달랐다. 나에게는 적절한 준비의 시간이 필요했다. 세상의 시계는 나를 기다려주지 않아도 나의 세상은 늘 나를 기다려주었다.


아침을 먹기 위해 공복으로 1시간을 걸으며 최고의 장소를 고심하는 일은 나에겐 행복을 위한 준비의 시간이었다.

덕분에 나는 매일 아침 행복했다.


적어도 그 아침 행사에 있어서 다른 사람들 눈치 보지 않았었다. 적절히 타이밍을 봐서 쏙 빠져나오면 그만이었다. 잔소리를 좀 들을지언정 아무도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신경 쓴다 해도 그것은 내 몫이 아니다. 상대방의 몫으로 남겨두고 툴툴 털고 나가버리면 된다.


결국 어떻게든 걸어내야만 하는 인생길이라면 세상의 시계 말고 내 시계에 맞춰 나를 가장 행복하게 하며 살아가야 한다.


내가 원하는 삶을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날 이후, 나는 다시 행복해지기로 결심했다.

진짜 원하는 것에 귀를 기울이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여행 질문서 추가 질문

"무엇이 오늘 당신을 가장 행복하게 할까요?"

"역시 멋진 장소에서 즐기는 아침 식사!"




하루는 짧고 인생은 더 짧다.

노선을 명확히 하자.

엉뚱한 곳에 주의를 빼앗기지 말자.


다른 사람과 의미 없이 비교하고 경쟁하고 초조해하는데 시간 쏟지 말자. 그것은 나의 영혼을 갉아먹고, 나의 행복을 빼앗는 의미 없는 짓이다.



스페인의 핫초코와 추로스도 을매나 맛있게요!



다음날 아침,


나는 어김없이 공복으로 1시간쯤 걸으며 아침 식사 장소를 골랐다. 잔디가 넓게 깔려 있는 정원에 나무로 만든 식탁에 앉아 아침을 먹었다. 바람이 불자 머리카락이 흔들렸다.


바람이 내 얼굴을 쓰다듬는 듯했다.

그러고 보면 바람은 항상 내 곁에 있었는데 허겁지겁 사느라 쓰다듬어주는지도 모르고 살았다.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에 귀 기울이기로 결심한 후 어느 때보다 행복해졌다.


커피가 식어갈수록 맛이 오묘하게 변하는 것을 느꼈다.

오믈렛 조각의 크기에 따라 맛은 달라지는 것을 느꼈다.

꽃 속에 한 세기를 더 살아갈 생명이 숨 쉬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저 행복해도 괜찮아.



나보다 훨씬 오래 살았을지도 모르는 그 생명은 내게 괜찮다고 말하고 있는 듯했다. 내게 가장 중요한 것을 하며 하루를 보내야 행복한 삶이라고 했다.


그러고는 일어나서 또… 내가 좋아하는 대로.  


뭐 조금 늦게 도착하면 어때?

가는 동안 즐거우면 그게 더 행복한 인생이지.



여행 질문서

당신을 행복하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여행 질문서 추가 질문

"무엇을 하느라 행복을 놓치고 있을까요?


여행 질문서 추가 질문
 

"무엇이 오늘 당신을 가장 행복하게 할까요?"



송수연 코치는 10년간의 직장생활을 때려치우고 현재는 '어떻게 잘 살아야 할까?'라는 주제로 강연과 코칭을 하며 살고 있습니다. 당신의 '잘 삶'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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