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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수연 Mar 31. 2020

어려움을 이겨내는 최고의 방법  

어떻게 문제를 해결하고 있나요?

어떻게 문제를 해결하고 있나요?


인생의 진정한 비극은
우리가 충분한 강점을 갖고 있지 않다는 데 있지 않고,
 
오히려 갖고 있는 강점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는 데 있다.

-벤자민 플랭클린



프랑스길(France route)의 출발지 생장에서 나를 찾는 여행은 시작된다.


나는 피레네 산맥 초입에 자리 잡은 나폴레옹이라는 이름의 오래된 알베르게에 묶었다. 알베르게(albergue)란 스페인어로 숙소라는 뜻인데 이곳의 알베르게는 숙소 그 이상의 특별함이 있다.


그중 가장 특별(?)하다고 말할 수 있는 점은 숙박객은 예외 없이 모두 눈 뜨자마자 떠나야 하며 연박이 안된다는 점이었다. 그래서 오전 9시면 텅텅 비고 오후 1시쯤부터 여행자들이 다시 몰려들기 시작한다.  


내가 묶었던 알베르게는 어쩐지 축축한 느낌이 드는 곳이었다. 기분 탓이었는지 몰라도 아늑한 맛이라곤 전혀 없었다. 나는 완전히 잠을 설쳤다. 파리에서 기차를 두 번이나 타고 온 터라 피곤해서 바로 곯아떨어질 줄 알았는데 오히려 그 반대였다.


온 신경이 바짝 곤두서고 심장이 쿵쿵 두근거렸다. 두려움인지 설렘인지 분간할 수 없을 만큼 복잡한 심경이었다. 그런 심경이던지 말던지 내일 당장 1,429m 높이의 피레네 산맥을 25km를 걸어 넘어야 한다.


거사를 앞두고 있으니 어떻게든 잠을 청해보려고 하였으나 쉽지 않았다. 그렇게 뒤척이다 시계를 보니 어느덧 새벽 6시가 되었다.



첫날의 아침 식사

찬물로 세수를 하니 정신이 번쩍 든다. 출발 준비를 마치고 마당으로 나가니 빵과 커피, 치즈 등의 아침 식사가 준비되어 있다. 숙소 주인은 식사 값으로 손가락 네 개를 들어 보인다. 4유로가 한화로 어느 정도의 돈인지 계산을 좀 해보려다가 그만두었다.


빵을 와구와구 먹으며 다른 여행자들이 서둘러 피레네 산맥을 오르는 모습을 감상했다. 삼삼오오 걷고 있는 걸 보니 숙소에서 친구들을 만든 모양이다. 체할 것 같다.


이제 곧 시작된다. 800km의 여정이...


프랑스에서 스페인으로 가는 길, 피레네 산맥을 넘어갑니다.


주인에게 4유로를 건네주고 알베르게를 떠나 피레네 산맥으로 향하는 좁고 긴 언덕을 걸어 오르기 시작했다.  


언덕을 오르며 마을을 내려다보았다. 컴컴한 새벽 회색 구름이 온 마을을 뒤덮은 것 같다. 만약 이 길이 인생의 길이라면 첫날의 광경으로 적당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무렵 멀리서 오렌지 빛 태양이 뜨기 시작했다.


매일 그날의 해가 뜬다.



그러고 보면 매일 그날의 태양이 뜨는데 별로 자세히 본 적이 없다. 매일의 태양이 새롭게 뜬다. 괜히 감격해본다.

생각해보면 진실이다.


어제와 같은 날은 없다. 매일이 다르다.

그래서 오늘 하루는 선물이다.


이번 여행도 내겐 선물이다.

내 마음이 갑갑했던 이유를 조금은 찾아낼 수 있을까?


노란 화살표가 가리키는 방향을 따라 오르막을 계속 걸어 올랐다. 공기는 깨끗하고 구름은 몹시 가까이 있는 듯해서 몇 걸음만 더 걸어 오르면 내 몸이 구름 끝에 닿을 것 같다.


길을 따라 계속 걸으면서 생각했다. 내가 이 곳에 온 이유에 대해서….  



문제의 탄생

실은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기로 결정했을 당시 나는 매우 어려운 시간을 보내는 중이었다. 인생에서 큰 실패를 겪은 이후였다. 나는 오그라져가고 있었다. 그러나 오그라지고 싶지 않았다. 두 마음은 기겁하리만큼 다퉜고 비난했고 모욕했다. 혼란스러웠다. 어떻게든 내 안의 소용돌이를 잠재워야 했다.


무언가 명확히 선택해야 했다. 그러나 방법을 몰랐다. 시간이 해결해 주리라는 막연한 기대나 낙관주의로 시간을 흘려보내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떠나온 것이다.


대체 난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여행 질문서

"당신이 가장 어려웠을 때 어떻게 해결했나요?"

"대학 중퇴 상태에서 머물지 않고 학교를 다시 들어가 무사히 졸업한 일."




당시 나는 유학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러나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모든 계획은 무산되었었다. 대학은 2학년 1학기 중퇴 상태로 재입학이 불가했다. 학과는 내 기대와 달랐고 학점은 엉망이었다. 무엇보다 자율적인 대학 생활은 내게 완전히 새로운 세상이었다. 수업 대신 컴퓨터실에 처박혀 있었고 여행을 했다. 자유를 누리는 만큼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을 배우기 전이었다.


어쨌든 나는 진퇴양난인 격이 되었다.



돈이 없으니 벌어서 떠날 것인가?

대학을 다시 입학할 것인가?

고졸로 남을 것인가?


안타깝게도 이 모든 대안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우리 집은 빚을 갚기 위해 허름한 작은 집으로 이사했다. 나는 어느 회사에서 사무직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회사에서 퇴근하면 곧장 버스를 타고 또 다른 아르바이트를 하러 갔다. 밤이 되면 집에 왔다.


나의 21살 여름이었다.


아르바이트를 한 지 3개월이 되어서 깨달았다. 내가 돈을 벌어 유학을 간다는 대안은 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전혀 쉬지 않고 일한 대가로 수중에 500만 원이 있었고 그것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대학에 다시 가자.


그러나 수능은 끔찍했고 그나마 덜 끔찍한 방법인 편입을 선택했다. 아르바이트를 하며 편입 학원을 다녔다. 사이버 수업을 듣고 자격증을 땄다. 한 달에 하나씩 마구 땄다. 학점을 모아 1년 만에 학사를 취득하고 학사 편입을 했다. 그리고 무사히 졸업했다.


나는 지금도 꿈을 꾼다. 내가 아직도 졸업하지 않은 꿈. 졸업해야 하는데... 하고 꿈속에서 어쩔 줄 몰라하다가 깨어나 '졸업해야 하는데....' 하고 몽롱해 꿈에 젖어있다. 그러다 문득 부모님, 동기들과 모여 졸업식 사진을 찍었던 장면이 떠오르고서야 안심을 하는 것이다.


'맞다. 나 졸업했지.'     


지금은 대학원도 졸업하고 굉장히 오래된 일 같지만 그때 정말 끈질겼다. 아침 7시에 학원 수업을 돈 주고 수강하면 안 일어날까 봐 조교 아르바이트를 했다. 아르바이트는 억지로라도 일어나야 하기 때문이다. 칠판도 닦고 자습실도 관리하고 학원 매거진에 글도 썼다. 그렇게 공부했던 것이 훗날 취업하는데 좋은 영향을 끼쳤다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되었다.  



잘난척하고 퇴사하더니

꼴이 저게 뭐야  

10년의 직장 생활을 뒤로하고 프리랜서로 전향했을 때도 비슷했다. 매일 밤 뜬 눈으로 지새웠었다. 자다가도 벌떡벌떡 일어났다. 머리맡에 화이트보드를 두고 잤다. 자다가 갑자기 생각난 아이디어를 빠르게 적어둘 수 있도록.  


이미 레드오션 직종인 강사, 인맥도 경험도 없는 삼십 대 중반의 나. 승산도 없는 게임을 시작한 것이 아닐까 싶어 초조하고 불안했다. 통장 잔고가 줄어드는 속도만큼이나 자신감도 빠르게 떨어져 갔다.


이래 봬도 대한항공에서 잘 나가던 승무원이었는데... 회사에서도 인정받는 인재 취급을 받곤 했었다. 나의 제안에 항공사 기내 방송문도 새로 만들어졌었다. 그러나 반복되는 업무가 너무나도 지루했다. 모든 자격을 다 따고서도 만족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 퇴사했다. 다른 대단한 걸 하고 싶어서.  


‘잘난 척하고 퇴사하더니 꼴이 저게 뭐야…?’


도처에서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분명 나는 자만했었다. 회사 밖은 만만치 않았고 나는 이 세계에서 조무래기에 불과했던 것이다.  


하루하루가 막막했던 나는 또다시 끈질기게 시도하길 선택했다. 어제보다 더 긍정적인 생각을 하고 (생각도 습관이다) 적극적으로 하고자 하는 것에 매달렸었다. 잘 안된다 싶어도 그냥 계속했다



여행 질문서 추가 질문

"그때 당신이 발휘했던 강점이 무엇이었나요?"

"끈기"



전단지를 만들어 이메일을 돌리고 고객들을 모집했다. 매일 코칭 세션에 대한 리뷰를 하고 내가 무슨 일을 새로 시작했는지 적극적으로 홍보했다.  1시간짜리 코칭 강의를 일주일을 들여 준비했다. 그렇게 받은 좋은 평가는 다음 강의의 기회로 이어졌고 또 그다음의 기회로 이어졌다. 그러면서 나는 내 안의 가장 큰 강점을 발견했다.


그렇다. 끈기였다.

나는 나의 강점인 끈기를 발휘하여 그동안의 문제를 해결해 왔던 것이다.



여행의 시작, 인생의 시작 프랑스 생장.



나의 가장 강력한 헬퍼

나의 강점.   


나는 이번 문제에도 내 강점인 끈기를 발휘하겠다고 선택했다. 그리고 옳은 선택으로 만들어나가겠다고 다짐해본다. 매일 조금씩만 더 성장하자고 다독이며 끝내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소중한 사람이다. 내가 배우고 가르치는 대로 행할 것이다. 반드시 굳건히 회복할 것이다.  


"당신이 가장 어려웠을 때 어떻게 해결했나요?"




당신이 가장 어려웠을 때 어떻게 이겨냈는지 떠올려보자. 그것이 당신에게 가장 승산이 높은 해결 방법이 될 것이다.

 


여행 질문서

"당신이 가장 어려웠을 때 어떻게 해결했나요?"


여행 질문서 추가 질문

"그때 당신이 발휘했던 강점이 무엇이었나요?"


송수연 코치는 10년간의 직장생활을 때려치우고 현재는 '어떻게 잘 살아야 할까?'라는 주제로 강연과 코칭을 하며 살고 있습니다. 당신의 '잘 삶'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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