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쉬고 있나요?
당신의 몸과 마음은 괜찮은가요?
만성피로?
만성피로 증후군, 이 병은 현대인의 병이라고도 불린다. 최소 6개월 이상 피로가 누적되면 자율신경계에 이상이 생긴 것이다. 밖에서 치열하게 일하다가도 집에 오면 서서히 이완되어야 한다. 심장박동과 호흡이 느려지고 편안한 상태가 되어야 하는데 여전히 긴장되어 있다. 몸은 쉬고 있으나 정신이 계속 일하는 상태에 머무는 것이다.
하루 이틀 푹 쉬면 피로가 풀려야 하는데 며칠을 쉬어도 피로감이 가시지 않는다. 원인도 알 수 없다. 뚜렷한 증상 없이 크고 작은 통증을 느끼게 되는 참말로 골치 아픈 병, 만성피로 증후군이다.
4개 이상이면 만성피로일 가능성이 높다.
이유를 알 수 없는 통증과 무기력증으로 꽤 오래 앓았다. 어느 여름, 증상이 심해져 병원 갔더니 만성피로 증후군이라고 했다. 치료 방법은? 잘 먹고 잘 쉬고 잘 자는 것.
그동안 쌓여 있던 답답함 때문이었을까? 치료 방법에 갑자기 분노가 치밀었다.
‘아니, 선생님 도대체 잘 쉰다는 것이 뭔가요? 저는 평소 힘들게 일하지도 않고 자주 쉽니다. 제가 아예 일하지 않아야 하나요? 도대체 무엇이 명확히 쉬는 건가요?’
절망적이었다.
대체 나더러 어쩔라고!!!!
바짓가랑이만 안 잡았을 뿐 절규에 가깝게 호소하자 의사 선생님은 난감해하시며 "참... 그러게요…."라며 죄송해하셨다. (이 자릴 빌어 선생님 죄송합니다.)
그렇다면,
대체 무엇이 잘 쉬는 행위일까?
쉬지 못한 채 살아왔다면 이유는 무엇일까?
그리고 어떻게 해야 잘 쉴 수 있는 것일까?
여행 질문서
"지금 몸도 마음도 잘 쉬고 있나요?"
"오랫동안 쫓기는 듯 살아서인지 긴장이 습관이 되었습니다. 항상 속이 바빴습니다. 몸은 쉬어도 마음까지 편히 쉬지는 못했었나 봅니다."
쫓기듯 사는 인생
산티아고 순례길은 매일 20~30km씩 꾸준히 걸어야 30여 일 만에 무사히(?)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다. 100m라도 조금씩 더 걸어 갚아나가지 않으면 고금리 이자가 턱턱 쌓이는 기분이 든다.
초반엔 매일 빚쟁이에게 쫓기는 기분이었다. 오늘 더 쉬면 내일은 그만큼 더 걸어야 원금을 조금이라도 갚는 느낌? 비명을 지르는 다리를 어르고 달래 걸려야만 비로소 마음이 놓였다.
아니, 도대체 여긴 뭐 하러 온 건지?
어째서 스스로를 더 괴롭히게 된 건지?
난 이러려고 여기 온 게 아닌데?
산 길을 오르던 어느 날, 어김없이 종아리가 마구 비명을 지르고 있었지만 어르고 달래 한 시간째 걸리고 있던 중이었다. 마침 산 중턱 양지바른 곳에 자그마한 식당이 나타났다. 아침을 먹지 못한 참이라 반갑게 기웃거리다가 음료를 시켜놓고 앉아있는 한국인 무리와 눈이 마주쳤다.
스무 살 정도 되어 보이는 한국 여학생들이었다. 빨갛게 달아오른 모습이 힘들어 보여 안타까웠다. 그렇잖아도 그간 여러 번 마주쳤는데도 인사 한 번 제대로 나눈 적이 없는 것 같아 용기 내 말을 건넸다.
“여기는 어떻게 오게 되었어요?”
“모르겠어요. 언니가 가자고 해서…”
“저는 이 친구가 간다고 해서 같이 가기로 하고…”
“아이고! 그랬군요. 좀 걸을 만한가요?”
“아니요………”
헉. 아니요 라고 할 줄이야…!
한 명은 정말로 끌려온 모양 었는지 여기 왜 왔는지 모르겠다며 툴툴거렸다. 예쁜 얼굴이 잔뜩 일그러져있었다. 그러다 조금 민망해하며 이렇게 얘기했다.
“그런데...."
(꿀꺽)
"저희 너무 많이 자주 쉬지요?”
"..."
그러고 보니 마주칠 때마다 그녀들은 쉬고 있었다. 어느 날엔 바위 위에 앉아서, 어느 날엔 벤치에서, 또 어떤 날엔 바닥에 주저앉아 있었다. 그녀들은 자신들의 잦은 휴식에 대해 불편함을 느끼고 있는 듯했다. 사실 내 마음도 별반 다를 것이 없었다.
대체 왜 이렇게 열심일까?
왜 하는지, 왜 사는지, 왜 이렇게 살아야 하는지도 모르게 무작정 열심히 산다. 마치 하루하루 빚 갚는 기분으로 가슴을 그러쥐며 산다. 그렇게 사는데도 가슴속엔 허망함이 가득하다.
어째서일까? 잠시의 휴식에도 죄책감을 느끼는 이유는? 무엇을 위해서 이렇게 열심히 지내고 있을까?
열심병도 습관이다.
오랜 시간 다져온 습관이라면 더욱 벗어나기 어렵다. 행복한 삶을 향해 달려가지만 현재는 어딘가 덜 행복하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인 셈이다.
여유 있는 삶은 언제 오나요?
이렇게 버티면 언젠가 오긴 오는 건가요?
어떤 삶이 여유 있는 삶인가요?
진정으로 바라는 삶이 무엇인지도 모르면서, 어디로 달리는지 모르고 열심히 달려가는 우리들. 열심히 현재를 납부하며 사는 인생에 진정한 휴식이 있을까? 뒤처지지 않으려 열심히 뛰면 언젠가 뒤처지지 않게 되는 것일까?
나는 집에서 수백 킬로나 떨어진 산티아고 순례길에서도 여전히 조급함을 느끼며 열심히 살고 있는 것이다.
참내, 좀 쉬면 안 되나요?
빨리 가야 하는데
부르고스에서 버스를 타고 몇 시간 정도 가면 빌바오라는 도시를 만날 수 있다. 이곳은 작고 아름다운 도시로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찾는 명소이다. 특히 구겐하임 미술관의 독특한 내부 구조를 직접 보기 위해 찾아온 건축가들이 새로운 영감을 얻는 곳이기도 하다.
빌바오를 구경하는 데는 1박 2일이면 충분하다. 그러나 순례자들은 빌바오를 구경하는 것을 포기하곤 한다. 열심히 걸어야 하는 순례길에서 벗어나 쉬는 것이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부담스럽긴 나도 마찬가지였다.
빌바오가 단 몇 시간 거리에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심장이 두근거렸지만 경로에서 벗어나는 것이 괜찮을지 고민했다.
빌바오를 들르면 무려 40km나 뒤쳐지게 된다.
48시간이나 쉬게 되는 셈이다.
정말 괜찮은 걸까?
생각은 또 엉뚱한 곳으로 가고 있었다. 생각의 습관을 알아차리지 않으면 목적을 잃고 아무거나 쫓게 된다. 무작정 열심히 하게 된다. 지금 하는 모든 행위의 원래의 목적으로 회귀해야 한다.
여행의 목적은 내 삶의 행복을 찾는 것.
만일 여기서 행복할 수 있다면 내 삶의 나머지 시간도 행복하게 살 수 있을 테다.
자. 갑시다.
지금 당장 행복해집시다.
행복, 내 손안에 있소이다.
빌바오로 가는 길에 나는 한껏 행복해졌다. 여행에서 좀 뒤처지면 뭐 어떤가? 남은 시간을 더 즐겁게 걸으면 되지. 오늘이 즐거우면 내일도 즐겁다. 행복은 그저 오는 것이 아니라 행복하기로 당장 선택하는 데 있기 때문이다.
행복하려거든
지금 당장 행복하자.
실제로 본 구겐하임 미술관은 정말 멋있었다.
미술관 앞 젤라또 가게의 꽃잎처럼 쌓아 올린 젤라또를 먹으며 감탄했다. 미술관의 특별 전시를 관람했고 저녁에는 노을 진 강둑을 걸었다. 노랗고 파란 원색의 건물들이 줄지어 서있는 강변의 거리가 마치 영화 속 장면 같아 내가 영화 속에 주인공이라고 된 듯한 기분이 들었다.
태양은 강물에 반사되어 반짝였고 여행자들은 샹그리아를 마시며 즐거워했다. 그들의 웃음소리가 빌바오 광장을 가득 메웠다.
빌바오에 도착하자마자 제일 먼저 젤라또를 사 먹었다.
휴식은 자신을 돌보는 일
자신을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은 쉼에 인색하지 않다.
쉼은 자신을 돌보고 보살피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선물이고 충만한 경험이다.
쉬어도 괜찮다. 인생의 끝은 죽음.
아무도 쫒아오지 않는다.
혼자 괴롭기 보다 사는 동안 즐거운 편이 훨씬 낫다.
나는 여행을 하며 스스로를 행복하게 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행복하게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 왜 내가 그토록 피로감에 시달렸는지 알 수 있었다.
아무것도 안 해도 피곤한가?
어딘가 콱 막혀있는 듯 답답한가?
해도 해도 끝이 없는 쳇바퀴 돌리는 기분인가?
만일 그렇다면 스스로에게 질문해보자.
‘나는 잘 쉬고 있는 걸까?’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당신의 몸과 마음을 돌볼 수 있는 것은 오로지 당신뿐이다.
행복은 당신의 선택에 달려 있다.
만일 해답을 찾았다면 그것이 무엇이든 고민하지 말고 즉시 실행해보자. 그래야 지금 이 순간에도 행복하고 미래에도 행복할 테니까!
여행 질문서
"지금 잘 쉬고 있나요?"
송수연 코치는 10년간의 직장생활을 때려치우고 현재는 '어떻게 잘 살아야 할까?'라는 주제로 강연과 코칭을 하며 살고 있습니다. 당신의 '잘 삶'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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