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삶은 누구의 것인가요?
네 운명을 사랑하라.
도보 여행의 묘미 중 한가지는 다양한 사람들을 가까이에서 마주친다는 것이다.
근육질의 사람과 다리 한쪽을 저는 사람, 80세 노인과 열살배기 아이를 같은 길 위에서 만난다. 모두 가슴 속에 저마다의 소망을 품고 묵묵히 길을 걸어간다.
출발하는 날이 같아도 도착하는 날은 다르다. 각자의 상태가 다르기 때문이다. 그런 생각을 하면 괜히 가슴이 뭉클하기도 했다.
그러나 처음부터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초반에는 사람이 눈에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내 몸 하나 건사하기 바빠 누가 옆을 지나가도 몰랐었다.
생소한 음식을 시켜 먹는 일, 아무도 없는 산길에서 마을로 가는 길을 찾아내는 일, 벌레가 없는(적어도 그렇게 보이는) 숙소를 고르는 일 등 많은 것이 새로워서 사람을 의식할 새가 없었다.
저녁이 되면 별빛처럼 잠이 쏟아져 내렸고 아침은 쏜살같이 찾아왔다. 부지런한 여행자들의 배낭 꾸리는 소리에 억지로 일으킨 온몸은 천근만근. 다음 목적지까지 또다시 걸어내야 하는 하루가 기대되면서도 두려웠다.
그렇게 몇일쯤 걷다 보면 드디어 몸이 새로운 삶에 적응하게 된다. 뜨겁게 부었던 다리가 조금씩 식어가고 불어 터진 발바닥이 조금씩 단단해진다. 씩씩하게 일어나 힘차게 배낭을 메게 될 무렵, 그제야 주변의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나만 왜 느려?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할 무렵 난 뭔가 이상한 낌새를 알아차리고야 말았다.
내 걸음이 너무 느리다는 것을.
분명 모두 같은 시간에 출발했는데 그들은 항상 벌써 도착지에 도착해 쉬고 있었다.
좁은 길을 걷는 내 옆을 무참히 스쳐 지나 저 멀리 떠나가버리는 자여...
누군가를 의식하며,
행복을 잃다.
그 좁디 좁은 들 길을 걸으며 작게 긴장해있다가 누군가의 발자국 소리가 들려오면,
'앗 또냐. 또 나를 지나쳐 가는거냐?'
그 생각이 끝나기도 전에 내 옆을 스쳐 지나 멀리 사라져 갈 때 그 기분이란...!
초조, 답답, 못마땅...
정말이지 다양한 사람들이 내 옆을 성큼성큼 스치다 멀어졌다. 심지어 한 쪽 다리를 저는 그 여행자 마저도...
80세 노인이 활짝 미소를 지으며 내 옆을 지나쳐 갈 때… 아니 할아버지까지?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
즐겁지 않았다.
걸음이 느린 탓에 손해를 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빠르게 걷고 싶었다. 적어도 바로 앞에 있는 저 사람보다는 빨리 걷고 싶다는 생각이 들자 곧 실행에 옮기기로 작정한 것이다.
속도를 내어 빨리 걸어보았다.
방법은 간단하다. 다리에 힘을 꽉 주고 보폭을 크게 하고 성큼성큼 빠르게 걷는 것이다. 그렇게 앞서가던 한 사람을 따라잡았다. 마음 속에서 묘한 희열이 느껴졌다.
...제쳤다.
그렇게 몇 명 따돌리니 잠시 앉아 쉬는 시간도 아까워졌다. 잠깐 쉬고 있는 그 새를 못 참고 내 옆을 지나쳐 가는 경쟁자들의 인사가 반갑지 않았다.
그리고,
내가 지독히도 경쟁적인 삶에 익숙해져 있는 걸 알게 되었다.
지독히도 경쟁적인 삶.
오늘은 방금 제친 사람의 것보다 더 나은 침대에서 잘 수 있게 되었을까?
그렇게 잔들 내 마음이 편할까?
그런 마음으로 이 길을 걷는다면 대체 그게 무슨 의미일까?
이 삶은 누구의 삶인가?
경쟁하기 시작하면 이 길은 더이상 즐겁지 않다.
내 길의 의미가 온데간데 없어지고 만 것이다.
당신을 마음을 흔드는 누군가로 인해 기뻤다가 슬펐다가 괴로웠다가 하는가?
당신이 주도하지 못하는 그 인생은 대체 누구의 인생인가?
여행 질문서
"당신의 삶은 누구의 삶인가요?"
"제 삶은 온전히 나의 삶이 아니었습니다. 저는 때론 얼굴도 모르는 사람으로 인해 하루를 완전히 망치기도 했으니까요."
당신은 지금 누구의 길을 걷고 있나요?
누군가로 인해 불행하고
누군가로 인해 초조하고
누군가를 제쳐야만 즐거울 수 있다면....
그 길은 나의 길인가?
대체 이 길을 걷는 이유가 무엇인가?
주객이 전도된 꼴이다.
나도 내 길을 음미하며 걷고 싶었다.
그러나 갑자기 생긴 경쟁심 덕에 그 길은 더 이상 내가 음미할 수 없는 길이 되었다.
전혀 즐겁지 않은 여행.
내 인생이 즐겁지 않았던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었다.
내 길을 걷게 된 이후 음미할 수 있게 된 카페콘레체. 너무 맛있었어요.
나는 내 길을 걷기로 했다.
출발한 날이 같다고 도착하는 날도 같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더 빨리 도착한다고 해서 더 행복한 삶도 아니다.
가는 동안 얼마나 즐거웠는지가 중요하다.
한걸음 한걸음을 내 식대로 내딛고서야 자연의 선물을 만끽할 수 있었다. 드디어 휴식이 휴식 다워졌다.
그런 삶이 내가 바라는 삶이었다.
그의 걸음과 내 걸음을 비교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경쟁자가 아닌 조력자가 된다.
만일 좁은 산길이나 광활한 들판 길을 걸을 때 내 옆을 아무도 지나가지 않았다면 어땠을까?외로움을 넘어 공포를 느꼈지도 모른다. 너무 고요한 공간은 때론 평온함 대신 두려움을 주기도 하니까.
그러고보면 그들은 지나치며 내게 인사했고 우린 생존을 확인한 셈이다.
내 마음에 달렸다.
먼저 가는 사람을 경쟁자로 보면 거리를 좁혀오는 것이 불편하다. 나를 따라잡고도 모자라 앞으로 총총 사라지는 뒷모습을 바라보면 억울하고 밉다.
그러나 그를 조력자로 생각하면 거리가 좁혀져 올 때 반갑다.
왜냐하면 :-)
1. 그는 나를 외롭지 않게 해주는 고마운 사람이고,
2. 내게 인사하고 응원해주는 사람이며,
3. 광활한 들판에서 위험하지 않도록 도와줄 조력자이기 때문이다.
그렇다.
우리도 모두 조력자이자 멋진 친구가 될 수 있다.
서로를 시기하거나 무리하게 경쟁하지 않고 자기 길을 멋지게 걷는다면 말이다.
여행 질문서
"당신의 삶은 누구의 삶인가요?"
송수연 코치는 10년간의 직장생활을 때려치우고 현재는 '어떻게 잘 살아야 할까?'라는 주제로 강연과 코칭을 하며 살고 있습니다. 당신의 '잘 삶'을 응원합니다.
* 다른 질문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