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1 21R
압도적인 선두 울산이 올해는 달라 보였다. 만년 2위 타이틀을 벗어던지기 위해 폭풍 영입을 했고, 엄청난 상승세로 전북을 제치고 1위를 질주했다. 하지만 이제 2위 전북과의 승점차는 고작 2점이다. 득점왕 주니오를 벤치에 앉히는 깜짝 전술을 들고 나온 울산은 또 한 번 전북에 덜미를 잡혔다. 경기 시작과 동시에 바로우에게 실점했고, 경기 막판에 주니오가 한골을 따라붙으며 전구단 득점 성공이 유일한 위안거리였다. 2번의 맞대결에서 모두 지며, 전북 징크스를 떨쳐내지 못했고 이런 불안함은 파이널 라운드에서도 이어질 수 있다. 한편 대구 역시 기나긴 도전 끝에 K리그 팀 통산 200승 달성에 성공했다. 에이스 세징야 역시 리그 통산 21번째 40골-40도움 클럽에 가입했고, 팀의 파이널 A 진출을 확정 지었다.
절대적인 꼴찌 인천이 올해는 달라 보였다. 봄여름 극심한 부진을 딛고 가을이면 극적으로 살아남던 '생존왕' 이미지가 있었지만, 올해는 지독한 무승이 이어졌다. 주전들의 줄부상, 연이은 PK 헌납, 감독 사퇴, 주전 공격수의 침묵. 악재가 끝없이 이어졌고, 코로나 19로 라운드까지 축소되어 모두가 뒤집기 불가능하다고 점쳤다. 하지만 인천은 서울까지 송시우의 결승골로 꺾으며 6경기에서 4승 1무 1패를 거뒀다. 11위 수원이 골 결정력 부재를 노출하며 포항과 비기는 사이, 이제 인천과 수원의 승점차는 '0'이다. 조성환 감독 부임 때만 해도 8점 차나 나던 승점이 이제는 동률-다득점으로 비교하는 위치까지 왔다. 막바지 상승세가 꺾이지 않고 승점 6점짜리 맞대결에서 인천이 이긴다며 마법 같은 '생존'은 더 이상 허무맹랑한 꿈이 아니다.
울산의 올 시즌 20경기 중 패배는 단 한번, 전북과의 맞대결이었다. 조현우, 이청용, 윤빛가람 등 우승을 위해 영입한 선수들이 고르게 활약하며 맞대결 패배의 충격을 잊고 단독 1위를 달리고 있었다. 반면 전북은 최근 1무 2패로 추격의 원동력을 잃은 듯 기세가 좋지 않았다. 특히 김진수의 이적 이후 전체적인 수비 균형이 무너지고, 공격 상황의 크로스도 부정확했다. 하지만 울산과 전북의 99번째 더비는 기존 성적은 전혀 상관이 없는 외나무다리 승부였고, 두 팀 모두 깜짝 선발을 내세웠다. 모라이스 감독은 교체 카드 1장을 포기하면서 U22 선수 대신 구스타보, 바로우, 한교원 등 최상의 스쿼드로 배수의 진을 쳤다. 경고 누적 결장을 우려해 지난 라운드에 쉬었던 손준호가 다시 중원에 섰다. 이에 맞선 김도훈 감독은 득점왕 주니오를 벤치에 두고 어린 박정인을 최전방에 세웠다. 또한 원두재를 수비형 미드필더가 아닌 센터백으로 기용했고, 지난 라운드에 쉬었던 홍철, 불투이스, 윤빛가람을 선발 투입했다. 양 팀 모두 단순한 1경기가 아닌 우승의 향방이 놓인 분수령이란 걸 알기에 변칙적인 전술을 택했다.
경기 시작과 동시에 의외의 장면이 펼쳐졌고, 90분 전체를 지배할 선제골이 나왔다. 전반 1분 바로우가 측면에서 페널티 박스를 향해 낮고 강한 크로스를 올렸다. 빠르게 침투하는 한교원을 의식해 조현우가 각을 줄이며 나왔지만, 오히려 한교원까지 지나 공은 그대로 골대로 빨려 들어갔다. 예상 못한 이른 실점에 울산은 공격적으로 라인을 올리고, 전반 27분 만에 주니오를 투입해 전진 패스를 연결했다. 발 빠른 홍철, 김태환이 적극적인 오버래핑을 시도하고, 윤빛가람이 날카로운 프리킥을 날렸지만 송범근의 선방에 막혔다. 전반 종료 직전 코너킥 상황에서 흘러나온 공을 불투이스가 슈팅했지만 송범근의 슈퍼세이브가 또 한 번 빛났다. 뒤이어 골대를 맞고 나온 공을 원두재가 제대로 슈팅으로 연결하지 못하며, 울산은 결정적인 동점 기회를 놓쳤다. 전반전 슈팅을 10개나 시도할 정도로 파상공세를 펼쳤지만 결국 동점에 성공하지 못하며 지긋지긋한 '전북 징크스'가 떠올랐다.
후반전 시작과 동시에 울산은 김인성을 투입하고, 수비라인을 더욱 끌어올렸지만 이는 전북의 빠른 역습에 오히려 먹잇감이 되었다. 후반 11분 쿠니모토의 스루 패스를 바로우가 돌파 후 중앙으로 연결해 한교원이 깔끔한 추가골로 마무리했다. 무승부만 거둬도 사실상 유리했던 울산은 조급해졌고, 비욘존슨까지 투입했지만 종료 직전 얻어낸 PK 만회골에 만족해야 했다. 주니오 역시 전구단 상대 득점에 성공했지만, 울산과 전북의 승점차가 2점으로 줄어든 상황이라 마음껏 웃을 수도 없었다. “선수들은 최선을 다했다. 이번 패배는 감독의 잘못”이라 인터뷰한 김도훈 감독의 말처럼 변칙 전술은 결국 실패로 끝났다. 이른 시간 결국 U22 공격수를 빼고 주니오를 투입했고, 중원 싸움에 밀리자 원두재를 다시 올리는 등 빠르게 변화를 노렸지만 아쉬운 선택의 결과를 되돌리기엔 전북이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울산은 반드시 다음 전북전 복수에 성공해야만 반쪽짜리가 아닌 완전한 우승을 거둘 것이고, 전북의 자신감은 이번 승리를 계기로 더욱 끌어오를 전망이다.
9월 들어 가장 핫한 팀은 광주FC다. 대구, 울산, 전북, 상주 상위권 팀들이 이어지는 일정에 고전할 게 예상되었지만, 결과는 7경기 무패였다. 대구 울산, 전북 우승 경쟁팀에 나란히 무승부로 고춧가루를 뿌렸고, 경기력만 놓고 보면 승리가 아니라 비긴 게 아쉬울 지경이었다. 광주는 펠리페를 중심에 두고 두현석, 엄원상이 측면 지원을 맡았고 박정수-임민혁-여름으로 중앙을 꾸리는 4-3-3 포메이션을 택했다. 역대급 성적을 기록 중인 상주 역시 3경기 무패(2승 1 무)로 전역 선수들의 공백이 느껴지지 않는 조직력을 뽐내고 있었다. 연령별 대표팀에서 돌아온 오현규가 최전방에 섰고, 문선민과 정재희가 적극적인 스위칭 공격을 예고했다. 지난 20라운드에 선발 출전해 무실점을 이끈 고명석 역시 권경원의 짝꿍으로 선발 출전했다.
상승세의 두 팀이 맞붙었지만, 조심스러운 탐색전을 펼쳤다. 듬성듬성 파인 잔디에 매끄러운 공격이 이어지지 못했지만, 위협적인 슈팅은 펠리페의 발끝에서 나왔다. 전반 13분 수비 실수를 놓치지 않고 엄원상이 공을 따내 패스했고, 펠리페는 정면에서 강력한 슈팅을 날렸지만 아쉽게 벗어났다. 패스 플레이로 슈팅 기회를 노리던 상주는 전반 42분 위협적인 슈팅을 시도했다. 키퍼가 쳐낸 공을 이동수가 침착하게 트래핑하고 강한 슈팅을 날렸지만 골키퍼 정면으로 향했다. 상주는 후반 시작과 동시에 오현규를 빼고 우주성을 투입하며 승리를 노렸고, 광주 역시 후반 11분 김효기를 투입하며 한골 승부를 예고했다. 상주는 문선민, 박용우가 연이어 슈팅을 하며 골문을 두드렸지만 세밀함이 부족해 선제골로 마무리하지 못했다. 특히 빈 골대로 문선민이 감아 찬 공을 광주 수비가 극적으로 막아내며 균형을 지켜냈다.
하지만 팽팽한 균형은 경기 종료 직전 무너졌다. 종료 직전 정재희가 결승골의 주인공이었다. 문선민이 측면에서 속도를 높여 파고들고 크로스를 올렸고, 이근호가 침착하게 트래핑해 패스를 넘겼다. 빈 골문 앞에서 정재희는 침착하게 공을 밀어 넣으며 승리의 주역이 됐다. 광주 수비수들은 실점 이후 일제히 손을 들며 핸들링 반칙을 주장했지만 심판 판정은 정상 득점이었다. 박진섭 감독은 "그 장면을 보지 못해서 뭐라고 하기는 어렵다. 우리 쪽에서 봤을 때는 등지고 있었다. VAR에서 제대로 봤을 것으로 생각한다. 인정해야 할 것 같다."라고 인터뷰했지만, 아쉬운 판정이었다. 광주의 무패 행진은 '7경기'에서 멈췄고, 상주의 행복 축구는 어느덧 승점 38점을 달성했다. 특히 K리그 2 도움왕 출신 정재희는 최근 4경기 2골로 더욱 자신감을 끌어올려 새로운 스타 탄생을 예고했다.
10위 부산(승점 21점)에게 파이널 A, B가 결정되는 2경기는 무척 중요했고, 그중 강원전은 특히 이겨야만 했다. 앞에 있는 서울(승점 24점) 광주, 성남(승점 22점)을 따라잡아야만 하는 상황에서 상대는 승점이 같은 강원이었다. 하지만 부산은 공격의 핵 이정협이 수원전에서 허리를 다쳤고, 수비를 이끌던 강민수도 발목 부상으로 나오지 못했다. 결국 빈치씽코를 선발 스트라이커로 기용했고, 도스톤벡의 짝으로 센터백 김동우를 낙점했다. 강원은 지난 홈경기 열악한 잔디 때문에 원하는 플레이를 하지 못하고 포항에 0대 3 완패했다. 김병수 감독은 고무열 대신 정석화를 김승대, 김지현과 스리톱으로 기용했다. 지난 7월 부산과의 맞대결에서 2대 4로 대패했던 기억이 있는 만큼 임채민을 중심으로 한 포백 수비도 안정적으로 꾸렸다.
전반은 볼 점유율을 60% 이상 가져간 강원의 리드가 이어졌다. 하지만 빠른 역습을 준비하고 안정적으로 수비에 나선 부산에 막혀 위협적인 장면은 없었다. 전빈 6분 골대 앞 혼전 상황에서 조재완이 슈팅까지 시도했지만 골대를 벗어났고, 전반 17분 신세계의 과감한 중거리 슈팅은 골키퍼 품에 안겼다. 부산은 호물로의 터닝 슈팅으로 기회를 노렸지만, 전반적으로 침착하게 무실점에 집중한 모습이었다. 밀어붙이던 강원의 답답함을 뚫어준 건 활발한 움직임을 보여준 조재완이었다. 후반 11분 이현식이 올린 크로스가 그대로 수비수를 지나갔고, 반대쪽에서 쇄도하던 조재완이 가볍게 논스톱 슈팅으로 골을 터뜨렸다. 3분 뒤 부산은 호물로가 날카로운 중거리 슈팅을 시도했지만 크로스바를 맞고 나오며 동점 기회를 놓쳤다.
동점이 급한 부산은 결국 후반 20분 집중력 있는 세트피스로 골망을 흔들었다. 호물로가 높게 올려준 공을 공격에 가담한 김동우가 헤더로 동점골을 만들었다. 침착한 위치 선정과 정확한 타점이 돋보인 순간이었다. 부산은 권혁규까지 투입하며 역전을 노렸지만 승부를 결정짓는 원더골은 후반 37분 이영재의 발끝에서 나왔다. 빈치씽코의 크로스가 골대를 맞고 나오며 위기를 넘기자 기회가 찾아왔다. 조재완과 원투 패스를 받은 이영재가 약 25미터 지점에서 왼발 중거리 슈팅을 날렸고, 아름다운 궤적을 그리며 골망을 흔들었다. 이영재의 시즌 첫 골이 가장 중요한 순간 제일 멋지게 터졌다. 강원은 끝까지 리드를 지키며 승점 3점을 따냈고 파이널 A 진출 희망을 키웠다. 반면 야속한 골대 강타 2번에 운 부산은 강등 위험을 벗어나기 위해 다음 전북전 승리를 다짐했다.
울산과 전북의 맞대결은 흥미진진했지만, 아마 다른 팀들은 인천과 서울의 경인 더비 결과가 더욱 궁금했을 것이다. 촘촘한 중위권, 자칫 미끄러지면 강등권까지 떨어질 수 있는 상황에서 꼴찌 인천과 6위 서울의 승패는 중요한 변수였다. 조성환 감독 부임 이후 3승 1무 2패로 완전히 상승세를 탄 인천은 홈으로 서울을 불러들였다. 오반석-양준아-김연수의 스리백, 아길라르-무고사의 투톱을 그대로 택했고, 출장 정지를 당한 정동윤을 대신해 강윤구가 선발 출전했다. 안정적인 3-1-4-2 전술로 우선적으로 골문을 지키고, 빠른 역습으로 무고사의 득점력에 기대를 걸었다. 게다가 2년 전에도 인천은 서울을 상대로 홈에서 승리하며 강등 탈출의 신호탄을 쏜 좋은 기억이 있었다. 이에 맞선 서울은 지난 수원과의 슈퍼매치 승리의 기세를 이어가려 했다. 오스마르-정현철로 중원을 안정적으로 구축하고, 활동량이 뛰어난 김진야와 조영욱을 측면에 배치했다. 아울러 지난 경기 결승골의 주인공 한승규 대신 오랜만에 한찬희를 선발로 내세웠다.
전반전에는 양 팀이 사이좋게 결정적인 골 찬스를 나눠가졌다. 전반 37분 서울이 먼저 골대를 맞추며 포문을 열었다. 양준아가 제대로 걷어내지 못한 공을 한찬희가 가슴 트래핑 이후 곧바로 왼발로 때렸는데 골포스트를 맞고 나왔다. 뒤이어 인천 무고사도 백패스를 가로채 골키퍼와 일대일로 붙었지만 양한빈의 끈질긴 선방에 막혔고, 뒤이어 코너킥에서 시도한 헤더도 아쉽게 빗나갔다. 득점은 나오지 않았지만 유기적인 패스 플레이로 압박을 풀어나가는 인천의 흐름이 나쁘지 않았다. 시즌 초반 센터백으로 나설 때와는 차원이 다른 탈압박, 패스 전개를 보여준 문지환과 최전방에서 안정적으로 볼을 지켜내는 아길라르가 특히 돋보였다. 한편 조성환 감독은 후반전에 강한 조커 송시우를 투입하며 서울 뒷공간을 노리는 전략을 택했다. 서울은 기성용을 투입해 중원 전개에 힘을 실었고, 후반 11분 선제골을 넣으며 결실을 맺는 듯했다. 이태희 골키퍼의 펀칭 실수로 크로스가 그대로 골문으로 들어갔지만, 비디오 판독 결과 이전 상황에서 서울의 반칙으로 노골 선언이 되었다.
어이없이 리드를 내줄뻔한 인천은 후반 17분 기성용의 부상 교체로 다시 한번 기회를 잡았다. (다행히 심각한 무릎 부상이 아니라 가벼운 근육 부상으로 알려졌다.) 기성용 투입 이후 중원의 주도권을 내주고 밀리던 인천은 다시 점유율을 높여가며 공격을 재차 시도했다. 그리고 결국 결승골의 주인공은 또다시 송시우였다. 후반 27분 아길라르의 패스를 넘겨받은 송시우가 침착한 칩샷으로 골망을 흔들었고 이 골로 인천은 승점 3점을 챙겼다. 지난 8월 수원전에도 후반 교체 투입되어 결승골을 뽑아낸 송시우의 기막힌 해결사 본능이 이번에도 발휘됐다. 이로써 인천은 11위 수원과 승점이 같아졌고, 더욱 무서운 건 인천의 가파른 상승세다. 최근 6경기 성적만 놓고 보면 인천은 4승 1무 1패(승점 13점)로 울산(승점 11점)보다도 기세가 좋다. 게다가 이기고 있는 상황에도 침착하게 전방에서 공을 돌리며 거듭 추가골을 노리는 모습은 더욱 긍정적인 모습이었다. 가을이면 어김없이 살아나는 인천, 감독 교체의 효과가 나오기에는 남은 경기가 얼마 없는 수원. 본격적인 강등 경쟁은 지금부터다.
강등이 상상이 아닌 현실로 다가온 수원은 어린 선수들이 위기를 기회로 바꾸길 기대했다. 한석희와 김건희를 투톱으로 내세웠고, 부상에서 돌아온 박상혁이 중앙 한자리를 맡았다. 최근 공격수로 왕성한 활동량을 보여준 김태환은 우측 미드필더로 나서 멀티 플레이어의 면모를 보여줬다. 슈퍼매치 감독 데뷔전에서 아쉽게 패한 박건하 감독은 급격한 변화보다는 기존 전술을 위주로 선발 명단을 꾸렸다. 하지만 울며 겨자 먹기인 이유는 헨리, 고승범 등 핵심 선수들이 부상으로 빠졌고, 타가트 역시 부상 이후 컨디션이 좋지 않아 벤치에 앉았다. 반면 3연승으로 승승장구 중인 포항은 팔라시오스를 중앙에 배치하며 4-2-3-1 전술을 택했다. 일류첸코, 팔로세비치, 송민규, 최영준 등 맹활약하고 있는 선수들을 그대로 선발로 내세우며 최정예 멤버로 꾸렸다.
위기의 수원은 시작과 동시에 강하게 포항을 몰아붙였다. 빠른 한석희가 최전방부터 포항을 괴롭혔고, 최성근과 한석종 모두 부지런히 중원 싸움을 펼쳤다. 수원은 포항의 패스 플레이를 틀어막는 데 성공했지만, 이른 시간 최성근이 불의의 부상으로 빠지며 흔들렸다. 게다가 전반 28분 한석희가 저돌적인 침투로 일대일 기회를 잡았지만 골로 마무리짓지 못했다. 전반전 16개의 파울에서 알 수 있듯이 거친 중원 싸움이 펼쳐졌지만, 골은 터지지 않았다. 답답한 쪽은 승리가 간절한 수원이었다. 후반전 한석희가 강현무와 경합 과정에서 PK를 얻었지만, 비디오 판독 결과 그 이전 김민우의 돌파 과정에서 시뮬레이션 액션이 선언되며 취소되었다. 이후에도 박상혁, 안토니스가 연이어 슈팅을 시도했지만 강현무의 선방과 아슬아슬한 차이로 골문을 벗어났다. 전체적인 포항 수비진의 집중력이 돋보였다.
포항은 오범석, 심동운을 투입하며 공수 밸런스를 맞추면서 짜임새 있는 역습을 시도했다. 이에 맞서 수원은 타가트, 염기훈까지 총 투입하며 승리를 노렸고, 종료 직전 결정적 기회를 잡았다. 후반 44분 염기훈의 날카로운 코너킥을 타가트가 뛰어올라 정확히 머리에 맞췄지만 강현무가 쳐내 골대를 맞고 벗어났다. 결국 승부는 0대 0 무승부로 끝났고, 수원과 최하위 인천의 승점차는 '0'이다. 포항은 중앙이 아닌 측면에서도 탄탄한 수비력을 선보인 전민광을 재발견했고, 오범석의 경기 체력도 끌어올렸다. 활발한 압박으로 경기를 주도하고도 골 결정력 부재에 수원은 또다시 승리를 놓쳤다. 지난해 득점왕 타가트는 5골로 부진 중이고, 다른 선수들도 자신감이 많이 부족한 모습이다. 최악의 경우 다득점으로 강등 여부가 결정될 수도 있는 상황에서 수원은 골 결정력을 끌어올리는 게 급선무다. (수원-18골, 인천-15골, 주니오-23골)
대구의 200승 도전은 아홉수에 가로막혀 연이어 실패했다. 에이스 세징야가 연속골을 퍼부었지만 수비 불안을 노출하며 최근 6경기(2무 4패) 내내 승리가 없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수비가 안정화되었고, 새로 투입된 박한빈이 제 몫을 해주며 지난 울산전 무승부를 거두며 경기력이 올라왔단 점이다. 홈으로 성남을 불러들인 대구는 데얀, 세징야를 투톱에 두고 지난 울산전에 가능성을 본 3-5-2 전술을 들고 나왔다. 지친 김대원을 대신한 박한빈의 선발 투입, 김재우와 정태욱의 위치를 바꾼 수비 라인이 특징이었다. 반면 성남은 지난 상주전 클린 시트로 무실점 경기(153경기) 역대 2위에 오른 김영광에게 다시 골문을 맡겼다. (무실점 통산 1위는 229경기 김병지다.) 베테랑 양동현이 오랜만에 선발 출전했고, 나상호, 유인수 등 컨디션이 좋은 공격 자원을 투입했다. 성남은 리그 8위(승점 22점)지만 남은 2경기 결과에 따라 파이널 A에도 진출할 수 있었기에 승리가 절실했다.
경기 시작과 동시에 성남은 유기적인 압박으로 대구를 괴롭혔지만, 선제골은 대구가 뽑았다. 전반 10분 세징야의 오른발 크로스를 데얀이 가볍게 머리로 돌려 넣으며 리드를 가져왔다. 도움 하나가 모자랐던 세징야는 드디어 K리그 통산 21번째로 40골-40도움 클럽에 가입했다. 성남 역시 강하게 공격에 나서며 전반 32분 골대를 때리는 슈팅도 날렸지만, 추가골 역시 대구의 몫이었다. 전반 37분 이번엔 서로 역할을 바꿔 데얀의 도움을 세징야가 강력한 슈팅으로 추가골을 뽑았다. 성남은 전반 종료 직전 이창용이 코너킥을 헤더로 마무리지으며 만회골을 넣었고, 조커 홍시후를 후반 시작과 함께 투입했다. 홍시후는 시즌 초반 맹활약을 바탕으로 연령별 대표팀에 뽑혔고, 리그 경기를 많이 소화하진 못했지만 여전히 번뜩였다. 후반 14분 홍시후가 빠르게 측면을 파고들었고, 나상호는 절묘한 왼발 슈팅으로 동점골을 뽑아냈다. 홍시후의 빠른 돌파와 이타적인 패스도 훌륭했고, 침착한 개인기로 수비수를 벗겨낸 나상호의 개인 기량이 돋보였다.
동점 상황에서 빛난 건 베테랑 데얀의 골 결정력이었다. 동점을 허용하고 4분 뒤 정승원의 크로스를 깔끔하게 헤더 골로 마무리 지으면서 다시 리드를 가져왔다. 성남은 크로스 이전 몸싸움 과정에서 반칙이라고 강하게 항의했지만, 심판은 비디오 판독 이후 득점을 인정했다. 과열된 경기는 파울이 늘어났고, 성남은 토미까지 투입하며 거세게 밀어붙였다. 하지만 후반전 백미는 후반 24분 대구의 프리킥이었다. 세징야는 강력한 발목 힘을 선보이며 날카로운 슈팅을 시도했고 골대를 강타했다. 결국 대구의 단단한 수비는 한골차 승리를 지켜냈고, 드디어 대구는 200승 고지에 올랐다. 아울러 세징야의 40-40 클럽과 함께 2년 연속 파이널 A 진출에 성공하며 시민구단 최초의 대기록까지 달성했다. 반면 9위 성남은 부산, 수원, 인천과 강등권 경쟁을 펼쳐야만 하는 상황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FW 세징야 송시우 데얀
MF 바로우 이영재 조재완 문지환
DF 이용 김광석 권경원
GK 강현무
"이영재의 슈팅에 기대를 했는데 잘 맞아 떨어져서 기분 좋게 승리한 것 같다". 김병수 감독은 이영재의 슈팅을 언제나 믿었고, 이영재는 기대에 부응하는 멋진 시즌 첫 골로 강원을 구해냈다. 1대 1 동점 상황에서 부산과 강원은 치열한 공격을 주고받으며 결승골 기회를 엿봤다. 그리고 후반 37분 이영재가 중원에서 조재완의 리턴 패스를 받아 곧바로 기습적인 왼발 슈팅을 때렸다. 빠른 속도로 골대 구석으로 향하는 공은 골키퍼의 다이빙도 막을 수 없었고 그대로 골망을 흔들었다. 여러 차례 날카로운 슈팅을 시도했지만 아직 첫 골을 터트리지 못했던 이영재가 자신의 장기인 킥력을 뽐내며 귀중한 골을 뽑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