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미션을 위해서 어떻게 기여하셨나요?
앞의 글들 [2. 생존하는 회사 vs. 미션을 이루어가는 회사], [6. 위계 조직과 역할 조직], [11. 대기업 Aaron과 실리콘밸리 Bryan]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위계 조직과 역할 조직은 Mission도 다르고, 업무 수행 방식도 다르고, 추구하는 인재상도 다르다. 따라서 직원을 평가하는 방식도 다를 수밖에 없다.
결정권을 위에서 갖고 결정한 일을 시키면 빠른 시간 내에 완벽에 가깝게 해 내는 사람이 최고의 인재인 위계 조직에서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진다.
"당신은 시키는 일을 얼마나 잘, 많이, 빨리 수행했습니까?"
각자가 결정권 자이고 전문가이며 각 사람이 자신들만의 창의적인 방법으로 회사의 미션을 실행해 내기를 원하는 역할 조직에서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진다.
"당신은 우리의 미션을 위해서 어떻게 기여했습니까?"
한날한시에 뽑힌 공채사원들은 입사 후 다들 같은 방향으로 달린다. 위에서 내려오는 일을 빠르게 수행하고 보고서를 멋지게 써서 올린다. 자신만의 기지와 역량을 발휘하여 안 되는 세일즈를 되게 하기도 하고, 불가능해 보였던 실적을 내서 회사를 한 단계 성장시킨다.
동시에 시작하여, 한 방향으로 승진하고, 비슷한 방법으로 기여하는 사람들을 평가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누가 일을 제일 많이 했는지, 또 회사의 성장에 많은 기여를 했는지, 경쟁자들에 비해 누가 제일 나은지를 평하가면 된다.
하나의 앱을 만드는 프로젝트가 있고 그 프로젝트를 10개의 작고 크기가 같은 Task로 나눌 수 있다고 가정해보자. 팀장은 기획자와 기획서를 만들고 Task를 나누어 각 엔지니어들에게 나누어준다. 어떤 엔지니어는 3개를 했고 어떤 엔지니어는 2개를 했다. 3개를 한 직원이 더 훌륭한 직원이다. 단순화한 도식이지만 위계 조직에서의 인사 평가는 원칙적으로 이러한 방식으로 작동한다.
그러나 공채 기수도 없고 각 사람이 자신만의 방법으로 회사에 기여하는 역할 조직에서는 이러한 방법으로 평가가 무의미하다. 우선 모두 방향은 같지만 다 같은 방법으로 가는 것은 아니다. 각자가 일하는 시간도, 일하는 방식도 다르다. 앱을 만드는 프로젝트는 있지만 기획자가 없다. 누구도 일을 정의해 주지 않고 일을 나누어 주지도 않는다. 누군가는 많이 일하고 누군가는 적게 일한다.
이러한 역할 조직에서는 각 팀원이 자신의 전문성에 비추어 잘할 수 있는 것을 해서 목표를 이루어간다. 어떤 엔지니어는 리더십을 가지고 팀을 이끌고 어떤 엔지니어는 전반적인 설계를 담당한다. 어떤 엔지니어는 코드를 빨리 짤 수 있고, 어떤 엔지니어는 코드리뷰를 잘한다. 각각의 장점과 하고 싶은 일에 따라 프로젝트에 기여한다. 물론 한 사람이 코드를 다 짤 수는 없고 모두가 하기 싫은 일도 있다. 그런 일을 하는 사람을 팀원들은 고마워하고 높게 평가한다.
위계 조직에서 일을 시키는 윗사람인 팀장이 그들을 평가하는 것은 자연스럽다. 같은 방향으로 달리고 있는 경쟁자들인 동료들에게 평가를 맡기는 것은 부자연스럽다. 특히 일을 시키는 사람인 팀장을 평가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결정권은 어차피 위에 있고, 일을 시키는 사람 입장에서 아랫사람이 일을 잘 하는지를 평가하는 것이 가장 의미 있는 평가이다.
역할 조직에서는 매니저가 모든 것을 평가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 각각 다른 방식으로 다른 일을 했고, 그 일들이 프로젝트의 완성에 어떠한 기여를 했는지 정량화하기는 쉽지 않다. 그가 한 일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그와 함께 일을 한 동료들이다. 매니저는 직원의 동료들에서 물어봐서 평가를 해야 한다. 그래서 동료 평가가 중요하다. 동료가 회사에 들어온 지 더 오래되었는지, 나이가 많은지, 업계 경력이 많은지는 상관이 없다. 프로젝트를 함께 완성하는데 어떻게 기여를 했는지를 물어본다.
또한 역할 조직에서의 매니저는 “결정권을 가진 리더”가 아니고 “역할이 매니저인 동료”이다. 그의 일을 평가하는 데 있어서도 주위 동료 매니저들과 함께 일하는 엔지니어들의 평가가 그가 회사의 미션을 위해 어떠한 기여를 하고 있는지 정량화하는데 반드시 필요하다.
이러한 이유로 역할 조직에서는 각 역할을 수행하는 전문가들을 평가하기 위해서 360도 평가를 한다. 직위와 직무와 연차와 나이와 전혀 상관없이 매니저를 포함한 나와 함께 일하는 모든 사람에게 평가를 받고 그들에 대한 평가를 제공한다.
실리콘 밸리에서는 많은 회사들이 1년에 두 번 인사 평가를 한다. 우선 자신에 대한 평가를 쓴다. 지난 6개월 간 어떤 일을 하였는지, 그리고 내가 보완하고 싶은 점은 어떤 점인지를 자세히 쓴다. 내가 일하고 있는 회사에서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한다. 각 레벨에 따른 기대치와 평가 기준에 대해서는 [16. 과장도 팀장도 아닌 엔지니어입니다.]에 기술하였다.
기대에 못 미침 (Does not meet expectations)
일부 기대에 부응함 (Meets some expectations)
모든 기대에 부응함 (Meets All Expectations)
기대 이상의 성과를 보임 (Exceeds Expectations)
매우 크게 기대를 초과 달성함 (Greatly Exceeds Expectations)
자신에 대한 평가 양식
- 무엇을 하였습니까 (What)?
1. 가장 자랑스러운 업적 2-3개는 무엇이었나요?
2. 당신은 당신의 레벨에 비추어 당신의 지난 6개월을 어떻게 평가하겠습니까? (5단계 Rating으로 평가)
3. 당신의 일이 팀의 성공에 어떻게 기여하였나요? (5단계 Rating으로 평가)
- 어떻게 하였습니까 (How)?
1. 우리 회사의 핵심 가치관 중에 가장 잘 실천한 것은 무엇입니까?
2. 우리 회사의 핵심 가치관 중 더 잘 실천해야 할 것은 무엇입니까?
- 어떻게 성장할 계획입니까 (Growth)?
1. 당신은 어떠한 강점을 가지고 계십니까?
2. 다음 6개월 동안에 반드시 이루거나 성장하고 싶은 영역을 한 가지만 고르면 어떤 것인가요?
자체 평가를 마치고 나면 자체 평가 내용이 회사 전체에 공개된다. 그리고 매니저를 포함한 5명 내외의 리뷰를 해 줄 사람을 선택하게 된다. 대부분 모든 같은 팀원과 더불어 2-3명의 외부 팀원을 포함시킨다. 물론 외부 팀과 별로 많은 일을 수행하지 않는 주니어 직원의 경우 내부 팀원들만 선택하기도 한다. 외부 팀원으로부터의 좋은 평가는 나의 기여도가 팀을 넘어설 정도로 크다는 것을 보여주기 때문에 5 레벨 이상으로의 승진에 중요한 변수가 된다.
선택한 결과는 매니저의 승인을 거친다. 매니저는 몇 가지 기준을 가지고 평가받을 사람의 선택에 대해 조언한다.
1. 친한 사람들이나 유리한 사람들만 평가자로 선택하지 않는다.
2. 갈등이 있는 사람들을 배제하지 않는다.
3. 한 사람이 너무 많이 리뷰를 쓰지 않도록 배려하기 위해 평가받을 사람을 최소화한다.
매니저와 협의 후 평가받을 사람을 확정하고 나면 해당 사람들에게 평가 요청이 전달된다. 또한 나도 평가할 동료들의 명단을 받게 된다. 동료 평가에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묻는다.
동료를 위한 평가 양식
- 무엇을 하였습니까 (What)?
1. 평가 대상자와 밀접하게 일한 1-2개의 프로젝트는 무엇이었습니까?
2. 질과 양 모든 측면에서 평가 대상자는 프로젝트에 어떻게 기여하였습니까? (5단계 Rating으로 평가)
3. 대상자가 팀의 성공에 얼마큼 기여하였습니까? (5단계 Rating으로 평가)
- 어떻게 하였습니까 (How)?
1. 우리 회사의 핵심 가치관 중에 가장 잘 실천한 것은 무엇입니까?
2. 우리 회사의 핵심 가치관 중 더 잘 실천해야 할 것은 무엇입니까?
- 어떻게 성장할 계획입니까 (Growth)?
1. 평가 대상자는 어떠한 강점을 가지고 있습니까?
2. 다음 6개월 동안에 평가 대상자가 더 큰 기여를 하기 위해 성장할 영역을 한 가지만 고르면 어떤 것인가요?
이러한 응답들은 평가 대상자의 매니저에게 전달된다. 매니저는 동료들의 여러 의견들을 모아 보고서와 최종 평가서를 작성한다. 모든 결과는 매니저와의 1:1 미팅으로 통해 자세히 구두와 문서로 전달된다. 피드백의 결과는 앞으로 회사 내에서의 커리어, 즉 승진이나 잘리는 데 매우 중요한 기초 자료가 된다. 피드백을 받는 것은 언제나 긴장되는 일이지만, 혼나거나 경고를 받는 자리는 아니고 객관적인 평가를 들어보는 자리이므로 별로 긴장할 이유는 없다.
최종 평가도 기대치에 비추어 얼마나 좋은 기여를 했는지에 따라 5단계 Rating으로 평가한다. 대부분 “모든 기대에 부응함 (Meets All Expectation)”을 받게 된다. Meets Some Expectations를 받을 경우 이는 경고에 해당하며 드물게 “기대에 못 미침 (Does not meet expectations)”을 받는 경우에는 마지막 기회인 “Performance Improvement Plan (PIP)”에 따라 주어진 프로젝트를 3개월간 어떻게 수행하는지 엔지니어링 매니저와 인사팀 매니저가 평가하게 된다. 3개월의 PIP기간 내에도 성과가 기대에 비해 나아지지 않으면 회사에서 잘리게 된다.
회사에서 잘리는 경우는 회사가 경영 성과가 안 좋아지거나 프로젝트가 없어져서 하게 되는 Layoff와 개인 성과가 안 좋아서 PIP를 거쳐 잘리는 두 가지 경우가 있다. Layoff의 경우 나의 성과와는 크게 관계없이 회사의 실적에 따라 해고하므로 공포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 그렇지만 현재의 실리콘밸리에서는 워낙 인재가 부족하기 때문에 Layoff를 당하면 수많은 회사에서 면접을 보기 위해 줄을 서는 정도이다. 2-4개월치의 월급도 한 번에 주기 때문에 오히려 다른 회사와 협상하여 연봉도 높이고 새로운 도전을 하는 성장의 기회로 생각하고 좋아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다.
“기대 이상의 성과를 보임” (Exceeds Expectations)을 두 번 정도 받으면 다음 레벨로 승진하게 된다. 즉, 다음 레벨로 승진하기 위해서는 이미 다음 레벨에 해당하는 성과를 1년 정도 보여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승진에 따라 나의 역할이 바뀐다고 보기는 힘들다. 연봉은 조금 더 큰 폭으로 오르게 된다. 대략 1년에 0-10% 정도 오르는 것이 일반적이다. 사내에서는 웬만하여서는 연봉을 크게 올리기 어렵다. 두배씩 연봉을 올리려면 이직을 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그래서 실리콘밸리에서는 2-3년에 한 번씩 이직으로 통해 나의 시장가치를 재평가받으려 한다.
위도 아래도 없는 360도 평가에서 중요한 부분 중 하나가 매니저에 대한 평가이다. 매니저도 위에서 본 다른 동료들과 같은 폼으로 평가를 한다. 매니저가 우선 “윗사람"이 아니라 “역할이 매니저인 동료"이기 때문에 매니저에 대한 평가는 논란거리가 되지는 않는다. 오히려 매니저가 자신의 매니저 스킬을 평가받고 향상하는 데 아주 가치 있는 피드백으로 생각한다. 또한 매니저의 매니저가 매니저를 평가하고 승진시키는 데에 중요한 뒷받침 자료가 되기 때문에 반드시 있어야 하는 과정이다.
위계 조직에서는 윗사람이 일방적으로 아랫사람을 평가하기 때문에 매니저에 대한 평가는 의미가 없어나 어색할 수 있다. 매니저의 절대적 권위를 인정하는 위계 조직에서는 매니저에 대한 평가가 그의 권위를 실추시켜 팀을 어렵게 만들 수도 있다.
그렇지만 역할 조직에서는 모든 사람이 역할이 다른 평등한 프로페셔널이기 때문에, 매니저가 매니저 역할을 프로페셔널하게 수행하도록 하기 위해 “아랫사람”들이 하는 360도 평가는 매우 중요하다. 매니저에 대한 평가가 없을 경우 매니저들의 실수를 고치기가 매우 어려워진다.
매니저들이 흔히 하는 실수들은 다음과 같다.
팀원들과 상의 없이 독단적 결정을 한다.
자신이 정보를 다 가지고 나누어 주지 않아서 정보의 병목 현상을 만든다.
선호하는 팀원들만 승진시키려 노력한다.
모든 사람의 장점을 활용하기보다 자신이 선호하는 능력만을 강조한다.
이러한 잘못된 매니지먼트 활동을 할 경우, 위아래가 없는 360도 평가를 통한 피드백으로 바로잡아서 회사와 팀을 위해 더 좋은 매니저가 되도록 유도한다. 이러한 매니지먼트 문제가 바로잡아지지 않는 경우의 비용은 매우 크기 때문에 매니저에 대한 평가는 아주 높은 가치가 있다.
회사에서 가장 큰 자산이자 비용은 바로 인재이다. 특히 설비비가 많이 들어가지 않는 소프트웨어 영역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소프트웨어 회사에서는 인재의 수준이 그 회사의 모든 것을 결정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좋은 인재를 찾아 적재적소에 배치하고 좋은 기여를 한 직원은 더 좋은 보상을 주고 안 좋은 기여를 한 직원은 정확한 피드백을 제공하여 그들의 기여도를 개선하거나 아니면 해고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실리콘밸리 회사들에서 가장 중요한 일 중 하나이다.
실리콘밸리의 기업들이 직원들에게 야근을 강제로 시키지 않고, 윗사람들이 직원들이 일 하는지 안 하는지 일일이 감시하지 않으면서 직원들에게서 최대한의 기여를 끌어낼 수 있는 것은 바로 이 인사평가와 보상 체계 때문이다.
“윗사람의 평가"가 아닌 “동료들의 평가"를 중심으로 하는 360도 평가로 인해서 얻을 수 있는 장점들은 다음과 같다.
매니저가 자의적인 기준으로 나를 평가할 때에는 매니저 눈에 항상 띄는 것이 중요하다. 360도 평가에서는 동료들은 내 코드를 직접 보기 때문에 나에 대한 평가를 더 실무적인 측면에서 정확하고 쉽게 할 수 있다. 또한 여러 사람의 기준이 반영되기 때문에 다양한 시각이 반영된 피드백을 받아볼 수 있다.
또한 매니저와 팀 선택, 즉 줄 서기가 내 평가를 크게 좌우하지 않는다. 팀의 성패나 매니저의 마음에 드는 것보다 동료들의 나에 대한 평가가 중요하다. 동료들은 내가 회사에서 야근하는 모습으로 나를 평가하지 않는다. 내 기여가 팀의 성공과 동료들의 성공에 얼마나 좋은 기여를 했는지가 더 중요하다.
같은 행동도 누가 어떠한 상황에서 지켜보느냐에 따라 좋은 행동이 될 수도 있고 안 좋은 행동이 될 수 도 있다. 매니저 한 사람이 평가하면 그의 시각과 취향에 따른 평가만을 받을 수 있다. 야근을 중요시하면 매니저라면 야근 안 하는 사람은 다른 것을 잘 해도 좋은 점수를 받기 힘들 것이다.
매니저가 평가하는 체제에서는 결국 매니저가 운영하는 팀의 성패가 나의 명운을 좌우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므로 내가 아무리 뛰어난 직원이어도 팀 프로젝트가 망하면 나는 승진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
또한 매니저 한 사람이 하는 평가이므로 회사에서 그 매니저가 신망을 잃으면 나에 대한 그동안의 평가도 객관적인 평가로 활용될 수 없는 경우가 생긴다. 이러한 이유로 줄을 잘 서는 것이 중요해지며 매니저들은 회사에서 윗사람들에게 잘 보이기 위한 정치적 활동이 실무적 활동보다 더 중요해진다.
팀과 매니저에 상관없는 객관적 평가는 회사로 하여금 그 평가에 기반하여 승진, 해고, 연봉 인상 등 인사 조치를 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 또한 누가 봐도 공정하게 인사조치를 할 수 있다. 그러므로 누구에게 줄을 서느냐가 아닌 개인의 성과와 능력에 따라 보상을 줄 수 있게 된다.
매니저는 팀원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일일이 관찰하여 평가할 필요가 없다. 평소에는 프로페셔널한 측면으로 가이드를 해 주다가 성과는 동료들의 평가를 종합하여하면 된다. 또한 자신의 시각에서는 볼 수 없었던 다양한 시각을 통한 평가가 가능해진다. 그러므로 매니저는 관리자나 감시자보다는 멘토나 코치의 역할을 하게 되며 그러한 매니저들의 리드를 통해 직원들은 더 개인의 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
모든 매니저가 다 좋은 매니저도 아니고 매니저의 역할이 쉬운 일도 아니다. 매니저의 역할은 기술적으로 뛰어나고 사람을 다루는 실력도 뛰어나야 제대로 할 수 있다. 360도 인사평가를 통한 피드백을 통해 매니저는 자신이 어떠한 점을 보완해야 더 훌륭한 매니저가 될 수 있는지 직접적으로 알 수 있다.
역할 조직은 위계 조직에서 “윗사람"에게 팀 내 모든 결정을 최종적으로 내릴 수 있는 권위를 부여하는 것이 얼마나 많은 비효율과 부작용을 초래하는지 깊이 이해해서 나온 대안이다. 그 역할 조직이 “윗사람"의 감시와 위협 없이도 최대한의 효율을 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로 위도 아래도 없는 360도 인사 평가를 통한 공정한 보상체계와 객관적인 피드백이다.
이러한 인사 평가 체제를 위계 조직에서 사용하면 별로 의미 없는 평가들만 쏟아질 것이다. 동료들은 경쟁자이고 매니저는 일을 시키는 절대 권력자인 상황에서는 동료들의 평가가 공정하기 힘들고 권력자에 대한 평가는 위험한 일이다. 반면 역할 조직에서는 팀원들을 경쟁자들이 아닌 각자의 역할을 가진 전문가들로 대하기 때문에 비전문가인 매니저가 모든 것을 평가하는 것이 오히려 어색해진다. 또한 한 사람 한 사람의 장단점을 잘 아는 것은 매니저가 아니라 직접 일하는 사람일 확률이 크다.
달리기에서 제일 빨리 달리는 사람은 코치가 쉽게 잘 알 수 있다. 옆에서 같이 달리는 경쟁자들보다는 코치가 더 객관적으로 좋은 조언을 줄 수 있다. 그러나 축구에서 내가 골을 제일 잘 넣을 수 있도록 패스를 잘 해주는 사람은 내가 제일 잘 안다. 그리고 나에게 어떻게 패스를 해 주면 더 좋을지에 대한 피드백도 내가 제일 잘 줄 수 있다.
글: Will.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기업 문화와 조직에 관심이 많음.
그림: Chili. 디자이너. 생각을 그림으로 요약하는데 관심이 많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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