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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션샤인 Sep 11. 2024

내가 쓰고 싶은 글

사랑하게 하는 글


무지몽매해서 늘 실연에 실패한다.

무언가를 사랑해서 까맣게 타는 것이 좋다.

- 소란, 박연준 -


그녀의 글을 읽으며 글과 엉겨 붙어 있는 그녀의 일상을 상상했다.

도대체 무얼 먹고 사시는 걸까. 도대체 어떤 책을 읽으시는 걸까.

사랑 앞에서 무지몽매해지며, 사랑 앞에서 애타고 힘들고 콩닥거렸다가 무서워지고 두렵다가도 웃게 되는 병은 정상이며 제법 잘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이 든다. 그녀는 힘들어도 사랑하고 싶어 지게 만든다.


나를 매번 고무시키는 세편의 시가 있다.


첫 번째, 랄프 왈도 에머슨의 성공이란 무엇인가.라는 시다. 이 시를 곱씹으며 인생의 화두를 지속가능성으로 확정 지었다.


To laugh often and much;
많이 그리고 자주 웃는 것.

To win the respect of intelligent people
and the affection of children;
현명한 사람들에게 존경을 받고
아이들에게 애정을 받는 것.

To earn the appreciation of honest critics
and endure the betrayal of false friends;
정직한 비평가로부터 찬사를 얻고
잘못된 친구들의 배신을 견뎌내는 것.

To appreciate beauty;
아름다움의 진가를 알아내는 것

To find the best in others;
다른 이들의 가장 좋은 점을 발견하는 것.

To leave the world a bit better,
whether by a healthy child,
a garden patch
or a redeemed social condition;
건강한 아이를 낳든,
작은 정원을 가꾸든,
사회 환경을 개선하든
세상을 조금이라도 더 좋은 곳으로 만들고 떠나는 것.

To know even one life has breathed easier
because you have lived;
당신이 살아 있었기 때문에
단 한사람의 인생이라도 조금 더 쉽게 숨쉴 수 있었음을 아는 것.

This is to have succeeded.
이것이 진정한 성공이다.


두 번째 시, 읽을 때마다 감동이 밀려온다. 고 구본형 선생님의 글이다. 이 글을 읽고 퇴사했다.


내가 만일 다시 젊음으로 되돌아 간다면

겨우 시키는 일을 하며 늙지는 않을 것이니

아침에 일어나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사람이 되어

천둥처럼 내 자신에게 놀라워하리라


신은 깊은 곳에 나를 숨겨 두었으니

헤매며 나를 찾을 수 밖에

그러나 신도 들킬 때가 있어

신이 감추어 둔 나를 찾는 날 나는 승리하리라.


이 세상에서 내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이 것이 가장 훌륭한 질문이니

하늘에 묻고 세상에 묻고 가슴에 물어 길을 찾으면

억지로 일하지 않을 자유를 평생 얻게 되나니


길이 보이거든 사자의 입속으로 머리를 처넣듯

용감하게 그 길로 돌진하여 의심을 깨뜨리고

길이 안보이거든 조용히 주어진 일을 할 뿐

신이 나를 어디로 데려다 놓든

그 곳이 바로 내가 있어야 할 곳


위대함은 무엇을 하느냐에 달려 있는 것이 아니며

무엇을 하던 그것에 사랑을 쏟는 것이니

내 길을 찾기 전에 한참을 기다려야 할지도 모른다

천번의 헛된 시도를 하게 되더라도

천 한번의 용기로 맞서리니


그리하여 내 가슴의 땅 가장 단단한 곳에 기둥을 박아

평생 쓰러지지 않는 집을 짓고

지금 살아 있음에 눈물로 매 순간 감사하나니

이 떨림들이 고여 삶이 되는 것


아, 그때 나는 꿈을 이루게 되리니

인생은 시와 같은 것

낮에도 꿈을 꾸는 자는 시처럼 살게 되리니

인생은 꿈으로 지어진 한 편의 시.


세번째, 파블로 네루다, 그는 내가 평생 시를 좋아하고 아끼는 마음을 살아있게 해준다.


“시란 쓰는 것이 아니라, 그 시를 필요로 하는 사람의 것이야. 시는 말로 설명할 수 없어. 가슴을 활짝 열고 시의 고동 소리를 들어야 해. 해변을 거닐며 주변을 둘러보게. 그러면 메타포(Metaphor: 은유)가 나타날 거야.”


그러니까 그 나이였어…… 시가

나를 찾아왔어. 몰라. 그게 어디서 왔는지

모르겠어. 겨울에서인지 강에서인지.

언제 어떻게 왔는지 모르겠어.

아냐. 그건 목소리가 아니었고, 말도

아니었으며, 침묵도 아니었어.

하여간 어떤 길거리에서 나를 부르더군.

밤의 가지에서,

갑자기 다른 것들로부터

격렬한 불 속에서 불렀어.

또는 혼자서 돌아오는데 말야

그렇게 얼굴 없이 있는 나를

그건 건드리더군.


나는 뭐라고 해야 할지 몰랐어. 내 입은

이름들을 도무지

대지 못했고

눈은 멀었으며,

내 영혼 속에서 뭔가 시작되어 있었어.

열이나 잃어버린 날개.

그 불을

해독하며

나는 어렴풋이 첫 줄을 썼어.

어렴풋한, 뭔지 모를, 순전한

넌센스.

아무것도 모르는 어떤 사람의

순수한 지혜,

그리고 문득 나는 보았어

풀리고 열린

하늘을,

유성들을,

고동치는 논밭

구멍 뚫린 그림자,

화살과 불과 꽃들로

들쑤셔진 그림자

휘감아 도는 밤, 우주를


그리고 나, 미소한 존재는

그 큰 별들 총총한

허공에 취해

신비의

모습에 취해,

나 자신이 그 심연의

일부임을 느꼈고,

별들과 더불어 굴렀으며,

내 심장은 바람에 풀렸어.

― 파블로 네루다, 〈시(詩)〉     



로 웃고, 울고, 다시 일어난다. 글로 숨을 쉬고 반추하고 나아간다. 무가를 사랑하게 만든다. 타인의 삶의 서사 속에서 살아 있을 수 있는 글을 쓸 수 있다면 내 인생도 한편의 시가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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