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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인생 화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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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션샤인 Jun 28. 2020

철썩철썩

중년의 모습을 상상해보았습니다.

철썩철썩

파도 소리가 들린다.  그늘막 아래에 털썩 앉았다. 잔잔한 바람이 불어온다. 간이 탁자 위에 올려둔 "독일인의 사랑" 몇 페이지가 넘어갔다. 신기하게도 좋아하는 구절이 있 페이지에서 멈춘다.

"우리의 기억이란 것은 엄청난 파도에서 빠져나와 아직도 그 눈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지는 강아지와도 같다"

파블로 네루다의 책은 떨어지고 말았다. 그녀는 시집을 떨어진채 두고 막스 뮐러의 문장 속으로 천천히 걸어 들어갔다.



익숙한 메타포들이 춤을 춘다. 찬찬히 들여다보았다. 그네들이 어디서 왔을까? 어디로 가고 있을까? 캠핑 침대에서 낡은 노트를 꺼내왔다. 블루투스와 함께. 배우에서 가수로 전향한 김고은 씨의 노래를 틀었다. I'll naver love again. 2019년 배우 시절 버스킹 했던 노래.


https://youtu.be/U026dLDaDko


바다를 본다. 한참 동안이나.

철썩철썩... 김고은의 목소리와 제법 잘 어울린다. 노래 두 곡이 끝나고 노트 맨 뒷장의 낙서를 본다.

철썩철썩... 적여 놓은 단문들, 단어들, 그 옆에 정체를 알 수 없는 도형과 숫자들... 그녀는 노트를 덮었다.

풀 위에 누워서 하늘을 본다. 새하얗고 산뜻한. 핸드폰을 꺼내서 카메라 어플을 누르고 얼굴을 비추었다.

드문드문 하얀 머리카락이 내려앉았고, 얼굴은 편안해 보인다.

철썩철썩...

그녀는 엎드려 글을 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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