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립다

그리움은 글감이다

by 피트니스 큐레이터

아무러치도 않게 잘 지내다가도 문득 그리움에 사무친다.

그 그리움의 내용은 순간순간 바뀐다.


맘을 전하지 못하고 그녀 주위를 맴돌다가 내가 먼저 체념해 버린 스무 살적 첫사랑이 그리울 때가 있다.

체대를 갈까 문학을 전공할까 머뭇거리다가 포기해 버린 문학의 길이 순간순간 그리울 때도 있다.

지금의 아내와 두 번이나 헤어질 뻔 했던 그 사건에 대해서 아주 가끔 후회한다. 그러나 아내와 결혼한 것은 내 인생에 있어서 가장 현명한 판단이었다. 그때도 그립다.

아버지의 임종을 지키지 못해서 한스럽다. 그리고 지금은 아버지가 그립다.


신경숙 소설가는 그리움이 사랑 같단다. 그녀의 산문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리움과 친해지다 보니 이제 그리움이 사랑 같다. 흘러가게만 되어 있는 삶의 무상함 속에서 인간적인 건 그리움을 갖는 일이다.




나만의 그리움에 대한 대응책을 찾았다. 글을 쓰는 것이다. 그립다는 마음이 들어 펜을 들면 영락없이 시인이 된다. 내겐 그리움이 글감 같다. 그리고 글을 쓰는 행위가 가장 인간적인 순간이다.


그리움의 다양한 모습이 글로 표현되는 순간 그 그리움은 이제 그리움이 아니다. 그것은 만남이다. 각색되고 포장된 만남이다. 기억의 왜곡인 것이다. 상황에 맞게 뇌의 해마가 선택적으로 받아들인 장기 기억들. 그렇기 때문에 글을 쓸 수 있는 것 같다.


나는 오늘도 기억의 편린을 짜내며 그리움을 형상화 한다.

이것은 나의 ‘배냇병’이기도 하다.



김성운 작가의 책 소개입니다.

http://m.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blio.bid=12485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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