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수리나 Aug 27. 2024

뜨거운 사랑만으로도 충분한가

'사랑'이라는 두 글자의 의미

아이가 막 태어나고 아이를 처음 본 순간을 기억하는가.

새로운 생명이 품 안에서 꼬물거리는 그때 그 순간을 필자는 잊지 못한다.

처음에는 아이의 모든 행동이 신기하고 신비롭고 경이로움 그 자체였다.

아이의 찡그림, 배냇짓, 방귀나 트림등 생리현상까지 아이에게서 눈을 뗄 수 없었다.

'이 아이를 위해서라면 어떠한 일도 할 수 있다'

'천사가 이런 모습일까'

아이의 존재 하나로 오직 나만을 생각하던 이기적인 내가 사실은 아이의 모습에 눈을 못 떼는 그런 평범한 부모였음을 아이를 보며 새삼 깨닫게 된다.

오로지 살아남기 위해 쑥쑥 자라기 위해 '먹고 자고'를 반복하면서도 그 작은 눈동자에 오로지 주양육자만을 담고 천사 같은 웃음을 짓는 아기에게 나의 모든 시간과 체력을 아이에게 쏟아부으며 만족하고 뿌듯해하는 우리 부모들, 주양육자들이다.

하지만 아이가 어느 정도 자라면 아이의 그 작고 까만 눈동자에 부모가 아닌 새로운 무언가, 자기만의 생각등이 생기면서 아이의 성향이 나오는데, 필자의 경우에는 아이가 세돌이 가까워지는 시점이었다. 엄마아빠만을 따라다니면서 이 세상에서 제일 예쁜 웃음을 보여주던 아이가 세 돌쯤부터 온갖 투정과 짜증, 말도 안 되는 억지.... 각설하고 아이가 어느 정도 자라면 엄마, 아빠, 주양육자를 무조건적으로 사랑하던 아이들이 새삼 자신들의 생각이 전부라고 여기고, 자신만 생각하는 억지스러운 아이가 된다. 물론 그 시기에는 아이가 성장함에 따른 자연스러운 부분이란 걸 필자도 주양육자들도 알고 있다. 하지만 부모도 사람이지 않은가. 아이의 말이 안 통하는 억지를 받아주고받아주고받아주다 보면 나도 모르게 아이에게 감정적으로 대하는 경우가 생긴다.

세돌이 지나고 아이가 더 자란 이후에는 무조건적으로 자신과 다른 의견에는 반박하고 따지고 드는데, 더 분한 건 그 반박과 따짐이 꽤 논리적이라는 것이다.


아이 존재 자체를 사랑하고 아이의 모든 것을 사랑하는데 왜 아이에게 오직 사랑만을 줄 수 없는 것일까?


필자의 지인 중에 아이가 만 4세가 될 때까지 단 한 번도 아이에게 화를 내지 않은 지인이 있었다. 그 지인은 아이에게 계속적인 사랑만을 표현하고 아이에게 따가운 훈육보다는 사랑을 가지고 설명하고 이해시키면 굳이 부모가 화를 내거나 짜증을 내기 않아도 아이가 받아들인다고 생각했다. 최근에 그 지인을 만났는데 아이에게 화를 내지 않겠다는 다짐이 딱 만 4세를 기점으로 깨져버렸다고 한다. 아이에게 계속 이야기하고 이해시키려다 보니 어느 순간 심리적으로 너무 힘들어졌고, 병원 상담으로 이어졌다고 했다. 병원에 갔더니 엄마도 사람인데 감정을 억누르다 보니 병이 날 수밖에 없다고, 무조건 참는 것이 정답은 아니라고 했다고 한다.

병이 나면서까지 아이에게 화를 내지 않기 위해 참는 사랑이 참된 사랑인 것일까.


보통 사람들이 [사랑]을 떠올리면 뜨거움, 열정적인, 정열적인 등을 연상한다. 하지만 필자가 생각하는 사랑은 좋아하고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 아닐까.

그런데 그 좋아하고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 항상 언제나 같을 수는 없지 않은가.


아이를 양육하다 보면 오로지 주양육자의 책임아래 주양육자의 사랑과 관심으로 성장하는 아이들에게 주양육자의 사랑을 느낄 수 있도록 뜨거운 사랑도 분명 필요하다. 하지만 아이가 어른이 될 때까지 뜨거운 사랑만 받고 자라는 아이는 없을 것이다.


부모도 사람이기에 아이에게 뜨거운 사랑뿐 아니라 어쩌다 한 번씩은 아이를 향해 미움, 분노, 짜증등 감정적인 부분도 아이에게 쏟아낼 것이다. 그리고 아이에게 어른으로서 사랑만을 주지 못했다는 미안함, 어른답지 못해 아이에게 상처를 주었다고 생각하는 죄책감으로 마음 아파할 것이다.


처음부터 아이에게 뜨거운 사랑만을 주겠다는 다짐보다 이성적인, 차가운 사랑도 아이에게는 필요한 사랑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아이에게 미안해하고 마음 아파하고 가슴이 찢어질듯한 죄책감도 적지 않을까.


부모인 주양육자들도 아직 완벽한 어른이 아닌 아직 발전하고 있는 어른이니까.


이전 01화 모성애母性愛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