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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꽃psy Dec 24. 2021

취미를 갖는다는 것

거창하지 않아도 괜찮아. 칼림바 연주

'취미 (趣味) [명사]  <출처: 네이버 국어사전>

1.  전문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즐기기 위하여 하는 일.  
2.  아름다운 대상을 감상하고 이해하는 힘.  
3.  감흥을 느끼어 마음이 당기는 멋.  


국어사전에 의하면 취미에 대하여 3가지를 정의해 놓았다. 자기 자신을 소개할 때, 혹은 자기소개서를 작성해야 하는 일이 생길 때 취미, 특기 이런 란이 있었다. 요즘에는 형식적인 틀이 없이 자기소개서를 쓰기도 하지만 여전히 취미가 뭔지, 특기가 뭔지 질문을 하게 되는 일도 생기고 답변을 해야 하는 일도 있다.




취미, 특기란에 뭔가 쓰는 게 어려웠고 고민스러웠다. 난 특별히 잘하는 것도 없는 거 같고, 시간이 날 때 그 시간을 즐기기 위한 어떤 것을 꾸준히 하는 것도 없다. 책을 보거나 좋아하는 사람들을 만나 수다를 떠는 것을 취미라 할 수는 없었다. 특기나 취미가 있는 사람들이 부럽고 멋져 보였다.


아이유처럼 기타를 잘 치고 싶었다. 내 예쁜 친구처럼 그림을 그려보고도 싶었다. 땀 흘리며 근육의 성장 고통을 느끼며 운동을 열심히 해 볼까도 싶었다. 동을 해보니 일단 내게는 건강을 유지할 정도로만 하면 좋을 거 같다고 결론을 내렸다. 유화를 배워볼까 하여 아이가 다니는 집 앞 미술학원에 가보니 어른반은 없다고 하신다. 작년에 남편이 사놓은 멋진 통기타를 배워볼까 싶었는데 내 짧은 손가락 상태로는 코드 잡는데도 1년도 넘게 걸릴 듯한 느낌이 온다.




잠깐 배워본 캘리그래피를 더 해볼까 싶다가 딸아이가 칼림바를 이야기해 주었다. 학교에서 배우는데 소리도 예쁘고 배우기도 쉽다고 한다. 악기 하나 배는 것이 <하고 싶은 목록>에 꼭 들어가기에 난 바로 실행에 옮겼다. 악보를 몰라도 음악을 몰라도 할 수 있다고? 게다가 가격도 악기만큼이나 작고 귀엽다. 아주 마음에 들었다. 칼림바를 검색해서 초보자에 어울리는 저렴한 것으로 골랐다. 바디에 따라 소리가 다르다 하여 특징이 다른 3종류를 샀다.

소리가 약간씩 다르다

칼림바. 소리가 너무 예쁘다. 오르골처럼 맑고 편안하다. 엄청 단순하게 생긴 악기가 피아노 같은 연주를 만들어낸다. 난 칼림바가 좋았다. 나처럼 음악을 배워본 적이 없는 사람도 엄지손가락 하나면 연주할 수 있다고 한다.

 

진짜로 악보는 몰라도 된다. 그러나 숫자는 외워야 한다. 그래야 멋진 연주가 가능하다. 유튜브를 보니 선생님들은 클래식도 가요도 동요도 멋진 화음까지 넣어가며 말 신기하게 연주한다. 손가락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움직이기도 한다.


여름에 칼림바를 사서 2곡은 그나마 연습을 많이 해서 어설프게 연주를 한다. 아침에 잠깐 마음을 가다듬느라 초보자 곡에 최애 <언제나 몇 번이라도>나 <할아버지의 낡은 시계>를 연주하면 아이들은 맨날 그것만 한다고 다른 것을 해 보라 이야기한다. 나도 멋진 연주 하고 싶은데 각보다 어렵다. 몇 마디 되지도 않 악보의 숫자가 너무 외워지지가 않는다.

이게 이렇게 안외워진다ㅠㅠ

크리스마스이브, 오늘 밤 딸아이는 케이크를 만들고, 난 칼림바로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을 연주하기로 계획을 했는데 여전히 두 소절 이후는 생각이 안난다. 책을 보며 아주 천천히 띄엄띄엄 간신히 한곡을 마친다. 수십 번 연습은 한 거 같은데 수십 번으로는 부족하구나. 수백 번쯤 연습하면 외우지 않아도 손가락이 그냥 움직이겠지. 수백 번, 수천번의 연습으로 몸이 기억되도록 하는 것을 절차기억이라 한다. 운동이나 악기 연주, 어떤 기술 같은 것도 오랫동안 해 온 사람들은 그냥 알아서 되는 것이 있다. 나도 칼림바 연주곡 몇 개는 절차기억으로 만들어 멋진 연주를 하고 싶다.


취미는 말 그대로 즐기는 것이면 된다. 5분이든 10분이든 잘하든 못하든 악보 아닌 숫자를 보며 연주하는 칼림바는 재미있고 마음이 맑아지며 고요해진다. 따로 시간을 내어 어디를 갈 필요도 없고, 아무 때나 집에서든 차에서든 앉아있는 곳에서 내가 원할 때 음악을 연주(?) 아닌 연습하는 것이 좋다. 잘하지 않아도 거창하지 않아도 괜찮아. 내 취미는 이제 칼림바 연주이다.


절차기억.                        

어떤 과제를 해결하거나 행동을 수행하는 데 요구되는 일련의 지식이나 기능에 대한 기억을 의미한다. 절차적 기억은 자주 사용함에 따라 의식적인 노력 없이 자동적으로 접근하여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자전거를 몰거나, 운전을 하는 행동들은 반복하게 되면 무의식 적적, 자동적으로 수행된다.            

[네이버 지식백과] 절차적 기억 [節次的 記憶, procedural memory] (교육심리학 용어사전, 2000. 1. 10., 한국 교육심리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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