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 체형의 심리 구조
“생명은 형태를 만들고 생명체의 성장 과정에서 감정, 생각, 경험이 구조화되어 다양한 형태가 만들어진다.” - 스탠리 켈레만(Stanley Keleman)
몸이 특정하게 형성되는 이유는 성격 형성과 마찬가지로 타고난 기질과 양육환경의 지배를 받기 때문이다. 일란성 쌍둥이임에도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각자 다른 장소에 입양되었던 형제가 수십 년 후에 키와 체형 심지어 얼굴까지 일란성 쌍둥이라는 사실이 무색할 정도로 달라져 있었던 사례(물론 그렇지 않은 사례도 있다)에서 알 수 있듯이 양육환경이 체형에 미치는 영향은 상상 이상이다.
양육환경의 지배가 절대적이고 신체 가소성이 가장 높은 시기인 유년기의 욕구가 차단되고 좌절되는 시기와 정도(程度)에 따라 체형의 기본 틀이 결정된다. 알다시피 욕구는 삶 에너지의 표현이기에 살아있다면 필수 불가결이다. 따라서 적절히 충족되어야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 인간이 필요로 하는 욕구의 기본적인 형태들은 앞서 말한 대로 어린 시절에 다 표출된다. 이때 (모든 것을 양육자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아이가 표출한 욕구 행동이 어떤 방식으로 양육자에 의해 처리되었고 마침내 내적으로 어떻게 조건화(욕구 지향성)되었는가에 따라서 체형은 달라진다(가령, 엄마의 강압적 태도로 욕구가 차단된 아이는 “내가 지금 불행한 건 힘이 없기 때문이야. 난 앞으로 힘 있는 사람이 될 거야.”라고 자신을 조건화한다).
억압된 욕구는 내부 압력을 높여 에너지의 흐름을 방해하고 특정 근육을 위축시킨다. 물풍선의 어떤 부분을 누르면 다른 부분은 부풀 듯이, 위축된 신체 부위로 인해 상응하는 다른 부위는 늘어지거나 팽창된다. 이와 같은 방식으로 신체조직의 균형은 깨지고 신체 상·하·좌·우·전·후의 구조적 불균형이 초래된다. 게다가 불만족스러운 내적 상태는 자기 이미지가 되어 몸에 끊임없이 투사(projection)되어 형태에 영향을 미친다.
또한, 억압된 욕구는 충족을 향한 무의식적인 충동을 일으키므로 심층 심리에서 삶의 방향과 태도를 결정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것이 병적일 경우에는 자학, 피학, 가학, 도착, 분열과 같은 자기 파괴적이거나 반사회적인 방식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반면 강력한 동기부여로 작동하여 심리적으로나 사회적으로 건전한 승화가 일어나기도 한다.
충족되지 않은 욕구는 지배적인 정서가 되어 각자가 처한 환경에서 접할 수 있는 다양한 경험을 통해 충족의 기회를 모색한다(충족되지 않은 리비도가 문화와 예술의 원동력이라는 프로이트의 말은 전적으로는 아닐지라도 상당히 일리가 있어 보인다). 예컨대 그림을 그릴 기회를 가진 다수의 사람이 있다고 해도 그 그림을 통해 충족하고자 하는 욕구는 각자 다를 수 있다. 누군가는 그림을 통해 자신의 철학적 존재 이유를 발견하려고 하고, 어떤 이는 그림을 최고로 잘 그려서 유명한 사람이 되려고 하고, 누구에게는 감정표출의 수단이 되기도 한다. 같은 그림을 그려도 내적 동기는 제각각이기에 추구하는 것도 다르다. 다시 말해, 피카소가 그림을 통해 추구하는 것과 반 고흐나 프리다 칼로가 그림을 통해 추구하는 것은 다르다.
시각을 넓혀보면, 다양한 지구환경 안에서 서로 다른 삶의 추구가 수많은 생명체의 진화를 이끌 듯이, 생존이나 욕구 충족을 추구하는 방향이 형태의 변형을 끊임없이 종용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높은 나무의 이파리를 따먹기에 적합한 기린의 목, 슬기로운 바다 생활을 추구하며 지느러미 화(化)한 고래의 다리, 쌀알을 까먹을 리 없는 독수리의 날카로운 부리 등 그 형태를 보면 그것이 무엇을 추구하는지도 알 수 있다. 형태는 기능을 내포하고, 기능은 욕구가 반영된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사물을 잡고 싶다는 욕구가 꾸준히 추구되면서 손의 형태와 구조를 만들고, 안으로 구부러지는 기능에 의해 사물을 잡는 욕구가 충족된다.
‘인간의 몸’이라는 큰 틀 안에서도 손과 발의 형태와 기능이 각기 다른 욕구에서 비롯된 것처럼, 몸의 다른 부분들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해볼 수 있을 것이다. 몸은 인간의 다양한 욕구가 때론 상충하고 때론 연합하며 얽히고설켜 만들어가는 가소성이 뛰어난 유기적 조형물이다. 인간의 몸이라는 하나의 종합적 콘텐츠가 숱한 욕구와 결부된 다양한 신체 부위라는 문장을 어떤 문맥으로 엮어가며 자신의 이야기를 써 내려가는지 살펴보자.
신라이히(Neo Reichian)학파에서는 자신이 가장 필요로 하는 욕구가 충족되지 않으면 내적 동기 또는 욕구 지향성(욕구 충족을 추구하는 방향)이 되어 몸의 구조와 형태에 지대한 영향을 미쳐 전형적인 신체 유형을 만든다는 관점에 따라 인간의 몸을 6가지 유형으로 나누는데 다음과 같다. 주산기의 결핍은 분열형을, 구강기의 결핍은 좌절형을, 항문기의 결핍은 지배형과 억압형을, 남근기의 결핍은 경직형과 보상형을 만든다.
각각의 체형은 성장기의 결핍과 불균형의 정도를 드러내며, 삶의 목표, 인생철학, 생활방식, 성격뿐만 아니라 우리의 몸-마음에 아로새겨진 무의식적 성향의 근원을 보여줄 수 있기에 주의 깊게 이해되어야 한다. 물론 모든 사람이 전형적인 경우에 속하지는 않는다. 주된 체형을 갖는 것은 사실이지만, 일반적으로 몇 가지의 체형이 섞이게 마련이다. 그것은 성장기의 각 단계가 얼마나 충족되어 있는지를 나타낸다.
몸의 심리학은 정직하다. 우리가 아무리 안 그런 척 감추려 해도 숨길 수가 없다. “입으로는 거짓말할 수 있지만, 부수적으로 따라오는 찡그린 표정 등을 통해서는 진실을 말한다.”라는 니체의 말처럼, 옷을 벗는 순간 엑스레이 앞에 선 뼈처럼 모든 것이 드러나고 만다. 두려움에 저항하여 가슴을 부풀리고 어깨에 잔뜩 힘을 주고 살아왔을지라도 등 뒤에 숨어서 떨고 있는 내면의 아이는 어쩌지 못한다. 하지만 이런 체형분류와 분석이 우리를 범주화하고 단정 짓기 위한 것은 아니다. 이것은 사실에 입각한 가장 정확한 진단을 통해서 자신의 문제에 진지하게 깊이 접근하고자 함이다.
“몸은 결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몸의 톤(tone), 색채, 자세, 균형, 동작, 긴장 그리고 생동감(vitality)은 그 사람의 내면을 표현한다. 몸은 그 사람의 감정적인 역사와 가장 깊은 감정들, 그 사람의 성격과 개성(personality)에 대해 말한다.” - 알렉산더 로웬
앞으로 전개되는 이야기에서 우리는 자신의 상처 받은 오래전 역사를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 무의식의 어둠 속에서 아직 풀려나지 못한 어린 자아의 슬픈 숨소리를 듣게 될지도 모른다. 진실을 직면한다는 것은 때로는 두려운 일이나 더는 외면해서는 안 된다.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서는 비록 상처가 흉측하더라도 드러내야 한다. 숨기면 치유할 수 없기 때문이다.
‘보여주고 싶은 나’와 ‘되어야 하는 나’는 허구이자 도피처에 불과하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더함과 덜 함 없이 받아들이는 것이야말로 상처 회복의 시작이며 자신을 진정 사랑하는 길이다. 상처를 덮지 말고 직면해서 어루만져 주면 그것은 안녕히 떠나갈 것이다. 감정의 수준과 반응의 패턴에 영향을 미치던 마음의 상처가 사라지면 존재 본연의 기쁨이 점차 회복되고 삶은 활기를 되찾게 될 것이다.
형성 시기와 배경
이 체형을 일으키는 주된 시기는 주산기(perinatal)이다. 주산기는 모태에서 출생 직후까지를 말한다. 엄마가 원하지 않은 임신으로 아이를 갖게 되었을 때, 그 아이에 대한 거부감을 느낄 수 있다. 심지어는 원망, 증오, 적개심까지도 일으킬 수 있다. 그로 인해 낙태를 시도한다거나 태아를 향한 분노의 표출(소리를 지르거나 배를 때리는)로 인해 아이는 극도의 불안감을 느낀다. 또는 임신 후 함께 사는 가까운 사람(남편, 부모 등)과의 관계에서 지속적인 심한 갈등을 겪을 경우, 전쟁이나 자연재해로 양육환경이 피폐해진 경우에도 엄마의 정서적 불안정 상태로 인해 아이는 영향을 받는다. 산모가 출산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었거나 출산하다가 죽을지도 모른다는 강한 공포에 휩싸였을 때도 이 체형이 형성될 수 있다.
*많은 동물의 경우, 임신한 모체의 상태가 성체(成體)가 될 때까지 자손의 발육, 신진대사, 심지어 행동에까지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밝혀졌다. 예를 들면 임신 중 스트레스를 받은 어미에서 태어난 쥐는 임신 중 스트레스를 받지 않은 어미에서 태어난 쥐보다 더 불안해한다. 이런 쥐들은 새로운 환경 또는 넓은 공간에 나가기를 꺼리며, 행동도 더 신중하다. 즉, 이런 쥐들은 주변 환경을 통제하기보다 주변 환경이 위험으로 가득 차 있는 것처럼 행동한다. 인간에 있어서도 임신 중에 남편의 죽음 혹은 기근이나 전쟁 같은 심한 스트레스를 겪은 어미가 낳은 자식은 일반적일 때보다 정신장애 가능성이 크다는 연구보고들이 있다.
자기 인식
그들은 거부되었다고 느낀다. 이 세계에 환영받지 못한 존재이며, 심지어 있어서는 안 될 존재라고 느낀다. 기본적인 자기 인식은 “나는 여기에 존재해선 안 돼”이다. 누군가의 눈에 띄지 않기 위해 숨으려는 경향이 있고 자신이 여기에 있는지 아무도 알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심지어는 누군가가 자신을 죽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자신은 이 세계에 속하지 않았기에 특별한 존재라는 자기 긍정적 망상에 빠진다.
성격
삶의 에너지는 늘 부족하다고 생각하기에 신체 활동에 소극적이며, 자신감이 부족하다. 새로운 시도를 하거나 생존경쟁에 나서기가 두렵다. 인생을 직면하기 어려워하고 역경을 헤쳐나가길 두려워한다. 외향성은 낮고 심한 경우, “아이가 존재하지 말았어야 한다는 부모의 소망이 소아 자폐증의 촉발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아동 심리학자 베텔하임의 말처럼 자폐적인 성향을 나타낼 수 있다. 외부 대상에 관한 관심도 낮고 느낌이나 감정에 따라 즐기기보다는 생각 속에서 스스로 고립되기를 택한다. 종종 멍하니 판타지에 사로잡힌다.
세상은 안전하지 않다고 여기기에 대인관계에 소극적이며, 세상은 믿을 수 없는 곳이라고 여기기에 진실한 자기를 내보이기보다 가식적인 모습으로 다가간다. 그들은 세상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를 먼저 배우며 세상에 내보일 거짓된 자신을 만들어낸다. 오직 자신이 신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극소수의 사람과 관계를 맺는다. 두려움의 원천은 따로 떨어져서 조각으로 남는 것이다. 그들은 자신을 스스로 고립시키지만 완전한 고립은 깊은 공포를 안긴다. 그래서 종종 알코올, 마약, 담배 등에 중독되기도 한다.
반면 높은 개방성으로 인해 창작과 예술에 관련된 일에서 뛰어난 능력을 보이기도 하고, 높은 내향성 때문에 철학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 있다.
감정(feeling)의 원천
어머니로부터 받은 증오와 분노로 인해 자신을 비참한 존재로 여긴다. 삶의 강한 욕망이나 도전 의식 그리고 모험심과 같은 적극적이고 활동적인 에너지가 자신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고 믿기에 불안이 저변에 깔려있다.
신체적 특성
한쪽 어깨는 올라가고 머리는 삐딱하게 기울어져 있다. 몸의 수평선이 무너져 있고 사지가 제각각 따로 노는 것처럼 보인다. 횡격막 바로 아랫부분의 경직이 눈에 띈다. 관절은 불거져 보이고 꽉 조여져 있다. 근육은 대체로 작고 좁은 어깨는 위축되어 보인다. 엉덩이 주변 근육이 매우 딱딱하고 움직일 때, 마치 그의 존재가 거기에 없는 것처럼 유연성이 떨어지고, 기계적이다. 피부는 창백하고 눈은 아무것도 안 보고 있는 것처럼 공허하고 눈 주변은 놀란 듯 불안한 긴장감이 역력하다. 목은 가늘고 길지만, 조밀(稠密)해 보인다. 신체 대비(對比) 팔은 길고 굵지만 움직임이나 위치가 자연스러워 보이지 않는다. 복부 주변의 긴장으로 인해 상체와 하체가 분리된 것처럼 보인다. 다리는 길고 가냘프다. 발의 아치는 높고 서로 다른 방향으로 놓여있다.
형성 시기와 배경
이 체형을 일으키는 주된 시기는 태어난 후부터 1세(구강기)까지이다. 아이의 입은 생존을 위한 강한 충동에 휩싸이고 그 보상을 추구한다. 따라서 이 시기에 아이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구강의 만족감이다. 구강 충동은 젖을 빠는 행위로 충족된다. 구강 충동에 따라 아이는 입을 움직여서 보상을 시도한다. 이때 양육자가 반응하지 않으면 울면서 자신의 의사 표현을 격화시킨다. 그런데도 양육자의 반응이 없거나 지연되면 아이는 좌절감(무력감)을 느끼며 불안한 상태에 놓이게 된다.
아이는 생후 4개월경에 자기 몸과 환경을 구분하기 시작하지만, 양육자와의 정서적 결합상태는 여전히 유지된다. 그러므로 양육자와의 정서적 교감이 무엇보다 중요해진다. 애정 어린 보살핌과 따뜻한 손길 그리고 충분한 영양을 공급받지 못한 경우에 이 체형이 형성된다.
*마이애미 대학에서 실시한 조산아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정기적으로 간호사의 손길을 받은 아기가 그렇지 못한 아기에 비해 체중이 49%나 더 증가했다. 물론 두 부류의 아기들에게는 똑같은 영양을 공급했다. 또한, 간호사의 손길을 받은 아기는 더욱 빨리 성장했을 뿐만 아니라 성장하는 동안 신경계통에서도 문제를 거의 일으키지 않았다.”라고 보고하고 있다. 또한, 마샬 클라우스(Marshal H. Klaus)와 존 캐널(John H. Kennel)이 쓴 ‘부모와 자녀의 결속(1982)’에서도 “따뜻한 손길이나 포옹을 받지 못한 아기는 알 수 없는 이유로 죽음을 맞는 등 건강에 대한 위험이 매우 높다.”라고 적고 있고, 티파니 필드의 연구(1986)에서도 “미성숙 유아의 신체적 성장에 접촉이 놀라운 효과를 발휘한다.”라고 발표되었다.
자기 인식
그들은 혼자서 뭔가를 할 수 없다고 느낀다. 기본적인 자기 인식은 “나는 그것을 할 수 없다”이다. 자신은 나약한 존재이기 때문에 누군가가 자신을 도와줘야 한다고 여긴다. 자신의 필요에 의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남을 도와주는 사람’으로 여기며 자기 긍정적 망상에 빠진다.
성격
양육자와의 긍정적 애착 관계가 형성되지 않았기에 의존적 관계를 맺게 된다. 그들은 동반적 관계를 찾기보다 의존할 수 있는 대상을 찾는다. 내면의 결핍감을 채워줄 대상을 찾고 혼자 있는 것을 싫어한다. 스트레스를 잘 받고 근심이 많다. 미래를 불안하게 느끼며 우울한 경향이 있다. 좌절형의 극단에 의존성 성격장애(dependent personality disorder)가 있다. 의존성 성격장애란 타인의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해 자신의 필요, 가지, 선택, 기쁨, 목표를 전적으로 희생할 정도의 높은 친화성을 특징으로 한다. 그는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느낀다.
그들은 끊임없이 자신을 지켜봐 주고 보살펴주길 바란다. 그런 만큼 대인관계에 적극적이고 공감 능력도 뛰어나다. 타인에 대한 존중과 배려심은 높지만, 자존감은 약해서 자신을 앞에 내세우지 못한다. 따라서 일반적 의미에서 리더의 자리에 오르지 못한다. 그들은 팀의 일원으로 일하기를 좋아하고 리더를 적극적으로 돕는 조력자가 되길 바란다. 인정받는 조력자로 만족하기에 일인자가 되겠다는 야심 자체가 없다.
타인에 대한 관심도가 높고 다정다감하며 대화하기를 좋아한다. 타인의 필요/욕구를 잘 알아차리기에 사회복지나 NGO 같은 타인을 돕고 돌보는 직업에서 강점을 보인다.
감정(feeling)의 원천
어머니에게 보살핌을 받지 못하고 홀로 남겨졌다고 느끼기에 결핍감과 버림받고 홀로 남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뿌리 깊다.
신체적 특징
대체로 마른 몸이다. 골격과 근육은 미발달했고, 긴 몸(때때로 작은 손, 발, 골반)을 가지고 있다. 상체는 앞으로 구부러져 있고 골반도 앞쪽으로 기울었다. 머리도 앞쪽으로 기울었다. 몸은 매우 수동적으로 보인다. 에너지는 바깥으로 나가지 못하고 안쪽에 갇혀있다. 그들은 굳건하게 서 있지 못하고 곧 무너질 것처럼 보인다.
형성 시기와 배경
아이가 구강기를 지나 항문기(1~2, 3세)에 접어들면 스스로 일어나 걷기 시작한다. 개체 독립의 서막이 열리며 아이는 활동적으로 되고 성가신 존재가 되어간다. 심리적 탄생기인 생후 18개월 정도부터 감정적 차원에서 자신과 타인을 구분하며 정서적 성장을 시작한다. 항문 조임근도 이때 발달하기 시작하므로 배변 훈련을 시작하는 시점이기도 하다. 이 과정에서 아이는 자기 통제력을 배우기 시작한다. 아이는 자신의 욕구를 주장하기 시작하며 충동적으로 행동한다. 그 과정은 점점 심화한다.
양육자는 이런 아이를 통제하고 굴복시키려고 한다. 양육자는 고함치거나 물리적 힘을 동원하여 아이를 제압한다(지배형Ⅰ). 또 다른 방식으로, 양육자는 아이를 감시하면서 교묘하게 통제하고 꼬드기고 설득한다(지배형Ⅱ). 아이가 말을 잘 들으면 무언가를 보상받는다. 좋은 선물 등이 약속된다. “말 잘 들으면 장난감 사줄게.” “그래, 그래야 참 착한 아이지.” 등등. 아이는 좋은 소년이나 소녀가 된다. 아이는 그들의 욕구를 포기하도록 설득당한다.
그러면 아이는 정치가가 되고 양육자를 조종한다. “그러면 나에게 뭘 해주실 건데요?” “내가 이걸 해드릴 테니 엄마는 저걸 해주셔야 해요.” 이처럼 양육자와 아이는 서로를 교묘히 지배하려고 한다. 교묘한 조종의 게임에서 지배의 맛(쾌감)을 경험한다. 그들에게 있어서 지배는 쾌감의 원천이 되므로 자신을 열고 서로 교감하는 것보다 다른 사람 위에 올라서는 것이 더 중요하다. 함께 하는 즐거움보다 힘이 더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또한, 아이는 교묘히 이용당해왔고 자신의 욕구를 포기해야만 했기에 자신이 완전한 지배자의 위치에 있지 않다면 타인에게 이용당할 수도 있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 그들은 의심하고 그것으로 인해 상처받게 된다. 그래서 아이는 지배하고 통제할 힘을 원한다. 아이의 힘에 대한 추구가 이 체형을 만든다.
“분명 그(라이히)는 남자들과는 자신보다 아랫사람인 경우나 멀리 있는 경우에만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었다. 가까이 있는 좀 더 독립적인 사람들에 대해서 라이히는 항상 강탈당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가지고 있었고 이것이 방해되었다.” - 마이런 섀라프
자기 인식
“타인과 주어진 상황을 지배할 수 없다면 나는 아무것도 아니다.”가 주된 자기 인식이다. 그들의 자아는 권력에 동일시되어있다. 그 누구도 자신을 지배할 수 없으며, 오직 자신을 우러러보는 사람하고만 가까워질 수 있다고 여긴다. 자기 긍정적 망상은 ‘비밀리에 위대한 힘을 가진 존재’라고 여기는 것이다.
성격
그들은 상황을 지배하고 통제하는 데서 쾌감을 느끼기에 다른 사람의 감정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 오직 쾌감을 느끼기 위해 자신이 완전히 통제 또는 지배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거나 그 안에 있기를 원한다. 지배형의 가장 큰 쾌감지점이 바로 통제와 지배이기 때문에 압도적인 힘이 있다고 느끼면 독선적으로 된다. 상대방을 무시하고 괴롭히고 독재자처럼 행동한다. 모두가 자신을 우러러보길 바란다. 자신의 의지대로 거침없이 행할 때 쾌감은 배가 된다.
그렇지 않다고 느끼면 교묘하게 지능적으로 상황을 통제하려 든다(주로 지배형Ⅱ에서 나타남). 하지만 자신보다 통제력이 강한 상대가 있다면 상황을 회피한다. 자신이 통제당한다고 느끼면 견딜 수 없기 때문이다. 이때 내면의 헐크가 깨어난다. 그는 자신의 힘을 보여주고 싶다. 자신이 결코 통제당할 정도로 나약하지 않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치밀하게 사건을 연출한다. 심각한 경우에는 반사회적 방법까지도 동원(사이코패스 범죄)한다. 지배형의 가장 큰 문제는 공감 능력 부족이다.
감정(feeling)의 원천
자신의 존재가 보잘것없이 작아지는 것과 소외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 자신이 지배하고 통제할 수 없는 압도적 존재에 대해 겁낸다. 힘과 즐거움, 생각과 느낌 사이의 갈등이 항상 존재한다.
신체적 특징
갈기를 세운 수사자나 가슴을 한껏 부풀린 수컷 고릴라처럼 자신의 어깨와 가슴을 과장되게 부풀린다(blown up). 신체의 무게 중심이 위쪽으로 치우쳐 있고, 어깨와 가슴 상단에 집중된 에너지는 거만하거나 분노를 드러내는 것처럼 보인다. 반면에 하체 쪽의 에너지는 결핍되어 있다. 골반 지역이 매우 위축되어 있고 다리는 매우 굳어있고 종종 가늘고 위로 당겨져 있다. 좁은 골반과 넓은 어깨가 이들의 가장 눈에 띄는 점이다. 숨을 가득 마셨을 때와 같은 긴장이 횡격막에 있다. 따라서 숨을 충분히 내쉬기가 매우 어렵고 과호흡(들숨 양이 날숨보다 많은 호흡)의 경향을 보인다.
이에 비해 지배형Ⅱ는 상체와 하체의 균형이 비교적 양호하다. 어찌 보면 경직형과도 매우 흡사하다. 경직형보다 팔이 좀 더 가늘고 어깨가 넓다. 그들은 가시적인 힘보다 교묘한 지능적 통제를 택했기 때문이다.
형성 시기와 배경
항문기의 중후반부(3~4세경)에 접어들어 아이는 자유롭게 뛰어놀며 왕성한 호기심을 보인다. 또한 ‘싫어’라고 말하면서 스스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는 것에 뿌듯함을 느낀다. 아이는 저항하고 ‘아니’라고 말하기를 즐긴다. 자신만의 언어에 대한 정의를 만들고 자신감과 자존감을 느끼기 시작한다. 이 시기에 양육자가 아이를 올바르게 키우려고 생활 규칙(7세 정도 되어야 규칙을 이해한다)을 강제하면서 아이의 자유와 유희성을 박탈한다. 정확한 시간에 일어나야 하고 식사해야 하고 잠자리에 들어야 한다. 아이가 양육자의 뜻을 따르지 않으면 지나친 잔소리로 질리게 만들고 사랑해주지 않으면서 자신감과 자존감을 앗아간다. 양육자는 자신의 야심 때문에 아이의 성공에 공을 들인다. “너를 위해 엄마가 얼마나 희생하는지 모르겠니?, 엄마가 너 때문에 힘든 게 안 보이니?, 이게 다 누구 때문인지 알아?, 이게 다 널 위한 거야!”와 같은 말로 아이의 죄책감과 책임감을 유발한다. 아이는 삶을 무거운 짐을 지고 가야 할 의무와 책임으로 느끼며, 그러한 태도로 인해 이 체형이 형성된다.
자기 인식
“사람들과 가까워지기 위해서는 내가 숙이고 들어가야 해!”가 그들의 기본적 자기 인식이다. 자신을 별 볼 일 없는 하찮은 사람으로 여기며, 제대로 하는 일이 별로 없는 불쌍한 인간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자기 긍정적인 망상은 다른 사람에 대해 “그러는 너는 잘하냐? 너보다는 차라리 내가 낫지. 넌 이런 나보다 더 못한 인간이야!”라는 경멸에 찬 기묘한 우월감이다.
성격
그들은 숨을 멈추고 느낌을 붙들어 자신의 진정한 느낌과 감정을 표현하지 않는다. 심하면 목구멍에 뭔가 달라붙은 느낌이나 숨 막히는 느낌이 든다. 대인관계에서 겉으로는 항상 미소를 띠며 “그럼요. 제가 해야지요.”라고 순응하고 복종하지만, 그 속에는 부정적 감정이 깔려있다. 종종 무의식적으로 중얼거리듯 투덜대며 심술궂은 부정적 성향을 드러낸다. 어떤 모임에서 상습적으로 늦고 태만할 것이다. “나는 최선을 다했지만 할 수 없었어.”라고 자신을 변명한다. 마치 진흙 속에 있는 것처럼 기분은 거의 침체해 있고 자신의 인생에 대해 한탄한다. 자기연민에 빠져 대인관계가 친밀해지지 않도록 일정한 거리를 두지만, 자기연민의 연장선상에서 인정 어린 행동을 한다.
위험부담을 떠안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고, 무엇을 직접 맞닥뜨리면 물러선다. “당신이 원하니까 제가 해드리는 겁니다. 암튼 제게 책임을 묻지는 마세요.”와 같이 문제를 피하는 방식으로 동의하여 자신을 방어한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어떻게 얻어야 할지 모른다. 믿을 수 있고 성실하나 완고하고 의심이 많으며 많은 감정이 억제되어 있다. 과도한 성실성으로 인해 강박 성격장애에 가까워지기도 한다. 그들은 부정적인 느낌을 두려워하기 때문에 자신이 부정적이라는 것을 보지 못하고 보려고 하지도 않는다. 그들은 자신의 복종적 태도에 대한 반대급부로 모든 권위적 구조를 싫어한다.
“이런 성격은 주관적으로는 고질적인 고통을 느끼지만, 객관적으로는 불평하는 성향처럼 보인다. 자해하고 자기 비하하는 고질적인 성향(도덕적 마조히즘)과 대상 못지않게 환자 자신도 고통스럽게 만들면서 다른 사람들을 고문하는 충동이 특징이다.” - 빌헬름 라이히
*강박 성격장애(obsessive compulsive personality disorder)란 “성인 초기 단계에 시작되어 다양한 맥락에서 존재하는 증세로, 유연성, 개방성, 효율성을 포기하고 질서, 완벽주의 그리고 정신 및 대인관계에 대한 통제에 지나치게 몰두하는 증상”으로 규정한다.
감정(feeling)의 원천
자신의 솔직한 감정을 드러내면 모든 관계가 틀어질 것을 두려워하여 억압한다. 억압으로 인해 마음에 깊이 저장되어있는 불평과 분노가 있다.
신체적 특징
전체적인 몸의 느낌은 무거운 등짐을 진 것처럼 힘겨워 보인다. 몸의 수직축은 무너져 있고 억눌려 있다. 갈비뼈와 골반 사이의 공간이 짧아져 있고 목은 굵다. 위에서 아래로 눌린 것같이 몸통이 골반을 넘어간다. 어깨와 등의 무게를 견디기 위해 압축되고 응축된 몸통과 골반을 가지고 있다. 대체로 위팔과 허벅지가 짧다. 에너지가 지나치게 많이 축적되어 보여 사람들은 그가 언제 터질지 모른다고 생각한다. 어깨는 아래로 무너져 있고 다리는 휘어 있을지도 모른다. 허리둘레에 지방이 많고 갈비뼈는 골반 쪽으로 무너져 있다. 종종 목과 얼굴에 색깔이 나타나 있기도 하다. 불룩하게 튀어나온 눈, 굵고 짧은 목, 땅딸막하고 튼튼해 보이는 몸이 이들의 특징이다. 목은 마치 병에 낀 코르크 마개처럼 보인다.
형성 시기와 배경
남근기인 네 살에서 일곱 살 주변에 발생한다. 이 시기에 아이는 자신과 다른 사람의 성별에 관심을 두기 시작한다. 그러나 성적 호기심은 허락되지 않는다. 많은 즐거움과 흥미를 가져다주는 성적 호기심은 좋지 않은 것으로 금지된다. 어떤 부모나 어른들은 “야! 너 그러면 고추 떨어져!”와 같이 굴욕스럽고 공격적인 방식으로 아이에게 말한다. 아이는 반작용으로 성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반응한다. 그것으로부터 단절된다. 이 시기에 내적 개념이 형성된다. 아이는 자신이 받은 심리적 상처를 정신적으로 개념화한다.
이전 시기에서는 주 양육자인 어머니와의 관계가 중요했다면, 이 시기에는 아버지와 관계가 중요해진다. 남자아이의 경우 아버지가 “넌 남자야, 사내답게 행동해야지!”, “사내자식이 계집애처럼 그깟 일에 울기나 하고. 뚝 그쳐!”라고 다그치며 강하게 키우려고 한다. 라이히는 그의 자전적 논문에서 “그(라이히 자신을 가리킴)는 아버지에 의해 매우 엄격하게 양육되었다. 그는 항상 아버지의 야심을 충족시키기 위해 다른 아이들보다 더 많은 것을 성취해야 했다”라고 말한다(그의 지인 또한 “그는 무슨 일에서나 최고가 되어야 했다. 스키를 탈 때도 그가 최고여야 하며 모든 사람이 그의 방식대로 스키를 타야 했다”라고 증언한 바 있다).
이 시기에 아버지는 남자아이의 영웅이자 우상이다. 아이는 아버지에게 인정받으려고 노력하지만 거부당하고 정서적 교감이 단절된다. 아이는 어떻게 하면 아버지의 마음에 들까 노심초사한다. 아이는 경쟁에서 이기려고 애쓰고 승부에 집착한다. 이런 경우에 아이는 경직형의 체형을 갖게 된다.
자기 인식
그들은 성취해야 자신의 존재를 인정받는다고 여긴다. 그러므로 “나는 인정받기 위해 성공해야 해!”가 그들의 기본적 자기 인식이다. 그들은 뭐든 쉽게 얻을 수 있는 것은 없다고 여기기 때문에 쉼 없이 일하고 과도한 노력에 매달린다. 그들은 자신을 ‘쉴 수 없는 존재’, ‘쉬어서는 안 되는 존재’라고 생각한다. 자기 긍정적 망상은 “나는 정말 사랑이 많은 사람인데, 사람들은 이걸 잘 몰라줘!”이다.
성격
감정을 자연스럽게 표현하는 것이 어렵다. 그들은 강인한 사람이 되고 싶어 하기에 매우 통제적인 성격이고 등 뒤로 자신의 나약한 감정을 숨긴다. 가슴 위쪽이 긴장으로 경직되어있는데, 거기에 심리적인 강한 압박이 있다는 것을 그들은 알고 있다. 그 결과로 그들은 즉흥적이고 광적인 행동을 하지 않는다. 그들의 통제된 행동은 다소 굳어있고, 공식적이다. “그렇게 생각하셨다니 유감이군요.”와 같은 식이다. 그들은 완고한 기질이 있다.
그리고 공격적이고 쉽게 분노가 끓어오른다. 그들은 승리욕이 강하고 과도하게 경쟁적일 수 있다. 일류, 최고, 엘리트 따위에 집착하며 일 중독(workaholic)에 빠지기 쉽다. 불신과 배반, 폭로의 두려움이 있다. “만약 나 자신을 열어 보인다면 나는 처벌 받을 것이고 조롱당할 것이고 치욕을 당할 거야. 그래서 나는 그렇게 하지 않을 거야”라고 생각한다. 부드럽고 다정한 감정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 이 감정이 자신을 나약하게 만들지도 모른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친밀하고 우호적인 관계를 맺기 위해서 마음을 열고 다가가기보다 어떻게 다가갈지에 대한 계획과 작전을 수립하고 연습한 후 다가간다. 그들에게는 마음 열기와 직접적인 표현하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감정(feeling)의 원천
아버지에게 따뜻한 감정을 느껴보지 못했고 인정받지도 못했기에 아버지의 사랑과 인정을 갈망한다. 인정받기 위해 스스로 다그치고 목표를 향해 몰아세운다. 누군가의 인정을 받기 위한 삶이라는 사실에 원망과 허탈감을 느끼지만 놓아버릴 수 없는 자신에 대한 분노가 감정의 저변에 깔려있다.
신체적 특징
운동선수처럼 잘 발달한 근육질 몸이다. 매우 강한 척주 기립근을 가지고 있다. 비록 척추를 굽힐 수 있다 해도 매우 딱딱하고 유연성이 부족하다. 어깨와 목 주변의 근육이 매우 단단하게 긴장되어 있다. 안쪽으로 휜 척추로 인한 허리와 골반의 경직이 눈에 띄고 위로 당겨진 가슴에는 긴장이 있다. 복부는 앞쪽으로 가고 있고 등의 상단 부분과 목의 앞쪽이 짧아져 있다. 에너지는 주로 골반과 생식기 그리고 눈과 손에 모여 있다. 눈에 있는 강한 에너지, 힘이 있는 다리와 골반 그리고 도드라진 엉덩이가 특징이다.
형성 시기와 배경
경직형과 같은 시기에 여성에게서 나타난다. 이 시기에 아이는 아버지가 자신이 단지 여자라는 이유로 거부하는 것에 대해 매우 상처를 받는다. 예를 들어 같이 목욕도 하고 안아서 재워주기도 하던 아버지가 어느 날 “넌 이제부터 엄마랑 목욕해라”라고 자신을 거부할 때 아이는 이 상황을 이해할 수 없다. 아이가 성적 호기심을 보일 때 아버지는 어색하고 난감하다. 심지어 미묘한 두려움을 느낀다. 그래서 아버지는 아이를 밀어내지만, 아버지의 무의식적 성의 거부는 아이에게 상처를 남긴다. 이때부터 아버지와의 정서적 교감은 단절되고 아이는 수동적으로 아버지의 사랑과 관심을 갈망하며 위축된다.
또한, 전통적인 가부장 사회에서 여자라는 이유로 존재로서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거나 아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고 오히려 얌전히 있을 것을 강요받는다. “여자가 어디서 설쳐. 나대지 말고 가만히 있어!” 이렇게 아이는 행동을 제한당하고 감정은 길들기 시작한다. 여성의 성이 원천적으로 억압되고 여성적 역할만 강조되면 이런 체형이 만들어진다.
자기 인식
그들의 기본적 자기 인식은 “아무도 날 이해해주지 않아!”이다. 그들은 아무도 자신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고 자신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주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받아들여지기 위해서는 상대방의 감정을 잘 받아줘야 한다는 강박감이 있다. 자기 긍정적 망상은 “나는 사랑이 너무 풍부하니까 어떤 사람이라도 다 받아줄 수 있어!”이다.
성격
전통적인 의미에서 여성스럽고 가정적이다. 유복한 가정과 따뜻한 인간관계와 성적교감에 대해 동경한다. 매우 사려가 깊고 감성적이기에 쉽게 감상에 젖는다. 감정 기복이 심하고 과잉 반응하거나 특히 중요한 남성(남편이나 연인)과의 관계에서 거절당할 때 크게 상처받는다. 그래서 상처받지 않기 위해서 사랑하고 있다는 자신의 감정에 집착한다. 거절당하는 것과 버림받는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나쁜 관계(특히 연인)여도 떠나지 못한다. 그리워하지만 그리움이라는 감정을 받아들이는 것에 대한 분노가 상존(尙存)하고, 목소리와 태도는 종종 나긋나긋하며 유혹적이다. 상황에 잘 순응하고 수용적이며 매우 따뜻한 성품을 지녔다.
감정(feeling)의 원천
아버지와의 감정적 교류 단절로 인해 이성에 대한 사랑을 갈망하며 수동적으로 기다린다. 이 수동적 갈망 상태가 히스테리를 불러일으킨다.
신체적 특징
몸의 근육은 부드러워 보인다. 엉덩이가 매우 크고 다리는 굵고 이에 반해 상체는 빈약하다. 어깨는 좁고 가슴은 위축되어 있다.
“우리가 역사를 알아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미래를 예측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과거에서 해방되어 다른 운명을 상상하기 위해서다. 과거의 흔적에서 벗어날 수 있으면 우리는 변화하여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다.” - 유발 하라리
여섯 체형을 통해 살펴본 바와 같이 몸의 구조와 형태에는 그 사람의 살아온 역사가 고스란히 담긴다. 몸을 통해 외부에서 주어지는 자극을 어떻게 인식하고 판단하느냐에 따라 그에 상응하는 감정을 일으킨다. 감정은 그 강도에 따라 근육 상태를 변화시킨다. 감정이 극적일수록 근육의 변화도 극적이다. 감정에 따라 근육은 수축하기도 하고 팽창되기도 하며 경직되기도 하고 무너지기도 한다. 감정은 몸의 특정 부분과 결부되어 기억으로 몸에 기록되고, 동일한 감정 패턴을 반복하면 할수록 구조화하여 체형으로 정착된다. 그리하여 자신만의 작은 역사를 만든다.
몸에는 삶을 어떻게 바라보고 느끼는지, 그리고 그에 따라 살아가는 자신에 대한 평가와 이미지가 투영된다. 몸을 통해 드러나는 심층 심리 구조는 마치 파블로프가 개를 훈련한 것처럼 오랜 반복의 결과물이다. 유전적으로 물려받은 기질과 환경요인으로부터 습득한 성질이 견고한 성격 구조가 되어 자신도 모르는 새 비슷한 유형의 사건에 대해 같은 반응을 반복하도록 만든다. 장자의 ‘빈 배’ 이야기처럼 그 사건이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다. 반복은 자동화 단계로 넘어가 마침내 인지와 행동 방식의 방향타가 되어 심혼의 구조로써 몸마음에 자리 잡는다. 그것은 까르마(karma; 업)가 되고 상스까라(saṁskāra; 잠재업)가 되고 상사라(saṁsāra; 윤회)가 된다.
‘이미 만들어진 몸’에 켜켜이 쌓인 마음의 역사를 이해하는 일은 과거에서부터 지금까지 무의식적으로 해오던 ‘파블로프의 개’와 같은 조건화의 굴레를 벗겨내기 위함이다. 조건화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조건화의 과정을 역으로 추적해 나가야 한다. 그러려면 심도 있는 자각이 필요하다. 가령 신체 경직이 고집스러운 성격이나 단호한 심적 태도로부터 비롯되었다면 자신의 마음에 철의 장막을 쳐서 지키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야 하고, 나아가 그 이면의 두려움까지 통찰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거울 앞에 서서 자신의 체형과 자세를 살펴보라. 거기에서 떠오르는 감상(感想)적 이미지가 있는가? 어떤 성격 구조가 내비치는가? 자세를 이리저리 바꿔보라. 그리고 그에 따른 감정변화가 있는지 살펴보라. 자신의 습관적인 자세는 어떤 심리적 태도를 반영하고 있는가? 어떻게 자세를 바꾸고 싶은가? 바뀐 자세로부터 얻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가? 자세를 바꾸고 싶지만, 안 되는 이유(방해 요소)는 무엇인가?
그다음은 내적인 통찰이다. 가만히 눈을 감고 몸을 느껴보라. 통증이나 긴장이 느껴지는 부위가 있는가? 있다면 거기에서 어떤 감정이 느껴지는가? 그 감정은 자신의 어떤 관점에서 비롯되었는가? 그러한 관점이 형성된 원인은 무엇인가? 그 원인을 제거하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하는가?
‘앞으로 만들어가야 할 몸’은 과거의 업보에 발목 잡히지 않는 ‘자유롭고 행복한 나’를 담아내야 한다. 지금까지의 ‘나’가 지금부터는 이어지지 않도록, 마치 역사학자처럼 과거의 나를 철저히 탐구해야 한다. 그리하여 유발 하라리의 말처럼 자신의 “과거에서 해방되어, 그 흔적에서 벗어나 변화하여” 새로운 존재로 거듭나야 한다. 더 나은 세상은 이렇게 변화하여 새로운 존재가 된 사람들에 의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