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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야 Sep 20. 2020

볼로냐 바이올린

바이올린 이야기 #1

  ◆이탈리아 제작 흐름


    바이올린의 외형은 500년 가까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환골탈태에 가까운 목관악기나 금관악기에 비해서 이례적인 악기라 해도 무방하다. 제작기법 역시 비슷하게 전해 내려오고 있다. 아니 전설의 악기로 일컫는 스트라디바리우스나 과르네리를 그대로 흉내내는 제작 기법이 정석으로 여겨지면서 시대 흐름에 영향을 받지 않은 상황이다.


    바이올린의 근원은 이탈리아에서 시작한다. 1600년대 이탈리아 크레모나 가스파로 다살로, 아마티가 바이올린의 외관의 기틀을 잡아놓은 뒤 스트라디와 과르네리로 이어져오면서 바이올린 제작을 확립시켰다. 


    이후 크레모나를 포함한 밀라노, 브레시아, 토리노 등 이탈리아 북부를 중심으로 바이올린 제작이 전성을 이뤘고, 스페인의 영향을 더 받은 이탈리아 남부 나폴리에서도 이탈리아 제작의 한 축을 형성했다.     


    하지만 19세기로 오면서 아마티에 기원했던 크레모나 학파의 명맥은 끊기다시피 했다. 오히려 크레모나 학파의 영향을 받은 밀라노나 볼로냐, 토리노 등이 과거 스트라디, 과르네리의 직계 계보에 가깝다는 평이다.     


    먼저 밀라노를 예로 들어보자. 현대 밀라노 악기는 가에타노 안토니아찌를 중심으로 이어져 내오고 있다. 가에타노 안토니아찌는 크레모나 학파의 마지막 제자인 체루티에게 제작을 배웠다. 이를 비춰보면 크레모나 학파의 계승자는 밀라노 학파라는 셈이다.


    밀라노 학파는 안토니아찌 가문에서 스가라보또, 오르나티, 가림베르티, 비쟉, 스데르치 순으로 이어져 내려온다.      


    현대 크레모나 제작은 오히려 밀라노 학파를 영향을 크게 받았다. 오늘날 익히 유명한 G.B. 모라씨, F. 비쏠로티 등이 크레모나 제작 스쿨을 세웠고 스가라보또, 오르나티, 가림베르티 등이 유입되면서 지금의 크레모나 스쿨의 뼈대가 됐다. 따라서 오늘날 크레모나를 과거 크레모나 학파로 보지 않고 밀라노 학파로 보는게 더 적합하다는 평이다. 

    

    여담으로 모라씨 등이 크레모나 스쿨을 제작하기 전 크레모나 제작자 중 유명한 사람은 이탈리아인도 아닌 헝가리 제작자인 타타 밖에 없었다고 한다. 민족주의의 순혈주의 성향이 강한 이탈리아 문화에서 외국인이 한 지역의 바이올린 제작 대표였다는 사실은 그 학파가 사실상 절멸했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볼로냐



    오늘날 볼로냐 학파는 Raffaele Fiorini(피오리니 패밀리)를 필두로 그의 아들 Giuseppe Fiorini, Augusto Pollastri(폴리스트리), Ansaldo Poggi(포찌), Otello Bignami(비그나미), Giancarlo Guicciardi(귀찌아르디), Renato Scrollavezza(스크롤라베짜), Roberto Regazzi(레가찌) 등으로 이어져 내려온다. 가격이 악기 성능을 모두 대변하는 것은 아니지만 악기 가격을 기준으로 하면 비슷한 시기에 제작된 크레모나나 밀라노 악기보다 볼로냐 악기가 더 좋은 값을 준다. 


    볼로냐 악기는 오늘날 동아시아에 큰 인기를 끄는 크레모나 스타일과 조금은 다른 모양새다. 크레모나가 특유의 레드브라운 바니쉬가 칠해진 고운 자태(?)와 기름진(?) 소리라면, 볼로냐는 좀 더 수더분하고 악기의 울림이나 볼륨, 프로젝션 등 악기 파워에 더 집중한 모습이다. 그래서 솔리스트나 개성있는 소리를 좋아하는 연주자들은 크레모나 보다는 볼로냐를 더 선호하는 편이다.     


    주세페 피오리니의 제자 중 가장 유명한 제작자는 안살도 포찌다. 볼로냐 학파 스타일에 충실했던 포찌는 제자를 뒀는데 오늘날에도 유명한 귀찌아르디다.

    

    귀찌아르디는 현재 생존한 바이올린 제작자 중 최고로 꼽히는 제작자다. 귀찌아르디가 현재 80대의 노년이고(유명한 제작자가 사망하면 보통 악기 가치가 상승한다), 평생동안 악기를 적게 만들었던터라 몇몇 딜러들을 중심으로 매점매석에 들어갔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가격 역시 천정부지로 뛰고 있다. 


Ansaldo Poggi, Bologna,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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