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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야 Sep 20. 2020

이야기의 시작

바이올린 이야기 #0


어느 추운 겨울날이었다.


모처럼 휴일을 맞아 늦도록 잠을 자고 있었는데 불길한 전화가 울렸다. 전화번호는 회사 선배 번호.


자는 척 전화를 받지 않을까 열번 정도 고민 끝에 전화를 받았다. 아니나 다를까 의정부의 한 아파트에서 불이 크게나 급히 취재를 나가야 한단다. 요청이 아닌 사실상 명령이었다.


우울한 마음을 가지고 수십km를 달려 의정부에 도착했다. 차에 내리자마자 북방의 삭풍이 불어닥쳤다. 무척 추운 겨울이었다.


불이 난 아파트에서 난 잿빛 연기는 하늘을 회색으로 얼룩지고 있었다. 회색 하늘을 보면서 뭔가 그 색깔이 내 마음 속 색상과 닮았다고 생각했다.


잿빛 속을 형형색색으로 물들일 수 있는 방법이 뭐가 있을까.


아무래도 음악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악기는 평소 배우고 싶었던 바이올린이었다.


취재를 다녀온 다음날 바이올린 학원에 전화를 걸어 방문 약속을 잡았다. 그리고 지금까지 5년넘게 이어져 온 바이올린 라이프의 시작이었다.


돌이켜보면 최고의 선택이자 최악의 선택이었다.


서른 살이 다 되어갈 때 시작한 데다가 음악적 재능도 부족해 배우는데 지금도 고통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들어갔던 돈과 시간을 헤아리면 홧병이 생길 것 같았다.


그렇지만 바이올린을 하면서 단순한 배움과 연주에 그치지 않고, 바이올린에 대한 악기 자체 연구와 역사, 악기를 만드는 제작자부터, 좋은 악기를 구하는 방법까지 연구를 시작했고 또한 현재진행형이다.


다행히 직업이 기자인지라 바이올린에 몸 담은 사람들과 이야기를 할 기회가 조금은 있었고, 그들과의 대화를 통한 지식들을 잊기 아까워 조금씩 메모를 한 것이 이 글의 시작이다.


처음에는 오로직 메모 형태로 혼자만의 글로 남겨놓으려고 하다가, 조금이나마 공유하고 싶은 마음에 이 곳에 연재를 시작한다.


글은 주관적인 해석과 객관적인 사실을 근거로 하며, 때로는 추측과 불명확한 사실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참고적인 용도로 봐줬으면 좋겠다. 또한 타인을 비방할 의도가 없음을 미리 밝힌다.



 <Giovanni Battista Guadagnini, Parma circa 17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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