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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윗드림 Oct 26. 2022

재벌이면 다 행복해?

수요 매거진 12화

거의 한 달 만에 수요일에 돌아온 수유리입니다. 뭐하느라 바빴냐면 할 말이 후... 많지만 할말하않으로 퉁치겠습니다. 뭔가 여러 가지 잡생각이 가득 들고 몸도 피곤하고 정신도 피곤한 요즘이라 잠도 잘 못 이루고 이명도 심해지는 것 같고 또 괴상한 꿈까지 자주 꿔서 더 피곤한 요즘입니다. 


그래도 수요일에 돌아와야겠다는 생각이 무언가를 적어볼까 하다가 이런 고민이 '내가 재벌이면 끝날까? 내가 돈이 없어서 그런 걸까?'라는 찰나의 생각이 꼬리를 물었습니다. 하고 싶은 건 많고 돈은 없는 그러나 마음만은 나쁘지 않은 그런 끄적임 시작하겠습니다. 



재벌은 행복할까? 


친구들과 집값 걱정 부동산 걱정 나라 걱정을 하는 중이었다. 갑자기 재벌 걱정까지 이어지다가 한 친구의 말로 대화가 잠시 중단되었다. "재벌딸들은 좋겠다. 아무 걱정도 없이 살고.." 지극히 현실적인 친구가 바로 찬물을 끼얹었다. "야야... 재벌이 얼마나 힘든데.. 매일 정해진대로 움직여야 하고 선택권은 하나도 없이 부모님이 하라는 대로 다 해야 하고, 가기 싫은 모임도 다 가서 억지로 웃어야 하고, 결혼도 정해준 남자랑 하는 거잖아. 그렇게 사는 게 스트레스받아 명품으로 지르는 거고." 참 바른말도 속 시원하게 하는 친구가 참 좋다. 


그러나 친구는 자신의 처지를 걱정하기 바빴다. "난 집도 없고 차도 없고 샤넬이랑 디올 백도 없어. 가난한 월급쟁이야. 엉엉. 나 같은 사람은 어찌 살라고." 그래도 다닐 회사가 있는 게 어디냐, 너는 무엇도 있고 무엇도 있잖아? 라며 달래기 바빴는데 그건 그 친구의 귀에 들어가지 않는 것 같았다. 재벌이 되면 모든 게 다 해결이 되는 것일까??


한참이나 우울한 얼굴을 한 친구는 맛있는 음식이 나와도, 즐거운 이야기를 해도 표정이 밝아지지 않은 채로 식사를 한 후 돌아갔다. 다른 친구들이 재밌는 얘기를 해도, 맛있는 음식을 친구 쪽으로 밀어 넣어도 전혀 기분이 좋아지지 않았나 보다. 배려를 해주는 것보다 필요한 건 아마 샤넬백이었던 건 아닐까?


한참을 우울하게 있던 친구가 갑자기 기분이 좋은 지 톡을 걸어왔다. 명품 백을 샀다는 거다. 다들 놀라는 마음을 달래며 이쁘다고 칭찬도 하고 앞으로 잘 들고 다니고 다음 모임에 가져 나오라고도 했지만, 아껴들거라 말했다. 어떻게 구한 명품이냐는 이야기다. 지극히 현실적인 친구의 이어지는 말, "아끼다 똥 된다. 그냥 들고 다녀. 그러려고 샀잖아." 애지중지 하는 명품이 생긴 그녀는 며칠동안 기분이 좋은 것 같았다. 



재벌은 내가 더 부럽겠지?


재벌이 되면 뭐든 해결되는 걸까? 사고 싶은 걸 다 사면 나의 결핍은 해소가 되는 걸까? 노력해도 안 채워지거나 마음이 허할 때 벗어나려 부단히 노력했다. 그러다 안되면 '이렇게 열심히 산 내가 이 정도의 보상은 받아야지!'라는 오기에 나도 무언가 허한 마음을 채워줄 물건을 찾아 나선다. 평소라면 꿈도 못 꿀 명품이나 다른 소비재를 찾아 나서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러한 명품이 주는 기쁨은 길지 않다. 내노라는 대학이나 직장에 붙어도 딱 한 달까지 좋다고 했던가? 명품을 가진다고 갑자기 내 삶이 바뀌진 않는다. 이건 자동차여도 그렇고 집이어도 그렇다. 부수적인 다른 걱정과 고민이 따라오는 건 덤이다. 물질적인 걸로 공허함을 채우기엔 쾌락은 쉽게 적응되며 또 다른 쾌락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건 근시안적인 방도기 때문이다.


백세시대인 요즘, 우리의 수명은 더 길어졌다. '이것만 있으면 내 삶은 행복하겠지?'라는 마음의 공허함을 채우기엔 명품보다 우리는 더 대단하다. 돗자리를 깔고 텐트를 치며 오픈런을 하기엔 그 몇백만 원 아니 몇천만 원짜리 샤넬백보다 우리의 존재 자체가 더 대단한 명품이다. 이제 나는 재벌이 되는 것보다 나 자신을 명품으로 키우기로 했다. 몇 해가 지나도 값어치가 떨어지지 않고 오히려 더 높아지는 그런 명품, 남들은 몰라봐도 나 자신은 알아봐 주는 그런 명품이 되면 재벌은 안 부럽지 않을까? 재벌은 되려 여러 가지 마음껏 할 수 있는 나 자신이 더 부러울지도 모를 일이다. 

명품사는 것도 오래 안 간다 ©freestocks,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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