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런이 움직이는 성
원수는 직장에서 만난다. - 박명수
왜 직장에 빌런*들이 있는 것일까? 학창 시절 한 반에 많은 친구들이 있어도 모두와 친하진 않았다. 마음이 맞는 몇몇 친구들과 평생 친구가 된다. 학교 다닐 적은 친구를 고를 수가 있었다. 그러나 직장은 직장동료를 고를 수가 없다. 직장은 우리가 돈 내고 공부하기 위해 만난 곳이 아니라 돈 받고 일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온갖 원수를 다 만난다. 빌런들은 '사실, 나 빌런이오!'하고 얼굴에 쓰여있지 않다. 빌런은 평범하게 아니 어쩌면 더 평범하게 보이는데 빌런 짓을 겸하는 것이다. 그리고 압박을 받는 상황이라면 그들의 빌런력은 무한대로 증폭한다. 왜 학교는 빌런에 대한 걸 가르쳐주지 않았나? 동전의 양면처럼 사회의 나쁜 면도 알려줬어야 하는 거 아닌가?
· 빌런(villain): 라틴어 '빌라누스(villanus)'에서 유래. 빌라누스들은 차별과 곤궁에 시달리다 결국 상인과 귀족들의 재산을 약탈하고 폭력을 휘두르게 되었다. 이처럼 아픈 과거들로 인해 결국 악당으로 변모하게 됐다는 점에서, 창작물 등에서는 ‘빌런’을 ‘악당’을 뜻하는 말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빌런을 알아보기 힘든 이유는 빌런이 빌런이라고 얼굴에 써붙이고 다니지 않는다는 점이다. 또 빌런은 처음부터 '나 빌런입니다!' 하고 나타나지 않는다. 서서히 도와줄 것처럼 아군처럼 행동하고 입 발린 말로 꼬드기지만 나중에는 자기뜻대로 고집을 피운다. 대부분 빌런들과 전투하는 이유가 그들은 무척이나 고집이 세기 때문이다. 자존심을 내세워 끝까지 자기의 입장을 꺾지 않는다. '이 정도 했음 가겠지.' 하고 안심하면 또 다른 빌런과 합작으로 옵션을 추가해서 공격한다. 두 눈을 부릅뜨고 다른 무기 착장하고 또 찾아오는 것이다. 모든 걸 겪은 명수 옹은 직장인들이 잊지 말아야 할 명언을 알려준 것이다.
어떤 특정 대상에게 반감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 자신의 신념과 모순되는 증거나 사실을 제시하더라도 신념이 바뀌지 않고 오히려 반발하는 사람들이다. 증거나 사실은 자기를 속이기 위한 모함이라며 반대에 반대를 지나치게 하는 사람이다. 모든 정보를 다 알 수 없기 때문에 발생하는 '인지 편향'이나 원래 가지고 있는 생각이나 신념을 굳히기 위해 유리한 정보만을 취사선택하려는 '확증 편향'을 취한다. 소위 제멋대로 생각하고, 지 유리 한대로 지껄이는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신념을 굽히지 않아서 사람 질리게 하는 '멘탈 뱀파이어'들이다. 그들과의 전투에서 혹 이기더라도 멘탈이 너덜너덜 붕괴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 역화 효과(backfire effect): 자신의 신념과 모순되는 증거나 사실이 제시되더라도 신념이 바뀌지 않고 오히려 반발 심리에 의해 기존의 편견을 더욱 강화하는 경향
· 인지 편향(cognitive bias): 인간의 제한된 정보처리의 능력으로 인해 모든 정보를 다 알 수 없기에 발생하는 비논리적 추론
· 확증 편향(confirmation bias): 원래 가지고 있는 생각이나 신념을 확인하기 위해 유리한 정보만을 취사선택하려는 경향
친구들과 오랜만에 만나 사는 얘기를 하는 중이었다. 친구가 이제 또라이가 안 괴롭히냐고 물었다. "아 또라이? 똑같지 뭐. 근데 어차피 겪을 거라면 익숙한 또라이가 낫더라고"라고 답했다. 또라이가 몇 명 사라지면 그만큼의 다른 또라이로 채워진다. 강도만 달랐지 다시 채워지는 것이다. 그리고 또라이가 없으면 내가 또라이라는 말이 맞다. 또라이라는 질량을 채워야 하기 때문이다. 이왕에 겪을 또라이라면 조금이라도 내가 패턴을 알고 있는 나에게 익숙하고 내가 적응한 또라이가 낫다. 그래도 어느 부분에서 뭐라 할지 감이 잡히기 때문이다. 빌런이 움직이는 성에서 어차피 '인생의 빌런 목마'를 탈꺼라면 익숙한 말로 타자. 또라이 말이 미친 듯이 날뛰고 괴성을 지르더라도 한번 겪어보면 두 번째는 타격이 그다지 크지 않고 몇 번 더 겪다 보면 팝콘 먹으며 신나게 타고 있을지도 모른다.
<참고 자료>
- 역화 효과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4368401&cid=43667&categoryId=436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