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일을 하고 계신가요? 업무에 열정을 가지고 보람도 느끼는 일, 그런 일을 하고 계신가요? 정말 좋아하는 일이라면 퇴근도 없이 여가시간이나 주말도 다 반납하고 빠져들 정도로 즐기며 일을 하고 계신가요?
인생은 불공평하다. - 빌 게이츠
직장인이 매일 야근해 가며 주어진 업무 이상으로 열심히 매진한다고 해도 그 일에 대한 보상을 받기란 쉽지 않다. 인생은 불공평하기 때문이다. 얍삽한 상사가 공을 가로챌 수도 있고, 열심히 야근만 한 나보다 회식에 더 열심히 참석했던 동기가 사내정치로 인해 빨리 승진할 수도 있고, 무궁무진한 변수가 가득하기 때문이다. 만약 정말 운이 좋아 내가 뼈를 깎아 열심히 한 업무에 대해 승진, 수당, 포상으로 충분히 보상을 받고 있다 할지라도 매일매일 끝없는 열정만으로 내 체력과 정신력이 버틸 수 있느냐도 문제다. 중요한 것은 좋아하는 일을 찾는 게 아니라 그 일을 하면서 수반된 엄청난 일들을 과연 '내가 어디까지 견딜 수 있을까'가 관건이다.
어차피 세상은 불공평한데 이렇게 야근수당도 없이 매일 일해야 하는 걸까? 휴.. @barbaracascao, pixabay
커피 한잔 주겠어?
예전 방송에서 본 호텔경영학과 출신 여자 연예인에게 왜 호텔리어를 안 하냐 물으니 인턴 때 투숙객이 수건을 가져다 달라해서 기분 나빠서 그만뒀다고 얘기했다. 그녀는 고객에게 수건을 가져다주는 업무를 자존심 상 견디지 못한 것이다. 사람마다 견딜 수 있는 한계는 다 다를 것이다. 한때 단골 면접 질문이었던 만약 상사가 커피 한잔을 타오라고 하면 어쩌겠냐는 질문은 고학력 여 취준생들에게 버티기 힘든 압박 질문이었을 것이다. 취직 후 커피 주문에 '이 사무실도 우리 집이라 생각하면 집에 온 손님께 커피나 음료를 대접하는 건 당연하지.'라 생각하니 그리 기분 나쁜 일이 아니라 오히려 어떻게 대접할지 고민하게 되었다. 나에게는 커피 한잔을 타는 게 참을 수 있는 업무 중 하나였다.
손님 대접하려면 라테 아트 정도는 배워놔야지 @Nathan Dumlao, Unsplash
상한선을 둘게 아니라 하한선을 둬야 한다
사람인이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직장인 379명 중 81%가 인간관계 스트레스로 퇴사하는 경우가 더 많다고 한다. 직장인들이 상사와 갈등을 겪는 이유로는 '자기에게만 유리한 비합리적인 결정이 잦음', '권위적인 태도', '업무를 미룸', '사적인 일 부탁이나 갑질', '인격모독 발언' 등이 있다. 사업을 하던 직장에 다니던 일은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없으므로 위와 같은 분쟁은 충분히 생기기 마련이다. 갈등의 해결 방법으로 '가급적 갈등이 생기지 않도록 피한다.', '혼자 속으로 참는다.', '이직이나 퇴사 준비를 한다.'의 소극적인 대응을 언급했다. 이때 본인의 하한선을 알아두면 좋다. 예를 들어 '인격 모독은 참을 수 없다.' 또는 '개인 비서처럼 부려먹는 갑질은 못 참겠다.' 등의 하한선을 정해두면 버틸 수 있는 시간이 더 늘어난다. 결국 얼마나 버티는 가의 문제이다.
버티는 사람이 강한 건가?
회사에 분노조절 장애 나르시시스트 여직원이 있었다. 낙하산이어서 아무도 못 건드리는 위치였는데 그럴수록 더 쌍욕을 하고 다녔다. 출장으로 안동에 같이 가는 도중 그녀는 운전하는 내내 상스러운 18을 38번이나 분노에 차서 내뱉었다. 분노의 이유는 고속도로에 차가 많아서, 블루투스 연결이 안 되어서, 주차관리요원의 안내가 마음에 안 들어서 등 사소한 거에도 분노를 참지 못하는 정신병자였다. 부서 초년생인 나는 이해가 안 됐지만 이미 겪은 직원들은 원래 그렇다며 웃음으로 넘기는 상태였다. 결국 꽂아준 분의 임기가 만료된 후 자기도 위기의식을 느꼈는지 바로 퇴사했다. 손꼽히는 미친 X였지만 그때 나는 '2년만 버티자.'라는 목표가 있어서 무슨 일이 있든 간에 버티니 정신병자가 먼저 사라졌다. 결국 버티는 사람이 강한 것인가?
치료는 받고 있니? @RobinHiggins, Pixabay
참아야 할 게 있고 참지 말아야 할 게 있지
브런치에 글을 쓴 이후 2번 다음 메인에 올랐다. 현대차 주식 관련 쓴 글이 다음 '머니'섹션에 올랐는데 악플들이 많았다. 하나하나 들어가 보니 쓴 글도 없고, 브런치 작가 신청도 하지 않은 듯하다. 그저 자기 말이 맞다 왈가왈부하고 주식하다 돈을 잃었는지 자신의 분노를 댓글로 남기는 찌질한 사람들이 전부였다. 나중에 알게 된 댓글 차단 기능은 나의 정신적 고통을 덜어주었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도 물론 기분 안 좋은 일들도 분명 있을 것이다. 이에 대한 자기 방어 방법을 마련해 놓으면 어느 정도 대비가 된다. 작가들도 글을 쓰는 게 좋아 글쓰기를 시작했는데 이런 예상치도 못한 경험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내가 좋아서 시작한 일이지만 더 즐겁게 일하기 위해서는 미리 발생할 문제점들을 사전 차단하면 일의 수명을 더 늘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