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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 유 Jul 27. 2021

우리를 들뜨게 하는 것들

양파 한 입, 피망 한 입

초등학교.. 아니 국민학교 6학년 시절.

담임 선생님이셨던 이동홍 선생님은 나를 

무척이나 이뻐 해 주신 여자선생님이였다. 

신혼여행을 다녀오신지 얼마되지 않은 어느 날의

점심시간. 선생님이 조용히 교탁으로 부르셨다. 

"왜 양파를 안 먹어? 도시락 먹을때 보니까

골라내던데? 고루고루 잘 먹어야하는거야. 

양파가 얼마나 맛있는데. 선생님 집에 

한번 가자. 양파 요리 해줄께. "

그리고는 선생님의 신혼집으로 초대해주셨다. 


학교 바로 맞은 편에 있던 선생님의 신혼집을

들러볼 수 있는 건 영광이었다. 

자세히 떠오르지는 않지만, 신혼부부의 집 답게

작지만 깔끔한 주방 식탁에서 나는 난생처음

달큰한 간장에 볶은 양파조림과 마주했다. 


집에서는 안먹겠다고 난동을 부리다시피

고집을 피웠지만, 담임선생님 앞에서는

그런 거부가 통할리 만무였다. 

먹는건지 그냥 삼키는 건지 두어번 꿀꺽 삼켰다가

두어번 씹어보라는 선생님의 명령 아닌

명령 앞에서 두 눈을 질끈 감고 양파를 씹었다. 그런데 아! 경험해보지 못한 달작지근한 맛이 혀를 감돈다. 


내가 양파를 먹기 시작한건 그때부터였다. 

제자에게 양파를 먹게 하려고 집으로 직접 불러 요리까지 해주시는 선생님이 얼마나 흔할 것인가!


그 뒤에 나는 피망앞에서 양파와 같은 경험을 했다. 

친한 선배와 함께 간 식당에서 선배는 피망 한조각을 내게 권하며 따뜻한 미소를 내어주었다. 

인상을 찡그리는 내게 한입만 물어보라고 간절히 권유하던 선배 때문에 억지로 베어물었던 첫 피망의 맛. 

피망 때문이 아니라, 나로 인해 애쓰는 선배가 고마워 억지로라도 한입 물어볼 기세였다. 

그런데 아! 이 역시 경험해보지 못한 아삭한 담백함으로 내 혀를 감돌았다. 


사랑한다는 건 거창하지 않은 관심으로 시작한다. 

관심이 사람을 바꾸고 마음을 움직이게 한다.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든다. 

그런 스승이, 그런 선배가, 그런 동료와 동생이, 그런 친구와  이웃이, 그런 애인이 있는 세상. 

돌아보면, 세상은 우리를 들뜨게 할  고마운 사람들 천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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