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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언화가 Jun 07. 2022

예상할 수 없다는 것만 예상할 수 있을 뿐

드디어 비가 온다.

어제부터 비가 내렸다. 기상청 예보가 잘못된 경험들을 바탕으로 어제도 비가 오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진짜로 비가 왔다.


메마른 땅에 내린 단비는 물에 목말라 있던 논과 밭의 식물들에게 단비가 되어 주었다. 죽은 것처럼 시들어 있던 고구마순들은 좀비가 몸을 일으키듯 흐느적 고개를 들었다. 곧이어 새로운 생명을 얻은 듯 생생한 모습으로 활력을 찾았다.


어제는 비가 잠시 멈춘 틈을 타 콩도 심었다. 초보 농부에게 이런 작은 틈들은 기분 좋은 틈새시장을 보여준다.


그렇게 웃으며 오늘을 맞았다. 학교에 출근해 창밖을 흐뭇하게 보던 나는, 오후에 내리는 장대비를 보며 긴장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핸드폰을 열어 내일과 모레의 날씨를 보고는 더 놀랐다.


내일도 모레도 모두 비소식.

비가 오는 건 좋지만 너무 많이 온다.

혹여 배고픔을 참고 참던 식물들이 갑자기 내린 비로 인해 넘치게 비를 마셔 잘못되는 건 아닐까 걱정도 됐다.


농사를 지으며 깨닫는 건 세상에 예상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예상할 수 없다는 진리를 깨닫는 거란 거다. 예상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에 집중해야 한다. 그것이 농사를 지으며 현재를 바라보게 되는 이유다.


#농사초보 #농사짓는선생님 #명언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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