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짧은 대화가 생각을 바꾸는 한 마디가 되었다. 늘 기한을 정하고 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처럼 달려가는 나였다. 그림 또한 ‘언제까지 이만큼 잘 그려야지’라는 목표를 세워 스스로를 몰아붙였다. 그런데 문득, 기한이 없다고 해서 그림을 멈추는 건 아니라는 사실이 새삼 다가왔다.
3시간 남짓 눈을 붙이고 출근했다. 출근부터 퇴근까지 쉴 틈 없이 바쁘게 움직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퇴근 후 미술 학원으로 향하는 길에 나는 생각했다. '꽤 괜찮은 하루였어. 바빠서 정신없이 지나간 하루라니.'
미술 학원에서 간단한 스케치를 한 시간 동안 그리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스케치에 끝까지 공을 들인 자신이 스스로가 대견했다.
'끝까지 스케치에 공을 들인 건 멋졌어.'
빨리 갈 이유가 없다는 걸 알게 된 순간, 마음속 조급함이 사라졌다. 물론 다시 조급함과 불평이 찾아올지도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은 내가 걷고 있는 이 길, 이 과정과 현재라는 순간이 내가 꿈꾸던 것이었음을 기억하기로 했다. 감사함을 마음속에 새기며.
삶에서 가장 중요한 건 같은 것을 보면서도 다른 눈으로 보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조급한 시선에서 여유로운 시선으로, 불만의 눈에서 감사의 눈으로 바뀌는 작은 차이가 인생을 크게 바꾼다. 친구의 말속에서 그리고 그림을 배우며 나 자신도 조금씩 그런 관점의 변화를 배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