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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농사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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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언화가 Sep 11. 2021

거짓말 거짓말 거짓말

아니라고 말해주세요

가을이다.
가을에게 와달라고 한 적 없는데
어느 날 정신을 차려보니 가을이
곁에 와 있었다.

맑은 날이기에 자전거를 끌고 동네 산책에 나섰다. 하늘은 높고 코스모스 핀 들판도 아름다웠다.

그 아름다움을 뚫고 차 한 대가 지나갔다. 인적 드문 시골길에 차가 지나간다는 건 눈길을 따라가게 만드는 충분한 이유가 된다. 더군다나 그 뒤를 따르는 한 마리의 개를 발견했기에 더더욱 눈을 뗄 수 없었다.

다리 하나가 불편한 건지 연신 다리를 절뚝거리면서도 앞에 가는 차를 놓치면 안 된다는 결연한 의지가 보이는 개 한 마리와 더 빠른 속도를 낼 수 있을 것 같은데 멈칫 거리는 듯한 자동차의 움직임.

그 순간 이적의 거짓말 거짓말 거짓말이라는 노래가 귓가에 스치며 슬픈 상상이 머릿속을 채웠다.

반려견이 유기견이 되는 순간을 보고 있는 건 아닐지. 먹먹해지는 마음을 알아차린 듯 차는 잠시 멈췄다. 하지만 누구도 내리지 않았고, 차의 뒤를 연신 쫓던 개도 차 뒤에 잠자코 앉아 가쁜 숨을 가다듬었다.

슬픈 결말이 아니길 바라는 마음에 뒤를 돌았다. 좋은 결말이었을 거라고, 모두 함께 행복하게 살았을 거라는 동화 속 마지막 장을 떠올리며 가던 길을 멈춰 돌아섰다.

맑은 하늘과 모순되게 누군가에게는
사랑하는 이에게 버림받은 슬픈 날이 되지 않기를

2021.9.11 농촌일기
나의 상상이 잘못되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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