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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냥사탕 Jan 27. 2023

새벽 4시 30분, 네가 왜 거기서 나와


새벽 4시 30분.

모두가 잠든 어두운 방안.


다른 사람들이 깨지 않도록 맞춰놓은 알람의 진동 소리가 유독 우렁차게 들린다.

하나의 방 안에 네 식구가 함께 잠을 청하지만 언제나 그 모습은 제각각이다. 두 아이는 자유로운 영혼임을 인증하듯 각자의 영역을 사수한다.


정글 속에서 무언가 튀어나올까 봐 조심하듯 나의 기상은 언제나 소리 없이 이루어진다.


'시간이 없다!'


분명 여유는 있으나 여유가 없는 마음의 분주함이 추운 겨울, 그토록 위험하다는 이불 밖을 두려워하지 않게 되었다. 직장과 육아를 하는 와중에 진짜 내가 하고 싶은 걸 하려면 새벽밖에 기회가 없다는 것을 알기에 이 시간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귀한 순간이다.


컴퓨터의 모니터를 켜고 유튜브의 10분 스트레칭을 한다.

물 한잔과 함께 바로 나만의 루틴을 몰입한다.


한참을 집중에 몰입을 더하려는 그때.


'딸깍!'


방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반쯤 눈에 감긴 아드님께서 등장한다.


"엄마~ 나 오늘 일찍 일어났지요"


이불속의 온기 덕분에 두 볼이 빨갛게 물든 아이는 뭔가 해냈다는 성취감 가득한 얼굴로 나의 무릎에 앉는다.


지금 시간은 5시 10분.

아드님아~ 아직 아침이 오지 않았어.

두 시간 더 자야 일어날 시간이야.


마음의 외침과는 다르게 내 입에서는 일단 긍정의 표현을 전해준다.


"그렇네, 우리 아들 오늘은 정말 부지런하다. 그런데 많이 일찍 일어났어."


부지런하다는 엄마의 말에 어깨는 승천했지만 감기는 눈꺼풀은 어쩔 수 없는지 무릎에서 내려와 따끈한 방바닥에 엉덩이를 붙인다. 그러고는 옆에 놓여있는 책을 손으로 만지작 거리며 내가 하는 모습을 가만히 들여다본다.


이제 막 8세가 된 아드님은 두 달 뒤 초등학교 입학을 눈앞에 두고 있지만 공부를 굳이 시키지 않았던 엄마 덕분에 한글을 겨우 조금씩 읽기 시작했다. 당연히 시계는 볼 줄 모른다.

옆에서 자리를 지키고 있는 아이에게 동화책 하나를 건네주었고 나는 또다시 나만의 할 일을 시작했는데 5분이 지나니 갑자기 방 안에 고요함이 맴돈다.


고개를 들어 뒤를 돌아보니 이내 다시 잠든 아이.

이렇게 피곤하면서 굳이 엄마를 찾으러 나왔다.


어제는 둘째가, 오늘은 첫째가.

두 아이가 번갈아가며 나오는 나만의 새벽시간. 아무리 일찍 일어나면 뭐 하나, 아이들의 그림자는 항상 엄마를 맴돈다. 


일을 한다고 하루종일 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겨두었다. 

퇴근을 하면 짧은 저녁시간을 보내고 다시 잠을 청한다.

사실 나는 엄마로서 마이너스라는 것을 굳이 객관적이지 않다고 느껴지는 순간이 매번 온다. 하지만 나도 사람인 걸~ 나도 한 사람으로서 내 몫을 제대로 하는 무언가가 되고 싶었다.


최대한 영향이 가지 않게 하고 싶어 새벽을 택했다. 하지만 그조차 아이들의 꿈속에서는 엄마가 함께 있어야 했나 보다. 나를 위해서, 너희를 위해서 모두가 행복해하는 삶을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 늘 고민하는 줄다리기의 시간을 겪는다. 워라밸까지는 바라지 않는다 하더라도 나와 엄마라는 이름 사이의 균형점을 찾는다.


포근한 이불속이 아닌 딱딱한 방바닥에 널브러져 잠이 들어도 내 옆이 좋다는 아이를 어찌 밀어낼까. 엄마이기에 가져야 하는 의무보다는 사랑으로 함께 성장하는 그런 엄마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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