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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lly Yoon Jan 20. 2022

나는 침대 위에서 어떤 여자인가


외국 친구들과 섹스에 관한 대화를 하다 보면 종종 나오는 말 중 한국 여자들은 침대 위에서 시체처럼 누워 있다는 것이었다. 그건 너무 너희들 기준의 스테레오 타입(Stereo type)인 거 아닐까?라고 톡 쏘아 붙이자, 분명 사람마다 다르지만 한국 여자 10명과 자면 6명이 그렇다고 했다.

그리고 그런 타입을 가리켜 불가사리녀, 일명 StarFish라고 불렀다.



최근 한 동생과 섹스를 주제로 대화를 나눴다. 본인은 한 번도 자위를 해본 적 없다는 말에 아직도 자위를 안 해본 여자들이 있구나, 하고 놀라기는 했다. 물론 동생은 자신이 성적으로 활발한 사람도 아니고 그쪽엔 관심도 없어서요, 덧붙여 나는 그럴 수 있지 했다.

성욕이 많은 여자가 있는 반면 없는 사람도 존재하니까.



언니는 오르가 느껴본  있어요?


나는  번도 느껴본  없다는 동생이  신기했다. 남자의 기술과 페니스만으로 오르가 도달하는 것은 분명 시간과 정성이 필요하다. 그날 본인의 컨디션과 파트너와의 정서적 교감, 기술 그리고 섹스를 나누는 공간의 분위기까지4박자가 고루 맞춰져야 오르가 이루어지는 것이고, 대부분의 경우에는  스스로 만지면서 도달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어디까지나  경험에 관한 오르가즘일뿐.)


동생은 화들짝 놀라며 다시 물어왔다.


"언니는 그럼 섹스하면서 언니 스스로 만져요?"


"너는 안 만지니? 어차피 섹스하는데 부끄러울게 뭐 있어?"


그리고 문득 동생이 남자 친구와 동거 중이라는 것이 떠올랐다.


"아니 도대체 너랑 남자 친구는 섹스할 때 뭘 어떻게 하는 거야?"


"우린 그냥 평범하게 해요. 전 누워있고 그 친구가 보통 움직이죠."


"그럼 너는 위에 올라가서 안 해?"


"이상하게 저는 남자 친구 몸 위에 올라가면 그런 자세가 부끄럽고 수치스러워요."


"설마 그런 자세를 취하는 자신이 저속하다고 생각하는건 아니지?"


"살짝 비슷해요. 남자 친구 눈에 좀 싼 여자처럼 보이지 않을까 걱정되기도 하고.. 남자 친구는 저랑 하는 섹스 재미없어하겠죠? 가뜩이나 외국앤데."



그리고 어느 밤 모여 앉아 한국 여자를 (Sratfish)에 비유하던 친구들과의 대화가 떠올랐다. 어쩌면 한국 여자들은 정말로 불가사리일지도 모른다고, 나만 전혀 인지하지 못했을 뿐이라고.






커플들의 섹스는 장기전이다. 몇 개월, 몇 년의 섹스 패턴이 너무 똑같기에 우리는 섹스에 흥미를 잃기 시작한다. 상대가 좋아하는 체위와 부위. 옷을 벗긴 다음 어떤 식으로 애무할 것인지 미리 예측가능하기 때문에 설렘이 사라진다. 더불어 다른 체위를 시도하는 것이 되려 어려워질 수도 있다. "왜 안 하던 짓을 해?"라는 한마디에 어렵사리 잡은 분위기를 망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어떤 이들은 부끄러움 없이 이렇게 해봐, 저렇게 해봐 라며 새로운 체위를 요구하기도 한다. 상대방이 쑥스러워하는 것을 알면서도 능청스럽게 분위기를 깨지 않고 잘 이끌어 가는 사람들이 더러 있다.


글을 쓰면서 내 섹스 패턴에 대해 생각해봤다.

과연 나는 침대 위에서 어떤 여자인가?


쑥스러움이 없다면 그것은 거짓말이다.

아무리 능숙한 남자와 함께여도 침대 위에 눕고 옷을 벗는 과정은 여전히 부끄럽다.


섹스에 있어서 내게는 옷을 벗는 과정이 가장 어렵다.

차라리 옷을 재빨리 벗고 알몸으로 누워있는 게 조금 더 편하달까.


매일 아침 옷을 입고 벗는 그 일상적인 행위를 섹스 전에 해야 한다는 생각은 에로틱한 분위기를 삽시간에 가라앉힌다. 침대까지 잘 이끌어온 분위기를 옷을 벗는 과정에서 깨고 싶지 않다는 강박 관념이 내재해 있어서 그럴까? 나는 옷을 벗을 때 등을 돌리거나 혹은 상대방이 옷을 벗는 과정을 보지 않으려 한다.


일단 상대와 내가 옷을 벗고 나면 그다음부터는 편하게 섹스를 즐길 수 있게 된다. 다행스럽게도 나는 조금 능동적인 사람이고 애무를 받는 것도 좋아하지만 사실상 내가 애무 해주는 것을 더 좋아하는 타입이라, 여기까지는 나도 여자로서 침대 위에서 좀 괜찮네 소리를 들을지도 모르겠다.


아! 내 섹스에 있어서 필요한 것이 이 부분임을 알아차렸다.

침대 위에서 능동적이기는 하나,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것이 부끄럽고 귀찮은 나. 그래서 연애 초반의 섹스는 늘 즐겁고 재미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진부해져 가는 섹스에 흥미를 곧 잘 잃었다. 관계 개선을 위해 새로운 것을 시도하려는 남자 친구가 있었다. 그리고 나 역시 "싫다니까."라는 한마디로 분위기를 엎어버렸다. 결국 우리가 헤어졌던 이유는 섹스 때문이었다.


섹스에 있어서 나는 조금 능청스러워질 필요가 있다.

부끄러울 때 나오는 귀여운 척하는 말투와 목소리는 섹스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때로는 영화 속에 등장하는 악녀처럼 입술을 일자로 굳게 다물고 눈으로 말할 줄 알아야 한다.

때로는 포르노 영화에 등장하는 여자처럼 저속하다고 생각되는 포즈를 취할 줄도 알아야 한다.


그렇다.

나는 침대 위에서 이런 여자였다.

나 역시 부끄러움과 귀찮음을 안고 섹스를 하고 있었다.


조금 더 뻔뻔해지고 능청스러우면서도 열정적인 여자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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