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30일. Day 7 in 후쿠오카
*아크로스 후쿠오카
*구 후쿠오카 공회당
*후쿠오카 아카렌 문화관
*텐진 지하상가 남북으로-일정표에는 있지만 가지 않았다.
*니시공원 -일정표에 없지만 갔다.
*후쿠하마 해변 -일정표에 없지만 갔다.
오늘의 일정을 보니 거의 노는 날이다.
아크로스 후쿠오카는 들어가 보지 않았지만 여러 번 그 앞을 지나가며 보았던 큰 건물이다.
그곳과 주변을 다녀오기로 한 날이라 시간이 아주 많이 남을 것 같아서
이곳저곳을 검색해 보았다.
일정표엔 없는 니시 공원, 후쿠하마 해변이 있다고 한다.
상쾌한 햇살에 그림자가 예쁜 아침이다.
먼저 아크로스 후쿠오카빌딩으로 갔다.
겉모습이 특이한 건물이고 아주 컸다. 내부에는 공간이 쾌적하였고, 이미 전시 중인 서예와 전시작업 중인 곳도 있었다.
여기저기 둘러보다가 옥상정원이 멋지다고 해서 안내에 가서 물어보니 토요일, 일요일에만 연다고 하였다.
그 건물에 Juliet`s letter라는 카드랑 편지지 등을 파는 상점이 있는 데 가게이름이 너무 예뻐서 언젠가 꼭 들러 보리라 생각한다.
공회당 건물도 르네상스식 레트로 건물로 다리를 건너기 전의 강변, 아주 좋은 위치에 있었고, 주변을 멋진 휴식공간으로 만드는데 한몫을 하고 있었다.
19세기말 영국식 건물이라는 아카렌 문화관은 아뿔싸 오늘이 월요일이라 휴관이다.
내일부터는 걸어 다니는 곳이 아니라 기차를 타고 교외로 나가는 일정이라 기차역 위치를 미리 확인해야 했다. 내가 가는 곳에서 어떤 장면을 만날 까 미리 설렌다.
니시 공원을 구글맵에 의지하고 걷는다. 날씨는 맑고 주변 큰 빌딩을 휘휘 둘러보면서 갔다.
처음 시작은 좋았다 혼자 개척한 장소이니까 잘 다녀와서 자랑을 해야 한다는 마음에 씩씩하게 걷기 시작했다.
에고고.. 이게 웬걸! 걸어도 걸어도 니시 공원은 아직 멀었다.
걸어갈 곳이 아니었던 모양이었다.
포기하려고 지하철역을 검색하니 근처에 지하철 역이 없다.
대낮이라 무섭진 않았지만 되돌아가지도 못하고 고생길이 뻔할 것 같아 후회막급이었다.
그래도 어쩌리 내친걸음이니 끝을 봐야지.
중간에 쉴 겸 점심도 먹을 겸 음식점을 검색을 하니 마땅한 집은 오늘 휴무.
점심은 그냥 건너뛸까 잠시 망설였지만 다리가 아프니 잠시 앉기도 하고 먹기도 하자는 생각에 근처를 살펴보니 중국인 부부가 한다는 평점이 좋은 중국집이 있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좁고, 어둡고.. 손님들이 거의 차 있다 (테이블이 몇 개 안 되므로)
혼자 앉는 자리에 앉았다.
메뉴판으로는 음식을 고르기가 곤란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주인아줌마가 말을 시키면 어찌해보리라 맘먹는다. 주변 손님들이 표시 안 나게 나를 주시하고 있음이 느껴졌다.
나는 한눈에 봐도 이 식당에 어울리지 않는 여행객이었던 모양이었다.
더 황당한 건 주인아줌마가 기다려도 주문을 받으러 오지 않는 것이다.
할 일 없이 서 있으면서도 주방만 바라보는 표정을 보아하니
아줌마가 나한테 주문받기는 어렵다 생각하여 눈이라도 마주칠까 봐 피하는 듯싶었다.
나에게 온다면 검색할 때 본 사진에 나온 음식이라도 주문하려고 했는 데… 내가 먼저 불러서 말하기는 자신이 없고.. 잠깐 머뭇거린 다음 가방을 주섬주섬 챙겼다. 민망하기 그지없지만 슬그머니 그냥 나왔다.
여기는 외국이고, 나는 외국인이라 괜찮다. 아니야 그 사람들은 나갈 줄 알았을지도 몰라. 주인아주머니는 제발 나가주기를 바랐을지도 몰라.
라며 창피함을 달래려 중얼거렸다. 용기를 내 볼걸 그랬나 하는 후회도 잠깐 했었지만 나오길 잘한 거 같은 마음이 더 컸다.
이래서 내가 혼자 식당에 가는 게 싫다고.
배는 고팠지만 잠시라도 앉았어서 그런 지 다리 피로는 좀 풀렸다. 하지만 갈 길이 멀다. 아니 얼마나 걸릴지 몰랐다.
그때라도 되돌아올 것이지,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구글이 가르쳐주는 데로 점심도 거른 채로 니시 공원을 향해 걸었다.
그 후로도 얼마나 걸었는지 모른다. 그러면서 살짝 부근의 지하철역을 검색해 보았지만
니시공원 쪽으로 걷는 편이 나았다.
겨우 니시공원도착!
내가 생각한 공원 정문이 아니다 뒷문도 아니다. 아주 작은 입구다. 게다가 시멘트로 된 길로 구불구불 올라가라고 지도에 뜬다 울고 싶을 정도였다.
싫어도 여태 걸어온 길을 되돌아가지 않는다면 여기서 멈출 수는 없기에 전진하는 수밖에 없었다. 숨 차하면서 올라갔다. 세 갈래 길이 나오더니 그때부터는 나무도, 벤치도, 화장실도 보였다.
공원 숲 속의 의자에 앉아 쉬면서 왜 내가 지금 기쁘지 않은 지 후회 섞인 반성을 했다.
사람이 아무도 없으니 좀 겁이 났다. 거기에서 후쿠하마를 검색하니 그중의 한 길로 나가라고 한다. 그 길 따라 나오니 큰 길이 나오고 길을 건너니 거기가 해변이란다.
실망이었다. 해변이라고 100미터나 될까? 그냥 바다다. 해변가도 잘 정돈되어있지 않았다.
남편에게 내 스스로 검색해서 좋은 데 갔다 왔다고 자랑하려고 했는 데 낭패도 이런 낭패가 없었다.
에잇, 실망에 가득 차 속으로 화내고 있는 참에 오른쪽에서 어떤 아주머니가 오는 데 바닷가에서 연습을 한 모양인지 손에 골프채가 들려있다.
내가 외국인인걸 알았는지 몰랐는지 자기가 걸어온 뒤쪽을 가리키며 그쪽으로 가면 아주 멋진 장면을 볼 수 있다고 하였다. 목에 카메라를 걸었으니 가르쳐줬을지도 모르겠다.
힐튼호텔도 있고 어쩌고,
몇 분 가야 하냐니까 몇 분이랄 것도 없이 바로 저쪽이란다. 시멘트 길로 가자면 좀 도는 것 같아서 바닷가 모랫길로 걸었다.
이내 후회했다. 모래 위를 걷기가 더 힘드네 ㅠㅠ
여하튼 말해준 곳으로 가 보았다.
에이고, 그 아주머니 멋있는 장면은 생전 이 장면 밖에 못 본 모양이네.
오늘은 이런 날이구나. 이따 자랑은커녕 갔다 왔다는 말도 못 하게 생겼다.
그래도 그 아주머니랑 말도 해보고, 못 보고 지나쳤을 저 멀리 있는 힐튼 호텔과 후쿠오카 타워와 그 주변을 봤으니 됐다고 애써 마음을 달래 본다.
주변에 사람이 없다. 고양이 몇 마리가 있을 뿐이었다.
땡볕에 카메라가 무겁다는 생각이 든다 (찍을 거리가 많으면 새털같이 가벼운 가방인데) 가까운 지하철역을 찾으니, 도진 마치역이다. 찾아가는 데 아케이드형 상가가 나오고 곶감이 보인다.(며칠 동안 이 곶감은 나에게 아주 맛있는 간식이 되었으니. 감사한 일이다.)
한 팩을 사고 나서 앞뒤 좌우 안 보고 호텔로 바로 오려고 했으나 배가 너무 고파 한 정거장 먼저 내려 단골마트에 갔다.
개수가 많이 들은 초밥도시락을 샀다.
오늘의 말은 계획 없이, 무작정 다른 사람에게 뽐내려고, 자랑하려고 하는 행동, 말은 이제 하지 말아야지!이다.
그래도 뭔가 해보려고 한 것에 10점 정도 주면 안 될까?
아주 고단한 하루였지만 이 또한 되돌아보니, 그래도 또 다른 바다를 보고 온, 곶감을 사 온 날이었다.
바닷가 바위 끝에 앉아 하늘을 올려다 봤고, 수평선을 바라보며 마음이 편안해 지니, 고생도 결국엔 추억이 될거라 감사한 날임에 틀림없다.
18862보 걸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