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1일. Day 9 in 후쿠오카
*우미노나카미치 - 해변공원 (육지에 붙어있는 인공 섬)
[페리 노선: 하카타(博多)항- 사이토자키(西戶崎니시토자키)항 시카노시마(志架島)항 30분]
*하타카역에서 기차표 바꾸기
오늘부터는 본격적인 시외로 가는 거다.
기차시간 버스시간에 맞춰 다녀야 하기에 약간 긴장되기도 한다.
알람을 맞춰 놓고 잤지만 훨씬 일찍 눈이 떠졌다.
아침 일찍 준비하고, 페리를 타러 호텔부터 걸어서 항구까지 갔다.
제법 거리가 되었다.
항구가 예뻤다. 근무하시는 분들은 전부 어르신들이었다.
시카노시마 가는 표를 왕복으로 샀고, 그 어르신들이 내가 타야 하는 배까지 안내해 주셨다.
역시 산보다 바다야!
정시에 도착한 페리를 타고 신나게 1층, 2층을 오르락내리락하면서 셔터도 눌러가며, 얼마나 즐거웠는지 모른다.
시카노 시마에 도착해서 해수욕장을 검색하니 바로 앞이라 하는데 해수욕장이 보이지 않았다. 할 수없이 포털 사이트를 검색하니 노란 간판 뒤가 해수욕장이란다.
지금은 아주 커다란 나무판자를 엮어 가려 놔서 안을 드려다 보기도 힘들었다.
하지만 내가 여기까지 왔는데..
좀 작은 틈이라도 있나 보려고 마을 쪽으로 걸어서 갔다.
역시!! 좁다란 틈이 있고 그리로 들어가니 해수욕장이다. 아마 비수기라 막아 놨는 모양이다. 혼자서 해수욕장을 다 차지하고 거닐었다.
한참을 놀았다 바닷바람을 맞으며.. 역시 좋은 기분이다. 시내를 걸어서 다니며 본 풍경과는 역시 큰 차이가 있었다.
눈에 보이는 주변은 쓸쓸한 겨울바다 같지만 마음은 세상의 복잡함은 다 사라져 버리고, 평화롭기 그지없다.
알아 둔 배 시간에 맞춰 항구로 왔고 배를 타고 니시토 자키항으로 왔다.
원래 목적지인 우미노나카미치에 가려면 이 항구에서 내려야 했는데, 시카노 시마를 덤으로 다녀온 것이었다.
배에서 내려 출구로 나가려고 하는 데 역무원 할아버지가 표를 달랜다.
아주 당당하게 왕복표를 보여줬다.
갑자기 할아버지가 벽에 붙어있는 여기 지명을 가리키고, 시카노 시마 지명을 가리키고 뭐라 뭐라 한다.
내가 눈을 껌뻑껌뻑거리며 서 있으니 또다시 표를 달라고 하면서 어디 가냐고 하셨다.
우미노 나카미치에 간다고 하니 그럼 여기서 다시 하카타 항구로 갈 거냐고 하신다. 그렇다고 했더니 이따 갈 때 표를 다시 끊으라고 하면서 내 손에 들려 있던 표를 잡는다. 달라시는 거다.
나는 힘을 잔뜩 주고 안 뺏기려고 했다. 그리고 도리도리를 하면서 눈을 크게 뜨고 놀란 듯, 몰랐다는 듯, 다른 한 손으로는 영화 나 홀로 집에 나오는 주인공 아이처럼 손바닥으로 입을 가렸다.
할아버지는 그런 내 모습을 보고 웃으시더니 잘 갔다 오라고, 이따 와서 그냥 타라고 하셨다.
혼자 여행하는 한국 아줌마가 갑자기 당황하는 모습이 귀엽기도? 재미있기도 하셨나 보다.
나도 크게 웃으며 고맙다고 인사하고 (처음엔 왜 왕복표인데 안된다고 하는 거지? 하며 순간 당황했고, 정 안된다고 하면 다시 표를 끊으면 되었지만 할아버지랑 장난을 쳐보고 싶었던 마음이 더 컸었다.)
온화하게 웃으시던 할아버지를 떠올리며 발걸음 가볍게 바다에 만든 인공섬을 향해 걸었다.
땡볕에 30분 걸어야 한다. 걷는 길에 6차선도 있고, 사람도 없고 차들도 쌩쌩 달리고 큰길의 연속이다. 사람을 한 명도 볼 수가 없으니, 재미없는 길이었다.
걷는 중간에 큰일 날 뻔했다. 경사진 울퉁불퉁한 길에 발을 헛디딘 모양이었다.
오른쪽 발이 바깥으로 접힐 듯 중심을 못 잡고 휘청 엄마야 하고 큰 소리 비명을 지르면서 난간을 잡았다
난간이 없었다면 어떻게 할 뻔했을 까? 상상도 하기 싫었다. 잠시 발을 진정시키고, 다시 걸었다
가다가 골목이 나오면 들여 다 봤다.
차로 갔다면 보지 못했을 뻔한 예쁜 곳이 두서너 군데 있었다.
예쁜 기찻길이 있어서 내 가방을 놓고 찍으려고 하는 데 마침 기차가 지나가서 야호하고 혼자 소리치기도 하고 예쁜 색으로 벽을 칠한 집 몇 채가 있어서 셔터를 누르기도 했다. 골목 끝으로 보이는 바다는 얼마나 예쁜지.
도착해 보니 공원도 있고 수족관도 있는 데 아무 곳도 들어가지 않았다.
바다를 바라보고 앉아있는 것만 해도 내 마음은 평화다.
한참을 그러고 있는 데
한국말을 하는 3명의 남학생들이 서로 사진 찍어주고 있었다.
사진을 찍어준다니까 좋아라 한다.
대학생이냐고 물으니 이제 20살 되었다고 한다.
졸업기념으로 온 여행이라고.. 온 마음으로 축복한다. 세상을 넓게 보고 열심히 바르게 멋지게 살아가렴
항구까지 가는 길이 가깝지 않으니 배 시간보다 미리 걸어갔다.
가는 길에 마을 주민인 듯한 사람이 산책하는 모습이 보였다.
그 사람을 따라 골목 안으로 들어와 바닷길을 따라 걸었다.
아뿔싸! 이 길이 항구에서부터 거의 우미노 나카미치 까지 연결되어있었던 것이다.
얼마나 아름다운 길인지 모른다.
갈 때는 땡볕 신작로 아스팔트를 걷게 하다니 그렇다고 빠르지도 않으면서, 이때는 구글맵이 정말로 많이 미웠다.
사진을 찍으면서 바로 항구로 연결된 길을 따라 들어왔는데 그 할아버지가 안 계시고 다른 분이 계신다.
OMG! 어찌하나 이 할아버지가 표 보여 달라고 하면..
그 할아버지를 찾느라 두리번거리니, 저 멀리서 지금 막 들어오는 배를 맞이하고 계신다.
배를 타라는 신호가 들리고 난 할아버지한테 막 뛰어갔다. 그리고 다시 한번 고맙다 말씀드리고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배에 올랐다.
*이 기념사진을 찍은 것을 계기로 남은 일정동안 만난 친절한 사람들과 거의 다 사진을 찍었다.*
할아버지 감사합니다. 추억을 만들어 주셨습니다. 건강하세요~~
육지로 돌아와 하카타역에 가는 버스를 탔다.
하카타역에 가서 이번 여행의 최대 미션인 JR패스로 바꾸는 일을 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내가 원하는 말을 해야 한다.
한국에서 예매해 온 기차표를 실제로 사용하기 위해 거쳐야 하는 일이었다.
날짜를 말하고 좌석을 지정해 달라고 하고 시간도 정해야 했다.
더군다나 내가 구마모토에서 마쓰시마로 가기 때문에 버스 시간에 맞춰서 꼭 그 기차를 타야 한다.
내가 간다고 예약한 날에 비가 온다고 해서 날짜를 바꿔 보기로 했다.
줄을 서 있으면서 계속 단어랑 말 연습을 해본다
지정석의 의미도 잘 모른다. 하지만 지정석을 해야 한다. 대단히 큰 미션이다.
이 일은 한국에서부터 이미 각오하고 있었던 어려운 일인 것이었다.
나 같은 사람이 많아서(외국인들) 줄은 어마어마 길고 쉽게 줄지 않았다.
한참을 기다려 드디어 내 차례가 되었고, 날짜를 바꾸는 건 안되고 해지하고 다시 사라고 한다.
지나고 생각해 보면 침착하게 천천히 하면 될 것을 그럼 그냥 한다고 했다. 해지란 말에 순간 멘붕이 왔고, 처음부터 다시 계속 결정하면서 대화할 자신이 없어서 그냥 달라고 하였다.
날짜 바꾸지 못한 것 빼고는 생각보다 소통이 잘 되어서 내 스스로가 넘 대견하고 뿌듯했다.
괜히 겁부터 먹었던 듯하였다.
그래서 남편에게 너무나 잘 해냈다고 자랑을 하는 데 그만 날짜를 잘 못 했다는 걸 알았다. 9~10일 인데 8~10일로 한 것이다.
자랑을 하지 않았다면 큰 일 날 뻔했다.
다시 그 긴 줄을 서야 했고 이번엔 가벼운 마음으로 정정했다.
호텔 관리자가 추천해 준 근처의 우동집에 들러 맛있게 먹었다.
처음으로 내 자리에 앉아 전자기계로(태블릿?) 주문하는 거였는 데 아무도 안 보니 천천히 할 수 있어서 좋았고 성공했다. 외식을 하고 오니 집(호텔)에 와도 할 일이 없었다.
아! 편하다…
친절한 분을 만나 예쁜 추억을 만들었고, 넘 어려울 것 같은 생각에 피하고만 싶었던 일(표 바꾸는 것)도 완벽하진 못했어도 해 냈다. 힘들었지만 뿌듯하고 재미있었던 하루였다.
20259보 걸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