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일. Day 10 in 후쿠오카
*노코노시마
노코노시마에 가는 방법은 두가지이다.
1: 텐진역에서 버스를 타고 가서 배를 타는 방법
2: 지하철을 타고 가서 다시 버스를 타고, 배를 타는 방법
텐진역에서는 버스시간이 정해져 있어서 버스시간을 못 맞추면 다음버스까지 기다려야 함
텐진역까지 걸어가서 버스를 타고 갈까 하다가 노코노시마에서 얼마를 걸어야 할지 모르니, 지하철을 타기로 했다.
메이노하마역에서 내려 버스 정거장을 찾아갔더니 안내시간표에 웬걸 2분만 있으면 여객대합실로 가는 버스가 온다는 것이다.
40분마다 한 대가 온다는 버스가 2분만 기다리면 온다니 Lucky day다.
줄을 서 있는 데 앞의 20대 중반의 여자가 통화 중이다.
자세히 못 들었지만 억양이 한국말인 듯 싶었다.
일본말로 내가 가는 곳으로 가는 버스정류장이 맞냐고 물었더니
그렇다고 대답해 주었다.
그러면 거기서 그칠 것이지.. 왜 한국 사람이냐고 물어봤냐고?
그 여자의 대답은 얼굴은 앞에 보고 눈만 돌아와서 (째려보는) 눈을 위로 아래로 굴리면서 훑는다.
난 그런 무서운 눈은 첨 봤다.
내 탓이다.
왜 한국인이냐고 물어봤는지. 이제 쓸데없는 말이나 하는 주책바가지가 되어버린 거였나?
극 혐한주의자 인가? 아무튼 내가 그녀의 심기를 단단히 거스른 것에 틀림없었다.
같은 버스를 타고 가다가 중간에 내리는 그녀를 보며,
마음이 힘든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공연히 맘 상하게 한 듯하여 미안하기도 했지만, 내 맘도 많이 상했다.
자리가 많이 남은 노코노시마행 배를 타고 내려서, 천천히 걸어서 버스정거장으로 갔다.
일정표에는 페리를 타고 섬에 도착하면 재빨리 내려서 버스를 타야 한다고 쓰여 있었는데
그것도 성수기 때의 이야기인지, 지금은 사람이 없다.
아일랜드 파크로 가는 버스를 탔다. 아마 겨울이 아닐 때는 3 계절 모두 꽃으로 아름다운 곳인가 본대. 이런 실망이 있나?
너무나 황량한 풍경이었다. 식당도 전부 문을 닫았다.
맘 같아선 (오는 데 걸리는 시간, 입장료, 버스값을 생각하면) 겨울, 이때는 폐장을 하던 지 입장료를 반액을 해야 하지 않느냐고 홈페이지에 쓰고 싶은 심정이었다
하지만 이런 것도 모르고, 이 시점에 온 내 탓도 있으니..
차라리 마을을 구경하는 편이 나을 것 같아서 서둘러 버스를 타고 내려왔다.
Lucky day가 아닌 가 보네…
마을도 텅~~ 하지만 해변가가 예쁘니 해변을 걷기로 했다
그나마 바닷바람은 좋았다.
돌아가는 페리 시간표을 확인하고 슬슬 걷는다.
비릿한 바다향을 맡는다. 라일락 꽃 향기 같기도 하다.
그 향기는 복잡하게 얽혀 있던 생각들을 다 주저앉혔다.
그리움이란
길을 걸을 때, 쌉싸름한 차를 마실 때, 아름다운 장면을 만나 가슴 벅차오를 때, 지쳐있을 때,
배고플 때, 좋은 음악을 들을 때… 여하튼 문득 하늘을 올려다보는 거!!
사람들도 없다, 참 이상한 게 우리나라의 어떤 마을에 가면 흔히 있는 개도 없는 것 같았다.
개 짖는 소리를 들은 기억이 없다. (집안에 있나?) 하긴 고양이는 많았지…
걸음마저 쓸쓸히 걷다가 박물관 안내표시를 봤는 데 그것도 겨울이라 휴관이란다. 그래도 건물이라도 볼까 했는데 350미터나 언덕으로 올라가야 한다고 해서 표지만 찍고 포기!
그냥저냥 걷는 데 젊은 여자가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내 앞에 서더니 사진 좀 찍어 줄 수 있느냐는 몸짓을 한다.
고요만 있던 곳에 짠~~ 나타난 예쁜 아가씨에게 한국 사람이냐고 물으니 어떻게 아냐고 깜짝 놀란다.
이번엔 성공했다.
회사에서 일본으로 자유여행을 보내줬다고 한다.(이런 회사도 있네)
회사로고를 들고 사진을 찍는 것이 과제라며 부탁하는 것이었다.
예쁘게 여러 장 찍어줬다.
잘 찍는다며 “구도를 잘 잡으시네요” 했다. 고맙다고 웃음으로 답했다.
섬을 한 바퀴 돌아본다며 자전거를 타고 휭 가버렸다.
난 반대로 걸었다. 나도 자전거를 탈 줄 알았다면 더 편히, 여러 곳을 다닐 수 있었을까?
마을구경을 하며 천천히 걷다가, 또 우연히 그녀를 다시 만났다.
그곳에서 다시 사진 한 장 찍어줬다.
같은 페리를 타고 육지로 간다 길래 페리에서 만나기로 하고 또 헤어졌다.
잠시 후 만날 사람이 있다는 게 조금 설레기도 했다. 혼자가 아닌 게 좋았나 보다.
선착장에 오니 아이들이 선생님들의 인솔하에 하교하는 장면을 보았다. 섬의 아이들이 육지에 있는 학교에 다니는 게 아니라 반대인 모양이다. 의아한 일이다. 역시 선착장에 오니 사람들이 보였고, 그녀도 와 있었다.
이런저런 이야기.. 한국말로 첨으로 15분가량 대화를 가져보았다.
서로 명함을 교환하고 좋은 일로 다시 만나게 되길 바란다는 그녀의 말에 그러자고 했다.
다시 생각해 보니, 오늘은 Lucky day였다.
기분 언짢음을 겪었지만 같은 또래의 여성한테 유쾌함을 얻었고, 반성과 깨달음을 얻게 해 주었기 때문이다.
텐진으로 가는 버스는 시간이 안 맞아 우린 함께 지하철 역으로 갔다. 일본 지하철은 첨 타 본다는, 내 딸들보다 어린 그녀는 나만 믿고 따라온다. 함께 텐진역까지 와서 서로의 남은 일정을 응원하며 헤어졌다.
젊음은 예쁘다. 나이 듦은 멋지다. 물론 어떻게? 가 중요하겠지만
텐진에서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어볼까 하다가 그냥 호텔 쪽으로 걸었다
오다 보니 아시아 미술관에서 뱅크시 전시회를 한다.
4시가 넘어서 들어가 보지는 못했다.
걸으면서 나의 사진작업에 대해서도 생각해 봤다
욕심을 내지 말자.
사진작업과 가족사이에
결정해야 할 일이 생긴다면
역시 가족이 우선이다.
불편한 일에 휘둘리지 말고. 화를 내는 건 나를 병들게 한다.
자신과 도움이 필요한 타인에게 친절해야 한다.
한국사람을 만나 한국말을 해서인지, 가족이 그리워졌다.
오늘도 감사히 잘 보냈다.
1만 6 천보 이상 걸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