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후쿠오카
글을 쓴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글 쓰는 법? 을 정식으로 배운 적도 없다.
간혹 글을 쓸 기회가 있으면 써보기는 했다. 그때 나와 거의 비슷한 수준의 이들이 잘 쓴다고 해줬다.
그러한 탓에 아마 내 스스로 글을 잘 쓰는 줄 알고 있는 지도 모른다.
지나간 나의 특별한 휴가에 대한 이야기를 세상 밖으로 내놓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
이러한 결정에 대하여 무모한 일일까? 의욕만 앞서는 건 아닐까? 호기심, 망설임, 부끄러움 등 온갖 감정을
차례차례 꺼내어 이름 붙여보다가 결국에 마구 섞어서 용기를 내어 세상 밖으로 내보내기로 결심했다.
그 때, 그 일들을 다시 떠올리면서, 나의 글이 혹시 단 한 사람에게 만이라도 재미와 감동을 주고, 나처럼 떠날 용기를 주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합리화를 해 본다.
교훈적이고 철학적인 이야기는 전혀 아니다.
어떤 프로젝트를 완성하는 것도 아니고, 낯선 곳에서 지내며 겪은 하루하루의 이야기다.
나만의 시간을 가져보려고 한 여행에서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감동받고, 그들에겐 한국할머니와의 추억을 선물한, 새삼 내가 사는 이 세상이 따뜻하다는 걸 느낀 일들을 적은 일기이다.
나는 사진 찍는 걸 좋아하고, 나만의 사진을 잘 찍어보고자 열심이고, 사진 찍는 것이 얼마나 재미있는지를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기도 한다.
그런데 가만히 살펴보면 주된 일은 손주들을 보살피는 일인 것 같은
그 일이 너무나 행복한 '사진 찍는 미미'의 ‘특별한 휴가’에 대한 이야기다.
물론 그 시간에 그 자리에 함께 있지 않았던 이들에게 전하는 글이 미숙하여 나 혼자만의 이야기에 그칠지도 모른다는 걱정도 들지만 해보고 싶으니 해보는 거다.
나는 하고 싶은, 해보고 싶은 일이 많은 60대 할머니 (이 호칭보다는 ‘미미’라고 불리는 걸 더 좋아하는)이다. 남편은 여행하기를 유난히 좋아한다. 그 덕분에 아이들과 혹은 둘이서 결혼 후 지금까지도 여행을 자주 하는 편이다.
그래서 내 주변의 친구나 아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면 나는 여행을 할 기회가 많았던 듯하다.
여행은 거의 다 남편이 계획하고 난 그저 카메라 가방을 매고 따라다닌 것뿐이지만 …
손주 돌봄이라 해도 사진을 찍기 때문에 틈틈이 사진여행은 다녔지만 코로나 때문에 완전히 여행길이 막혔었고, 이유가 분명하기 때문에 여행이란 것은 저절로 포기되어 있었다.
그러나 제약이 풀리고 일상이 자유로워지기 시작하면서 나의 여행에 대한 욕구도 스멀스멀 생기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긴 시간, 여러 날 동안의 여행이란 것은 그저 꿈일 수밖에 없는 현실!
긴 여행의 기회가 주어진다면 좋겠다는 생각하고 있던 22년 10월 초순경
큰 사위가 육아휴직을 해볼까 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아직 정해진 건 아니고, 생각 중이라 하지만 그 말을 듣고 혼자서 이런저런 상상을 했던 건 사실이다.
그러면 정말 좋겠지만, 혼자는 조심스럽고, 사진 찍는 친구와는 마음도 시간도 맞아야 하고 아무래도 어렵겠지 라는 생각이 드니..
그저 희망일 뿐이었다.
어느 날, 큰 아이 내외가 23년 1월부터 4월 중순까지 육아휴직을 하기로 결정했다는 말을 했고, 동시에 남편이 뭐 하고 싶냐고 물었다.
집 말고 어디 가서 나 혼자 한 달 살기하고 싶어
라고 대답하면서
제주도도 안돼 무슨 일 있다고 하면 와야 하니까
라며 계획적으로 준비하고 있었던 건 아니지만 진짜 속에 있던 말이 툭 나와버렸다.
그렇다면 한 달 살기 기간이 언제면 좋겠냐고 묻는다.
어? 어? 어? 이 질문은 무슨 뜻이지? 혹시?
하면서도 설날도 있고 꼭 가야 할 약속도 있는 날을 말하면서 1월 20일 경이 좋다고 말했다.
딱 3 일 후 남편은 숙소와 비행기표를 예약했으니 다녀오라고 한다.
대신 내가 가야 할 장소는 여러 가지를 고려해 자기가 정했다고 한다.
원래 거의 모든 것을 의논하는 사람인데 이번 나의 한 달 살기 장소는 나한테 물어본 적이 없다.
왜 그랬을까? 의문은 없다. 그런 들 어떠리 저런 들 어떠리..
(절대로 함부로 했을 리 없는 사람이니 일단은 믿고)
꿈꾸며 간절히 바라면 이루어진다고 했던가?
예고가 없던 선물에 무조건 너무 좋아서 가슴이 콩닥콩닥. 진짜? 진짜야? 진짜인 거 맞지?
열흘이 넘는 일정이라도 여러 명, 혹은 남편과 둘이 여러 곳을 여행을 한 적은 꽤 있었지만 집을 얻어놓고 나 혼자 한 달 살기라니
어떨지 상상도 하기 전에 말만이라도 좋았다. 참말로 좋았다.
11월을 시작으로 11월, 12월, 1월, 날짜별 계획표를 짰다.
이사 가는 사람처럼 집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얼마나 일이 많은 지, 덕분에 아주 큰일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하나도 힘들지 않고 마냥 신나는 일이었다.
여행준비와 더불어 집 정리까지 하게 되었으니 말이다.
그 와중에 남편은 일본어 공부하기를 권했고 하루에 잠깐씩이라도 한다고 영어, 일어 무료 사이트에 등록도 하였다.
남편은 내가 가는 곳의 갈 만한 곳을 조사하여 나의 한 달 일정을 짜기 시작했고, 나는 남편이 일정을 짜 주는 대로 가보기로 했다.
어떻게 혼자 보낼 생각을 했냐는 나의 질문에 남편은 그동안 함께 여행하면서 나에게 느낀 점이 혼자서도 충분히 할 수 있을 거란 생각도 들었고, 애쓰고 지내는 요즘의 나를 보면서 꼭 보내주고 싶었다고 대답한다.
난 기회가 주어진다면 잘 해 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주위의 친구들에게 말하니, 여자친구들은 멋진 남편이라며 부러워하고, 사진 찍는 남자동료들은 어떻게 남편이 한 달씩 혼자 있느냐고 한다.
내가 가서 어떻게 지내려고 할 수 있냐고 묻는 게 아니라 보내주는? 남편을 향한 칭찬뿐이다.
하물며 부부 사이가 좋지 않느냐는 질문도 받았다.
내가 보란 듯이 성공해서 내 딸들에게, 그리고 누구누구의 아내들에게 ,특히 할머니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계기가 된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자라고 아내라고 엄마라고 할머니라고 안 하는 거지, 기회가 없는 거지, 못하는 게 아님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