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원은 마음을 주는 거고, 실천은 꿈을 이루는 거다.

1월 27일. Day 4 in 후쿠오카

by 사진 찍는 미미

오늘의 일정

*아침산책 - 마트에 다녀옴

*야쿠인역- 마츠 빵집, 츠타야 서점

*텐진, 캐널시티 포장마차


아침에 일어나니 무릎이 덜 아프다.

감사의 기도가 절로 나왔다.


아침밥도 먹기 전에 어제 호텔 프런트에서 알려준 호텔 근처의 오래된 마을을 찾아갔다.

절도 있고, 구옥이 모여 있는 곳이었다. 날씨는 흐렸지만 편안한 아침 산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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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없는 이른 아침에 절 안을 산책하는 데 마음 깊은 곳까지 평화로움이 느껴졌다.

비가 왔던 탓에 나뭇잎은 물기를 머금었고, 돌로 된 조각은 묵직한 느낌, 목조로 지어진 절 건물은 가벼운 나무빛깔이 아니라 진갈색을 띠며 나를 차분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어디선가 졸졸졸 물 흐르는 소리도 들린다.

아무 데라도 자리가 있다면 눈 감고 한참을 앉아 있어도 좋을 시간과 장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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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호텔로 돌아오는 길에 둘러보니 어렵게만 느껴졌던 길이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알게 되었다.

체력만 된다면 굳이 지하철을 타지 않고 걸어도 되는 길을 알아낸 것이 놀랍기도 하고 대견하기도 하였다.

계획하지 않았지만 오픈시간이 된 마트에 들러서 주전부리과자랑 야채를 사고 호텔로 와서, 아침을 먹고 오늘일정을 체크 한 다음 길을 나섰다.


일정표에는 하카타 역까지 가서 지하상가를 구경하면서

야쿠인 역까지 이어진 문구점이랑, 기념품점, 상가, 카페가 나오니 걸어보라고 되어 있었는데

환승역까지 잘 갔지만 어마어마 크고 넓은 지하에서 길을 잃었다.

구글맵과 내가 같이 길을 잃어버렸다.

구글맵에만 의존하다 보니, 함께 우왕좌왕. 이 지하상가는 SF 영화에 나오는 장소인 듯 많은 사람과 통로와 간판이 나를 정신을 차릴 수 없게 만들었다. 갑자기 이 길이 싫어지면서 이런 상가를 봐서 뭐 해 하면서...


왔다 갔다 하다가 한 장소에 한 5분 이상을 서서 가만히 있었다.

그리고 결심했다. 오늘 일정 중 지하상가 구경하기는 포기다. 남편이 짜 준 장소는 모두 가 볼 거라는 것이 나의 목표였는데 3일 차에 무너진 것이다.

다음 목적지까지 지하가 아닌 지상으로 가기로 하고 일단 어디가 나올 줄 모르지만 근처의 출구로 무조건 나왔다.

이젠 다음 목적지인 마츠 빵집과 서점을 찾자고 맘먹고 지나가는 이에게 야쿠인 역을 물었다.

まっすぐ進んでください (직진으로 쭉 가세요.)

예쁜 아가씨였는데 우리나라 시골 할머니 닮았나? 쭉 가라고 했지 금방이란 말은 안 했던가?

가도 가도 안 나온다.

여하튼 계속 안 나오는 야쿠인 역을 찾아 투덜거리며 재미없는 큰길을 쭉 걸었다.

다리 참말로 아프다. 내가 지금 뭐 하고 있는지 모르겠네

하며 힘듦에 주저앉고 싶을 즈음에 역이 나오고 지하철을 탄 나는 저절로 앉을자리를 찾기에 급급했다. 그렇게 찾아간 곳은 아주 한적한 동네였다. 그렇게 소통이 안되던 구글맵은 그때는 되었다.


빵집을 찾아가는 길에 마침 학교를 파하고 귀가하는 초등학생들이 보였다.

목덜미를 가리게 되어있는 촌스런? 모자들을 쓰고 있다.

아이들은 국적 불문하고 예쁘다.

그 모자를 보면서 완전히 짐작인데 학년별로 색이 다르지 않을까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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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집 찾기는 아주 쉬웠다.

진짜 동네 빵집이었다.

그런데 왜 이렇게 비싼 거야? 4살짜리 손녀딸 주먹보다 작은 올리브빵이 3800원이다.

누가 여기를 추천했고, 내 일정표에는 왜 있는지 정말 모를 일이었다.

계산은 내가 기계로 하는 거다.

빵 가게 직원들이 돈과 카드를 안 만지니 여간 위생적이지 않다.

우리나라도 따라 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손녀딸 팔뚝보다 작은 바케트 빵과 올리브 빵을 사고 근처에 유명한 서점이 있다던데 혹시 아느냐고 물었다.

모른다고 한다. 어머나?

구글맵으로 검색해 본다. 바로 지하철 역 근처에 있다고 하는 데 여기를 모른다고 하다니...

서점이 있을 것 같지 않은 좀 큰 마트 앞에서 안내가 끝났다.

그곳은 꽃 가게, 잡화 가게, 슈퍼가 있는 건물 1층이었다

꽃집 주인에게 서점위치를 물었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2층으로 올라가라고 한다.

2층에 다다르는 순간. 정말로 깜짝 놀랐다.

이렇게 차려진 서점은 본 것 같지 않다.

(우리나라에도 있을지 모른다. 내가 다녀 본 적이 없으니, 그리고 반성했다. 남의 나라에 와서는 물어 물어 찾아와 보면서, 혹시 우리 것에는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니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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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하튼 스타벅스를 중심으로 책장을 보기 좋게 배열하고, 중간중간에 책을 읽게도 해 놓고, 벽에 쓰여 있는 안내를 읽으니 좌석이 200개라고 되어 있었다. 온 김에 이 분위기를 느껴 보려고 커피를 주문하려고 사람들 사이에 줄을 섰다. 거의 내 차례가 되었을 무렵 줄을 잘 못 섰음을 알았다. 내가 선 곳은 커피를 받는 곳이고, 주문은 반대편이었다. ㅎㅎ

내 뒤에서 차례를 기다리던 사람과 직원은 오히려 미안해하고 나는 당황하고.

내심 이 시간에 커피를 마시면 잠이 안 와 고생할 텐데 차라리 잘됐다 싶었다. (아무 때나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사람들이 부러운 나} 어차피 다 마시지도 않을 커피로 폼 잡지 말고 그냥 빈자리에 앉아 있자 하고 자리를 찾아 앉아 편하게 주변을 둘러보니 커피를 마시며 모두 책을 읽고 있다. 이야기하는 카페가 아니라 책을 읽는 곳이었다.

그런데 동네에 있기에는 그 규모가 아주 컸다.

나도 그들과 함께 책을 읽고 싶다는 생각도 했지만 호텔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 때문에 여유를 부릴 수 없었다.

우리 동네에도 있다면.. 부러운 생각이 들었다.


남편이 가르쳐 준 귀갓길이 아니라 내가 알아낸 방법으로, 다시 텐진역으로 왔지만 그냥 호텔로 돌아오기에는 아까운 시간이라 강가를 걸어보았다. 그러다 저녁시간이 되어서 맥도널드매장으로 들어갔다. 그나마 여긴 일반 식당보다는 주문도 혼자 먹기도 훨씬 편안했다.

혼자인 시간이 필요했는 데 막상 혼자가 되고 나니 누군가 옆에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진을 찍으려고 카메라는 목에 걸었지만 내가 바라는 장면을 찍으려면 밤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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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용기를 내지 못하고 호텔로 돌아갈 궁리만 하는,

혼자가 되면 뭐든 자유롭게 다 할 줄 알았는데 나도 모르게 이런저런 구실을 대며 스스로를 제지시키는

나의 모습을 발견한 것이었다.

실망스러운 일이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걸어서 숙소로 돌아왔다.

지하철 값 아끼지 말고 무릎을 아끼자.

걷는 거 무지 좋아하고 잘하고, 많이 걷고 싶지만,

종종 지하철을 타면서 내 무릎을 달래야겠다.

아직도 집에는 이 상태를 알리지 못한다.

아마 알리지 않을 것이다.


여하튼 춥다.

좋은 날씨는 아니다.

이그 ~~ 찬 바람!

결국 일정표에 있는 지하상가 구경하기를 하지 못한 채 하루를 마치고

여행 4일째 밤을 맞았다.

내일은 어떤 시간을 보내게 될까?

마음으로 소원을 들어줬으니, 실천으로 꿈을 이뤄야지...

다시 다짐해 본다.


오늘은 귓속말이다.


만 2천6백 몇 보 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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