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26일. Day 3 in 후쿠오카
*하카타 역 근처
--캐널시티
--스미요시 신사
--라쿠스이엔
아침으로 즉석밥과 일본식 어묵(맛이 없었다)과 밑반찬을 먹었다.
무릎이 여전히 아프다. 무슨 방법이 없을까?
무릎이 아프면 걷지 못하는데. 여행을 망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에 맥이 탁 풀렸다.
생기면 절대 안 되는 일이 생긴 것이다.
그래도 오늘 일정을 망칠 수 없으니 구글 맵을 켜고 하카타역을 검색하고, 무릎보호대를 하고 점심에 먹을 약을 챙겨서 숙소를 나섰다.
이 하카타 역은 이제 거의 매일 오게 되는 역이기 때문에 잘 알아 둬야 한다.
원래 계획표에는 츠요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하카타 역으로 가는 것인데 구글 맵으로 확인하니 12분 걸린다고 하니 걷기로 하였다 (현지에서 내가 알아내고 내가 이렇게 하기로 결정했다).
왕복 지하철 요금이 3200원가량 절약되는 것이기도 하고,
사진을 찍으려면 걷는 게 최고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걷지 않으면 볼 수 없는 것이 아주 많다. 아마 사진 때문이 아니더라도 그러하리라.
출근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역광으로 찍으면서 찍고 싶었던 장면들이라 좀 흥분되기도 했다.
하카타 역은 역시 사람들이 북적북적하고 입구도 여러 군데였다. 역에서 연결되어 있는 백화점 안에 있다는 아뮤 플라자 옥상정원을 찾는다.
거의 맨 꼭대기층으로 가서 옥상정원을 찾아보는 데 어디에도 옥상정원이라는 안내가 없다.
우리나라 백화점처럼 건물이 두 개인 것 같아서 이 건물 저 건물 왔다 갔다 하면서 찾아보아도 없다.
옥상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거리사진을 찍기에 좋다고 하여 특별히 알아온 곳인데.
백화점 매장 직원들에게 물어보아도 옥상 정원을 모른다 그러다가 맨 꼭대기 층의 여행사 사무실직원에게 미안한 표정으로 물어보니 잘 모르지만 그곳일지도 모른다며 나를 데리고 어떤 곳까지 함께 가 주었다.
다행히 그곳은 맞는 데 당분간 옥상이 추위에 안전하지 못하여 문을 닫는다는 안내표시가 있다.
친절한 그 사람에게 고맙다고 인사는 하고 나서 그 안내표시를 자꾸만 읽어보았다.
사진 찍고 싶은 욕심은 나는데 이만 저만 실망스러운 게 아니다. 두 개 층을 내려오니 온실 같은 곳을 만들어 놓고 그 옆에 밖을 내다볼 수 있는 공간이 있어 나가서 사진을 찍어보지만 별로 맘에 들지는 않았다.
1층으로 나와 밖으로 나오니 날씨는 흐리고 공사하는 곳도 많고, 춥다.
갑자기 외롭고 심심해졌다.
뭘 하나?
카페에 가면 몸도 녹이고 쉴 수도 있지만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싶지 않았다.
오늘의 일정표를 따라가보기로 하고 스미요시 신사, 라쿠스이엔을 찾았다.
그곳들은 하카타 역에서 그리 멀지 않지만 실망스러운 맘 때문인지 카메라 가방의 무게가 더 느껴지고, 무릎도 더 아프고, 점심시간은 아직 멀었는 데 몸이 무겁고 걸음은 느려진다.
서로 이웃하고 있는 후쿠오카에서 가장 크다는 스미요시 신사와 다도 체험을 할 수 있다는 라쿠스이엔 두 곳을 찾아 흔히 말하는 인증샷만을 찍고 캐널시티로 갔다.
캐널시티는 코로나 이전에 와 본 곳이어서 망설이지 않고 들어갔다.
여기서 점심을 먹기로 하고 식당가를 올라가 밖에 즐비하게 안내되어 있는 메뉴판들을 봤다. 나의 혼자 첫 외식! 먹고 싶은 메뉴 찾기에 열심해 본다.
아무래도 혼자 밥 먹는 건 어색하기 짝이 없다. 그다지 맘에 쏙 드는 것도 없지만, 주문하려다 ‘에잇, 차라리 굶을까’ 하는 생각도 해 보았다.
그래도 딱히 할 일도 없고 오후까지 있으려면 먹어 두는 게 좋을 듯하여 먹어 보기로 한다. 정한 음식의 이름을 몇 번씩 외워본다.
자리에 앉으니 직원이 온다. 제발 아무것도 물어보지 말기를 바란 내 바람과는 달리 주문한 음식이 보통이냐 세트냐? 하며 또 다른 뭔가를 질문한다.
무슨 말인지 되묻고 싶지만 이럴 땐 무조건 맞다라고 대답하면 될 것 같았다. 나의 어눌한 말과 표정에 외국인 것을 알아챈 직원은 더 이상 묻지 않고 그냥 간다. 흐린 날 먹는 혼자 먹는 치킨까스는 우리네 식당과는 달리 반찬도 없고, 양도 적고 맛도 별로였다. 불편하고 어색한 내 맘도 이 기분에 보탰을 터이고.
가족들에게 주문한 음식 인증샷을 보내니 상황을 모르는 남편은 식당에서 혼자 주문하고 먹기에 성공했다고 좋아한다.
식사를 마치고 물을 달라고 했다. 찬물이다. 더운 물 있냐고 물어보려다 대화가 길어질까 이내 맘을 접고 그냥 마신다.
어쩌면 이것도 내가 갖다 먹어야 하는 건데
외국 할머니라 그쪽에서 대화하기 거북해서 갖다 준거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거의 모든 것이 자율이고 키오스크이다.
식당을 나와서 어디로 갈까? 하다가 구글 맵을 켜니 근처에 구시다 신사가 있기에 오늘 일정표에는 없는 구시다 신사를 찾아 걷는다. 구글 맵이 가끔 꼬이면 (제 자리에서 뱅뱅 돌 때도 있고 한참 가다가 아까 그 자리에 올 때도 있다. 하지만 그것이 아직 내 탓인지 구글맵 탓인지 모른다.) 무조건 잘 대답해 줄 것 같은 사람에게 물어보는 게 젤 빠르다. 그래야 덜 고생을 한다.
지나가는 맘씨 착해 보이는 사람은 모두 나의 길 안내자이다.
사람들에게 길을 물어보는 일은 쑥스럽지 않았다. 고마웠다. 나도 귀국해서 누가 길을 물어본다면 잘 가르쳐주리라 맘먹었다. 재래시장을 둘러보며 무사히 찾아갔다.
지하철을 타고 귀가하는 일정인데 점심 식사 후에 약을 먹어서 인지 걸을 만 하기도 하고 걸어서의 숙소의 위치와 지하철 역의 위치를 검색해 보니 2~3분 밖에 차이가 나질 않는다. 앞으로 무조건 지하철 역으로 가지 말고 숙소로 걸어서 가는 시간도 비교해 보고 다녀야겠다는 아주 중요한 여행 요령을 알아냈다.
일정표가 알려준 귀갓길은 무조건 지하철이었는데 현지에 와서 보니 꼭 그러지 않아도 된다는 걸 알아낸 기분은 나를 행복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새로운 길이다. 다행히 지도가 잘 가르쳐주었다. 사진을 찍기보다 길을 익히고 주변을 둘러보며 숙소로 돌아왔다.
점심이 시원치 않았는지 배가 고파 간식 겸 먹은 식빵도 맛이 없다. 상표를 알아뒀다. 담엔 사지 말아야지..
저녁 무렵에 전등이 안 들어온다. 에고..
제발 아무 일도 없으면 좋으련만 이런 일이 왜 생기는지…
급하게 프런트에 가 보니 다행히 호텔 담당자가 있다.
호텔 관리자를 처음 만난 것인데 서양사람이라 깜짝 놀라 어느 나라 말로 해야 하나? 당황하고 있는 나에게 아주 능숙한 말로 인사를 한다.
안녕하세요?
휴~~
첨에 올 때 고생한 이야기, 쓰레기 분리수거 등 궁금했던 걸 맘 놓고 우리나라 말로 대화한다.
속이 시원해졌다.
담당자가 방으로 와서 몇 번을 시도했으나 결국 못 고치고 아예 다른 전등으로 교체했다.
마침 TV에서 일본 노인들을 위한 허리 아프고 무릎 아픈 약을 광고한다.
내 무릎 아픈 건 어찌 알고 참고하라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ㅎㅎ 울다가 웃을 일이다.
이왕 고장이 나서 못 쓰는 거 다시 한번 해보자 하며 어제 고장 났던 냄비를 조심조심 켜 보니 어찌 된 영문인 지 작동이 된다.
야호! 야호! 소리쳤다. 이제 먹는 거에 대한 큰 걱정이 사라졌으니 어찌 아니 좋을까?
나보고 정신 차리고 서둘지 말고 차근차근 잘하라는 뜻인 것 같기도 하다.
남편에게 나는 사진 찍는 사람이니 사진 찍는 걸 고려해서 일정표를 잡아주세요 하고 분명히 부탁했는데, 어제오늘 일정이 오후 2시면 끝나는 전혀 사진과 관계없는 주변의 가 볼만한 곳이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하긴 사진을 안 찍는 사람이고, 일정표를 참고로 내가 알아서 해야 한다는 생각이 해야지 장소만 알려준 것도 감사한 일이지 하면서 내일 일정표를 다른 마음으로 읽어보았다.
일본은 해가 일찍 진다.
짐 정리하고 씻고, 저녁 먹고 나니 밖이 캄캄하다.
내일부터는 아프지 말기를 기도하면서 저녁약도 챙겨 먹는다. 일본의 시간은 참 빠르게 흐른다.
날씨가 좋았으면 하고 바라면서 하루 일정을 마쳤다.
오늘의 말은 아프다이다.
만 4천 몇 보 걸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