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대하는 이 모든 것에 친해져야 한다.

1월 24일. Day 1 in 후쿠오카

by 사진 찍는 미미

Day 1 i

드디어 떠나는 날이다.

오랜 시간 떨어져 있을 나를 위해 공항까지 기꺼이 함께 한다는 남편은 지금 무슨 생각을 할까? 잠시 궁금했지만 여권, 지갑, 일정표 등 빠진 것 없나 그것들이 있는 가방을 확인하고 또 하고..

몸과 생각이 바쁘다.

어제저녁 늦게까지 남겨져 있을 식구들 먹을 반찬하고 이것저것 점검하고 알려주고 하느라 피곤한 밤을 보낸 탓인지 트렁크를 가지고 현관문을 나서는 데도 설렌다 기대된다 등의 기분이 들지 않았다.

또, 공항에 도착한 후에도 남편과 나는 함께 떠나는 사람들처럼 이 시간 이후의 이야기 보다 공항식당의 맛없는 반찬과 분위기를 탓하기만 하고 특별히 다른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

출발시간이 되어 출국 입구에 섰다.

얼굴이 마주친 그 순간 헤어지기 싫은 표정을 지어 보였지만 갑자기 이제부터 혼자라는 생각과 함께 걱정이 확 밀려왔다.


아!! 혼자 가보겠다는 건 진심이었지만

뭐든 해 낼 수 있을 거란 자신감이 있었지만, 막상 혼자가 되고 보니 저절로 눈이 커지고 주변을 살피게 되고 정신 집중하게 되는 것, 걱정이 많아서 오히려 아무 생각이 나지 않는, 생각이란 걸 은연중에 하지 않으려고 한 '긴장과 걱정' 이것이 날 공중에 붕 떠 있는 사람처럼 멍하게 하였다.


하지만 출발이다.


잘 있어 잘 갔다 올게 하면서 과감하게 남편 볼에 뽀뽀도 했다.

바이바이 하는 내 모습을 찍은 남편은 가족채팅방에 그 사진을 올려주었다.

남편이 귀가하는 시간이나 내가 일본에 도착하는 시간이나 얼추 비슷할 것 같았다.

비행기좌석에 앉으니, 진짜로 실감이 났다.

아!!! 드디어 떠나는구나.

그제야 호텔 바우처, 가 볼 곳 등의 20장이 넘는 프린트물을 꺼내 다시 읽는다.

남편이 거의 한 달 동안 계획하고 검토하고 완성한 나의 이번 일정을 읽어본다.

여행할 곳의 특징과 유의할 점을 같이 읽어보면서 검토하자고 여러 번 제의했지만 가보지 않은 곳을 글로 읽는다는 것이 실감이 나지 않아 건성건성 했었다.

큰 틀의 지역은 남편이 정했지만 세부적인 장소는 남편도 알아보고 나도 내가 가 보고 싶은 곳을 말해주면서 첨가해서 완성한 나의 한달 일정이다.

당장은 글자로 밖에 보이지 않지만 지명이라도 익숙해져야 한다며 잘 읽어보려고 하지만 그것도 잘 안된다.


후쿠오카에 도착하고 나니 입국심사가 만만치 않다. 관광객을 많이 받아 수입을 늘리고 싶은 거라면 이러면 안되지 싶을 정도였고, 이렇게 해도 올테면 와라라는 배짱인 지 싶을 정도로 복잡했다.

코로나 때문이라는데, 내가 뭐 별수 있나? 몇 가지 과정을 거치고 나니 시간이 두 시간 넘게 지나가 버렸다.

예전과 달라진 입국 심사였다. 어떻게 쓰일지 모르는 앱을 깔아 와야 했고, 키오스크에 가서 다시 입력해야 했다.

여러 가지 입국정보는 우리나라 유명한 포털에 의거하여 준비를 해 와서 다행이었다. 물론 어떻게 쓰일지는 현장에서 알게 되었지만.


그걸 척척 능숙하게는 아니지만 눈치 것 해내는 나 자신에게 일단은 점수 좀 주면서 잘 마쳤다.

그리고 마지막 대면심사에서는 한 달이라는 기간 때문인지 그 기간 동안 전부 관광만 할 거냐고 묻는다.

맞다!!!라고 대답했다. 복잡하고 힘들었던 입국심사 후에 처음으로 웃었던 거 같다.


드디어 공항 밖으로 나오니 8시. 바람 불고 춥고 어두웠다.

또다시 어리둥절!!!

사람들을 따라 나오긴 했는데 사람들이 뿔뿔이 흩어지니 제 자리에 선채로 잠시 고개를 오른쪽으로 왼쪽으로…

그나마 다행히 안내 글씨를 읽고 앞에 있는 사람에게 국내선 쪽으로 가는 공항버스 줄이냐 재차 확인하니 맞다고 한다.

잠시 후 버스가 왔고 타고나서 창밖을 보았더니 이미 어두컴컴하여 잘 보이지 않는다.

다시 버스에서 내려 사람들을 따라 걷다 보니 지하철 표를 사는 곳이다.

여기서부터는 사람들을 따라가는 게 아니라 나 혼자 가야 한다.


호텔주소역을 확인하고 지하철 표를 구입하고 무사히 지하철을 탔고 환승역에 내려서 글씨를 읽고 플랫폼에 섰지만 혹시나 하는 맘에 옆의 청년에게 내가 서 있는 곳이 내가 가는 곳으로 가는 지하철을 타는 곳인지 확인했다.

하지만 그 청년은 내 말을 전혀 못 알아듣는다.

제대로 말한 거 같은데 이게 웬일이람. 괜히 말 시켰나? 은근히 부끄럽고 당황스러웠다.

고개를 갸우뚱하는 청년에게 역명이 아닌 역번호를 말해줬다.

그제야 알아듣고 맞다고 한다. 뭐가 잘못된 거지?

지하철을 타고 생각해 보니 지명 가운데 한 글자를 엉터리로 말했다 ㅎㅎ

일본어 공부를 한다고 등록해 놓고 서너 번 밖에 공부하지 않은 것을 기억해 낸다. 아이구...

여하튼 숙소까지 잘 찾아가는 것이 급선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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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에 내려서 출구를 찾아 올라왔다. 계단은 왜 그렇게 많은 지 , 그리고 가파른 지. 카메라 배낭과 노트북 가방 작은 트렁크 하나 가지고 왔는 데도

그 계단을 오르는 것은 너무 벅찬 일이었다.

(큰 가방이 필요 없기도 하였지만 저가 항공이었고 추가비용을 지불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생각했기에)

날씨는 많이 춥고 장갑도 없는 손이 곱을 정도로 시리고, 캄캄하고, 그 흔한 편의점도 없고 가로등불만 드문드문 있다.

얼어있는 길은 미끄럽고 …

인적도 없어 주변을 확인할 수가 없다.

지하철 출입구에서 140미터 가면 된다고 했는 데 내가 몇 미터를 왔는 지도 모르겠고, 누가 내 가방을 뺏고 납치해도 감쪽같을 분위기의 길이었다. 어쩔 수 없으니 그저 걷는 데 가방마저 잘 끌어지지 않는다. 너무 슬프고 울고 싶은 것 같기도 했다.

만약 호텔을 못 찾으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정말 막막했다.

후쿠오카는 분명 우리나라보다 안 춥다고 했는 데 기분상으로 그런 게 아니라 실제로 너무 추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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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마침 자전거를 타고 오는 사람이 있어 손을 흔들어 세워 손이 곱아 잘 펴지지 않는 호텔명이 쓰여 있는 종이를 펴 보여주니, 조금만 가면 된다고 했다.


아!! 정말 정말 만세!


라고 외치고 싶었다.

호텔에 도착하니 또 계단이다. 올라오다 트렁크와 함께 뒤로 자빠질 뻔했다. 할 수 없이 배낭, 트렁크, 노트북 가방을 하나씩 옮겼다.

직원은 없고 비밀번호로 여는 호텔 현관문도 10번 정도 시도 끝에 연 것 같다.

겨우 방 앞에 오니 키박스에서 키를 꺼내 방문을 열어야 하는 데 또, 모르겠다.

와이파이가 되어야 가족에게 도움을 청할 텐데 비싼 국제요금 때문에 전화를 할 생각은 엄두도 못 내고.


한 달이나 있으려니 중저가 비즈니스 호텔도 감사하다고 했건만 춥고 인적 없는 캄캄한 밤에 문법 안 맞는 말이라도 할 사람 없이 해외에 혼자 있는 상황은 뭐라고 표현할 수 없다.

그냥 비밀번호로 열게 하지 왜 열쇠로 열게 했는지.. 키박스를 부숴야 하나? 중얼중얼 원망하며 번호를 맞춰 놓고 힘껏 이리저리 흔들고 돌려도 보고 그러다가 아주 가볍게 까만 막대기를 누르니 툭 열린다.

(그날 이후 난 귀국하는 날까지 절대 키를 키박스에 보관 안 하고 내 귀중한 여권과 함께 가지고 다녔다.)

겨우 입실성공!!


먹을 거는 껌도 없었던 나는 마실 물은 수돗물 끓이고 오늘 저녁은 굶어야 한다 그래도 괜찮다 방에 들어온 것만 해도 감사하다 생각했다.

방은 넓고 한 칸짜리 싱크대와 한 개짜리 인덕션도 있다.

우선 신발을 벗고 침대에 걸터앉았다.

그리고 잠깐동안 출국 후 지금까지를 정리해 보았다.

카메라 배낭 메고, 노트북 가방 크로스로 메고, 정말로 간편하게 꾸린 트렁크이지만

가파른 높은 계단에, 춥고 어둡고 길이 얼어 있는 밤 길은 욕 할 기운도 없이 지치게 했다.

현관 비밀번호도 내가 잘못 눌렀는지 몇 번 만에 열렸고 퀴즈 게임하듯 하나씩 따라 해서 키 박스에서 방 키를 꺼냈다.

방은 카드 키가 아니라 열쇠다.

정말 우여곡절이라는 말이 딱 맞게 도착한 것이다.

어려움과 피곤함과 걱정은 밤중이라 더 그랬던 것 같다.


기다릴 가족들에게 숙소도착을 알렸다.

힘들었음을 감추려고 했다. 씩씩하게 잘 온 것처럼..

1시간 반이면 갈 수 있다는 후쿠오카를 6시간은 걸려서 도착했으니, 나중에 알고 보니 먼 길 혼자 보낸 가족들은 도착 메시지를 받을 때까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숙소는 사진으로 보던 것과 다르지 않았지만 방문이 간이침대에 걸려 문이 닫히지 않았다.

저녁도 못 먹었지만 어차피 내가 한 달 쓸 방이니 힘을 내서 접히는 간이침대를 들어 올리고 문이 닫히게 했다.

궁금할 게 많은 남편에게 자세한 이야기는 나중에 하자고 말했다.

세수만 하고 그냥 뻗는다.

난방은 누워있는 나의 얼굴을 향해 뜨거운 기운을 뿜어 대고, 막상 물을 틀면 따뜻하기가 기분 좋은 온도로 나오는 화장실은 냉동고에 들어가는 듯 춥다.

수도, 난방 등 모든 것이 서툴고 배 고프고, 몸은 지쳤다.



일단 오늘밤은 무사히 넘겨야 한다.

엄마의 안전도착을 확인했으니 이젠 잔다고 하는 시차가 있는 데도 기다려준 미국의 임신한 딸아이의 카톡 글에 힘을 내보기로 했다.

염려도 했지만 믿었을 것 같은 큰 딸!

염려도 했겠지만 열렬히 응원하고 있을 내 남편!!

1시간 남짓 걸린다고 힘들지 않을 거라 예상했지만 여기는 남의 나라였다.

잘 자요.

여행을 떠나면 잠들기 전에 항상 생각했던 문구가 있다.

내일은 어떤 일, 무슨 일을 만나게 될까?


만 2천 몇 보 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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