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닿아있는 별(번외)

우리는 서로 맞닿았어. 그게 전부야

by 복덩이

제목: 닿아 있는 별들

어느 시골 마을의 작은 학교 운동장, 낡은 철봉 하나가 덩그러니 서 있었다. 그 철봉을 매일같이 오르내리는 아이가 있었는데, 그 아이의 이름은 '복덩이'. 초등학교 4학년인 복덩이는 말을 하지 않았다. 아니, 말을 잃어버린 아이였다. 엄마가 떠난 뒤, 그녀는 더 이상 세상과 말로 연결되지 못했다. 대신, 그녀는 철봉을 붙잡고 매달리며, 자신만의 언어를 새기듯 하루를 견뎠다.


복덩이는 턱걸이를 하며 속으로 중얼였다. “엄마, 오늘도 나 여기 있어.”


그날도 어김없이 복덩이는 철봉에 매달렸다. 땀이 이마를 타고 흘렀고, 손바닥은 굳은살로 거칠었지만, 그녀는 내려오지 않았다. 철봉은 그녀의 말이었고, 그 말은 사랑이었다.


그날, 무언가 달랐다. 철봉 위 하늘에 별 하나가 유난히 반짝였다. 그리고 그 별빛이 조용히 운동장 한가운데 내려앉았다. 그 별에서 태어난 작은 존재가 있었다. 이름은 '사랑이'.


사랑이는 별의 조각이었다. 원래 사랑이 무엇인지 몰랐다. 그저 따뜻하다는 감각만 어렴풋이 알 뿐. 하지만 아주 오래 전, 복덩이의 엄마가 소원을 빌며 흘린 눈물을 타고 별까지 도달한 적이 있었다. 사랑이는 그때 처음으로 사랑이란 걸 느꼈다.


“너는 누구야?” 복덩이는 마음으로 물었다. “나는… 사랑이야. 네가 나를 불렀어.”


복덩이는 놀라지 않았다. 오히려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날 이후, 사랑이는 복덩이 곁에 머물렀다. 아무도 보지 못했지만, 매일같이 철봉 위에서 둘은 대화를 나눴다.


“왜 철봉을 하니?” “그게… 엄마한테 닿는 유일한 길 같아서.”


사랑이는 복덩이를 안아주었다. 말 대신, 존재의 온기로. 그리고 매달린 손 위로 속삭였다. “너는 이미 닿아 있어.”


복덩이는 처음으로 턱걸이하다가 눈물을 흘렸다. 말하지 않아도 마음은 터져 나왔고, 그 울음은 철봉을 타고 하늘로 올랐다.


시간이 흘렀다. 학교는 폐교가 되었고, 철봉도 철거되었다. 아이들도, 사람들도 떠났다. 하지만 복덩이는 기억했다. 사랑이의 마지막 말.


“나는 진짜 별의 조각이야. 널 만나 사랑을 알게 됐어. 이제 너는 언제나 나와 함께야. 네 마음속에, 별처럼 살아.”


그 말은, 사랑이가 남긴 마지막 메시지였다.


그리고 아주 오랜 시간이 흐른 후—


복덩이는 어른이 되어, 한 아이를 품에 안았다. 아이의 이름은 ‘사랑이’. 해맑게 웃는 그 아이는 엄마의 눈을 닮았다.


“엄마, 사랑해!”


복덩이는 눈물과 웃음을 함께 안고 말했다. “사랑아, 사랑해. 아주 많이, 너무너무 사랑해.”


그 순간, 하늘의 별 하나가 반짝이며 말했다.


“우리는 특별하게 맺어진 별의 조각이야.”


사랑은 그렇게, 다시 태어나 다시 이어지고 있었다.


끝 -


우리는 서로 맞닿았어. 그게 전부야.





keyword
금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