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 장갑

by 노란고구마


차가운 아스팔트 길 위

짝을 잃어버린 장갑이

바닥과 떨어지지 않으려

바싹 엎드려 있다

지나는 바람에 구르다가

힘없이 뒤집혀버리더니

무엇을 움켜쥐고 있었는지

여기저기 닳아 헤졌다


사람들의 발길에 치여서

자그만 걸림돌이 되어

따가운 시선을 받으며

구석진 곳으로 던져졌다


부연 먼지를 뒤집어쓰고

원래 색을 잃어버린데다

세월의 흔적에 더하여

시커먼 발자국이 찍혔다


나날이 바짝 말라가다가

갑자기 쏟아진 빗줄기에

어쩌지 못하고 스며들어

하염없이 젖어버렸다


다시 맑아진 하늘 아래

초라하게 잊힌 장갑에게

홀연히 민들레 홀씨가

살며시 찾아왔다


지난 추억을 떠올리며

자기를 내어 손을 품었듯

마지막 사랑을 모아서

힘껏 끌어안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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