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중 많은 비율로 마주했던 아이들이 바로 다운증후군이다. 다운증후군은 21번 염색체가 1개가 더 많게 태어나는 선천적인 유전질환이다. (유전질환이라고 해서 꼭 부모 둘 중의 하나의 유전자가 잘못되어서 생기지는 않는다.) 그래서 태어나기 전에 아이의 유전자검사를 하면 바로 알 수 있다. 다운증후군의 외형적인 모습은 미간이 멀고, 아몬드 같은 눈매에 코가 뭉툭하게 낮고 납작한 얼굴형을 갖는다. 그래서 첫인상만 보고 '다운증후군 아이구나'라는 걸 명확하게 보일 때가 많다.
신기하게 다른 뱃속에서 태어나도 한국인 다운증후군 아이와 미국인의 다운증후군 아이의 외형적인 모습이 비슷하다. 마치 서양이, 동양인처럼 다운증후군인 사람들을 모아놓는 다면 다운국가의 국민들이라고 해도 될 정도이다. 그럼에도 그의 부모님의 얼굴과 살짝씩 닮아있기도 하고, 특히 다운증후군 아이(이후 '다운아이'라고 말하겠다.)가 웃을 때 각자의 부모님의 얼굴이 정말 닮아있다.
다운 아이들은 코의 모양이 비슷해서 비음이 나는 소리가 포함된 먹먹한 목소리도 내가 찾은 특징이라면 특징이다. 그래서 문밖 복도에서 다운아이 목소리가 들리면 '아하 00이가 왔구나.'하고 바로 알 수 있다. 그리고 웃을 때는 '키키키'웃는다던지 '꺄르르'웃는 목소리도 어쩜 워딩 그대로 키키키, 꺄르르 웃는지.. 다른 아이들도 웃으면 귀엽지만 이 친구들이 웃는 것도 너무 귀엽다.
또 다운증후군은 언어지연, 인지발달지연, 대근육 발달지연, 식이(feeding), 호흡기, 청력 문제 등등이 있을 수 있다. 나는 다운아이들 중에서도 대부분 만 2세~9세 아이들을 많이 마주했는데 아이들은 대부분 고집이 왕고집이었다.
고집쟁이 중에 왕고집쟁이.
물론 그렇지 않은 아이들도 있다. 다만 병원을 찾은 다운아이들은 인지 수준이 대부분 많이 낮지만 분위기를 읽거나 요령을 피울 수 있는 수준이 가능하다 보니 자신이 원하는 바를 얻지 못한다면 여지없이 바로 고집모드가 발동했다.
거기에 언어지연인 아이들은 '어, 어어, 응, 으, 아.'라는 소리와 몸짓, 손짓으로 그들이 원하는 것을 상대방이 알아챌 때까지 설명하고 최종적으로 원하는 것을 얻어 내야만 직성이 풀렸다.
나는 한번 그 고집을 꺾어트리리라는 오기가 발동해 10분 내내 씨름을 한 적이 있는데, 결국엔 타협점을 찾아서 '선 그리기 4번 하면 타요 버스 장난감 줄게'라고 딜을 했던 기억이 있다.이제는 요령이 생겨서 '엄마한테 선생님이랑 00이가 그린 거 보여줄까?'라고 하면 10명 중 9명은 통한다.
다운아이들은 다른 아이들에 비해 근육이 많이 없기 때문에 어렸을 때부터 물리치료를 받는데, 그래서 그런지 수업에 방해가 되는 장난감을 손에서 안 놓아줄 때 갖고 있는 물건을 뺏기지 않으려고 최고의 힘을 발휘한다.
그런 다운아이들이 사랑스럽기도 엄청 사랑스러운데, 자기가 정든 사람에게 안길 때 근육이 없어 말랑말랑한 팔과 몸통을 착- 기대어 포옥 안겨서는 하루에 피로를 싹 가시게 해 준다. 그리고 애착관계인 부모님에게 자기가 잘한 행동을 칭찬받을 때 투명하게 보여주는 그 뿌듯해하는 모습과 자신감이 가득 찬 반짝반짝한 눈빛은 더 칭찬해주고 싶게 만든다.
다른 아이들은 한 살 한 살 먹어가면서 느는 능그러움이 있는데 몇몇의 다운아이들은 인지 수준이 비교적 더 낮아서 그런 인지적으로 일반화나 응용 부분에서 어려워하기 때문에 때 묻지 않은 순수함을 남들보다 더 오래 가지고 있는 것 같이 보인다.
그림 그리기 시간에 다운아이에게 '00이 좋아하는 거 아무거나 그려봐'라고 했을 때 뭉툭한 고사리 같은 손으로 크레파스를 쥐고 삐뚤빼뚤 동그라미를 그렸다.
내가 '뭐 그린 거야?'라고 물었을 때 다운아이는 '하트'라고 했고 나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나는 아이에게 그 삐뚤빼뚤한 하트를 받았을 때 심쿵해 버렸다.
아이가 플러팅장인이었던 것이다..
가 아니고 나는 한없이 순수한 사랑을 주는 어린 고객에게 마음을 치유받는 상황이었다.
아... 이렇게 사랑스러운 고객이 다 있나..
또 다른 재밌는 일화는 '신발 뺏어 신기 놀리기'이다.
나는 친해진 다운아이에게 장난을 치는데 그중 한 명은 나와 있는 시간이 끝나면 아쉬워해서 매번 방을 나가는 게 심리전인 아이에게 '00이가 신고 온 신발 선생님이 신고 00이 엄마한테 간다?'라고 장난을 쳤다. 그랬더니 안된다며 극구 자기 신발은 선생님이 신으면 터진다(?)고 그 아이는 얼른 자기 신발을 신고 엄마한테 쌩 가버렸다.
이 방법이 너무 잘 통한 나머지 이 수법을 터득한 이후로 몇 번 써먹다가 아이가 나의 레퍼토리에 적응이 되어 나에게 당혹감을 준 어느 날이었다.
그날엔 여느 때와 다름없이 '선생님이 00이 신발 신고 나갈게~ 안녕~ 00이는 여기 살아~ 선생님은 어머니랑 00이 집에 갈게~'라는 장난을 쳤는데, 이번에 그 다운아이는 자기 신발을 신으라고 나의 발 옆에 놓아주었다. 나는 속으론 '이제 이 방법이 안 통하다니'하는 당황스러움이 있었지만 장난스러운 오기가 발동해 진짜 신는 시늉을 열심히 했다.
그러자 아이는 내가 자신의 신발을 신는 모습이 신기했는지 뚫어져라 내 발과 신발을 번갈아 보았고 이내 나는 세 개의 발가락이 간신히 들어가는 작은 신발을 신고 뒤꿈치를 들고일어나 아이의 어머니가 있는 쪽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아이는 나의 어기적거리는 모습을 보며 내 손을 잡았다. 내가 자기 신발을 신고 넘어질까 봐 손을 잡아준 것이었다.
(아.. 이 순수한 영혼을 어찌할꼬...)
이내 장난 어린 오기가 현타감으로 변해 아이에게 신발을 돌려주고 같이 방을 나왔던 기억이 있다.
그밖에 너무 많은 귀엽고 사랑스러웠던 일화들이 많아서 글이 너무 길어질 것 같아 이만 글을 줄이지만 이렇게 다운증후군 아이들은 발달이 느리지만 사랑스러움은 폭발할 정도로 높은 수준이다. 발달 수준을 알아볼 수 있는 발달지표가 있듯 사랑스러움 수준을 척도화하는 지표가 있다면 다운증후군 아이들은 상위 1% 일 것이라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