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상반기 끝! 이제, 하반기를 준비해보자.
얼마 전, 친구 아버지께서 가족 밴드에서 '네카라쿠배'라는 용어를 사용하셨다는 얘기를 전해들었다. 스타트업 출신 회사들의 존재감이 실로 어마어마해졌구나.
스타트업 출신의 국내 회사들의 영향력이 막강해지면서, 국내의 업무 문화가 눈에 띄게 변하고 있다. '업무 문화'를 주제로 한 논의가 예전보다 훨씬 더 활발해지고 있으며, 유연근무제, 재택근무, 자율좌석제, 휴가 무제한 등 '효율성'을 방점에 둔 업무 문화를 스타트업 뿐만 아니라 업력이 오래된 회사에서도 도입하고 있다.
https://team.daangn.com/culture/
[예시] 당근마켓 업무 문화
내가 2014년 신입 시절 재직했던 회사 '스포카'는 업무 문화 및 방법론, 툴에 상당히 높은 관심을 가졌던 회사이다. 회사 덕에 운이 좋게도 신입 시절부터, '효율성'과 '성장'에 목표 의식을 두어 업무를 수행했고, 자연스레 '업무 문화'나 '업무 툴'과 관련된 신문물도 많이 접했다.
예를 들어, 요즘은 너무나도 보편적 업무 툴이 된 Slack은 2013년 8월에 탄생했다고 하는데, 스포카는 이미 2013년부터 슬랙을 사용하고 있었다고 한다. 이건 뭐, 한국 기준이 아니라 글로벌 기준으로 봐도 '얼리 어답터'였던 것. (스포카에서 함께 일했던 친구가 최근 Slack Korea로 이직하면서 요 얘기가 나왔었다!)
이렇게 얼리 어답터였던 스포카에서 사용했던 업무 방법 중 하나는 바로 오늘 소개할 '애자일 회고'. 나와 함께 일하던 옛 동료들은 지금도 '회고' 얘기만 나오면 "당신의 오늘 컨디션은 몇 점인가요?" "6점이 아닌 7점인 이유는 무엇인가요?"하며 킥킥대곤 하는데, 스포카에서 다른 회사로 이직한 후로도 지난 업무를 객관적이고 민주적 시각에서 돌아보고 싶을때면 애자일 회고법을 그대로 활용했다.
혹시 2021년 상반기(혹은 2분기)를 마무리하며 팀원들과 함께 지난 시간을 회고하고 하반기(혹은 3분기)에 적용하고 싶으신 분들이라면, 이 포스팅을 한 번 주목해보시길! 분명 색다른 경험이 될 것이며, 생각보다 상당한 수확을 거둘지도 모른다. 그럼, 애자일 회고를 한 번도 겪지 못한 분들을 위해 '애자일 회고' 진행법을 상세히 적어보겠다.
I. 애자일 회고란?
특정 기간 혹은 프로젝트를 객관적인 시각으로 돌아보고, 추후 더욱 발전된 방향성과 구체적 액션 플랜을 도출하는 민주적, 객관적 방식의 회의 문화이다. 빠른 템포로 진행되는 스프린트 업무를 리뷰할 때 주로 사용하지만, 애자일 회고법은 거의 모든 업무들을 돌아보는데 꽤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다.
'애자일 회고'는 많은 사람들이 의견을 투명하게 주고 받기에 매우 적합한 회의 문화이며, 팀 안에 어설프게 존재하는 긴장감을 풀어내기에도 좋다. 각 잡고, "너는 우리 팀의 문제가 뭐인것 같아?"라고 부담스럽게 물어보는 방식이 아닌, 모두가 함께 해당 프로젝트 기간동안 존재했던 '이슈(사건)'들을 객관적인 자세로 펼쳐보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목표와 액션플랜이 도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팀 안에 존재하는 알 수 없는 텐션을 정확히 파악는데도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다.
애자일 회고를 진행하는 방법은 진행자와 상황에 따라서 조금씩 다를 수 있다. 게다가, 디테일한 순서는 정말 다양한 '세부 방법'들로 분류되어 있기 때문에, 관심이 있는 분들은 관련 내용에 대해 공부해봐도 좋을 것이다. 아래의 매뉴얼은 내가 겪은 애자일 회고를 순서대로 기록한 것으로, 본인이 속한 팀이 처한 상황에 맞게 아래의 매뉴얼을 조금씩 변형하여 활용해보길 권장한다.
II. 시작 하기 전 준비 사항
** 한 번 훑어볼 때는 대략적으로만 읽어 보면 되지만, 실제 진행 전에는 반드시 꼼꼼히 체크해야 한다.
(a) 네임펜: 참여 인원 수 만큼 준비
(b) 포스트잇: 2가지 컬러, 잘 안떨어지는 포스트잇 (잘 떨어지는 포스트잇을 활용하면 화이트보드에서 스멀스멀 포스트잇이 전부 떨어질 것이다. 이 경우, 스카치 테이프도 함께 준비하는 센스!)
(c) 동그라미 스티커: 지름 1cm 정도 사이즈, 2가지 컬러
(d) 화이트보드 혹은 칠판: 보드에 쓸 수 있는 마커 혹은 분필도 꼭 준비할 것
(a) 각자의 랩탑, 태블릿PC, 휴대폰: 과거 이슈들을 확인할 수 있는 도구
(b) 회고에만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시간: 회고 동안에는 어떠한 방해도 받지 않는 것이 좋으므로, 특정 시간 외에는 랩탑, 휴대폰 등을 모두 수거할 예정.
- 회고 시간동안 절대 방해받지 않을 폐쇄된 환경의 미팅룸
(a) 진행자 (Moderator): 객관적 관점으로 진행이 가능한 사람 (회고 주제에 대한 이해 관계가 적으면 좋다.), 타인의 발언을 정확하고 간결하게 정돈하고 분류하는 사람
(b) 프로젝트 참여 인원: 4명 ~ 10명 (너무 많거나 적으면, 회고 진행이 어려워질 수 있다.)
- 2시간 ~ 4시간 (프로젝트 규모에 따라 조절하면 된다.)
III. 애자일 회고 순서
** 한 번 훑어볼 때는 대략적으로만 읽어 보면 되지만, 실제 진행 전에는 반드시 꼼꼼히 체크해야 한다.
: 회고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 참여자 전원에게 회고에 대한 기본 정보를 투명하고 정확하게 제공하기 위한 순서이다. 이 과정을 통해 회고의 목표가 모두에게 더욱 명확히 인지될 것이며, 더욱 효율적으로 회고가 진행될 것이다. 회고는 개인이 아닌, 팀이 함께 만드는 시간이기에 모든 참여자가 회고의 취지와 방법에 대해 최대한 정확한 이해를 갖추어야만 한다.
(ex) 1개월간 진행했던 신제품 beta test 프로젝트에 대한 회고를 진행하겠습니다.
(ex) 지난 6개월 간의 세일즈팀 업무 회고를 진행하겠습니다.
(ex) 좋은 목표 & 액션 플랜
B2B 판매 채널 구축에 집중하여 / 3분기 안에 / B2B 파트너를 50개 확보
(ex) 나쁜 목표 & 액션 플랜
세일즈팀 매출 성장 - X
세계 최대 매출의 세일즈팀이 되자 - X
(ex) "저는 제품에서 버그가 발생했을 때 너무나 기분이 나빴어요!" - X
(ex) "고객 컴플레인이 2배로 증가한 가장 큰 원인은 버그가 기존의 3배 정도 더 났던 것과 연관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 O
(ex) "좋은 브랜드 대거 입점으로 고객 만족도 높아짐" - X
(ex) "브랜드 A 포함 50개 브랜드 입점" / "3월 NPS 9.9 기록" - O
: 진행자를 포함한 모든 참여자의 컨디션을 확인하는 시간. 어떤 참여자는 컨디션이 좋아 누군가의 발언권을 빼앗을 정도로 의욕적일 수 있고, 어떤 참여자는 컨디션이 매우 나빠 금세 감정적 발언을 할 수도 있는데, 이를 미리 모두가 파악하는 것. 모두가 본인의 컨디션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이 과정은 진행자가 회고의 과정에서 반드시 필요한 임기응변 준비에 중요한 힌트가 될 것이다.
또한, 온도 체크의 과정은 회의 진행 전 '아이스브레이킹'과 같은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애자일 회고'는 모두가 솔직하게 발언을 하는데 의미가 있으므로, 분위기를 풀어주는 온도 체크의 과정을 꼭 거칠 것을 추천한다.
(ex) 6점을 적었다면,
"5점이 아닌 6점인 이유는 오늘 점심을 든든히 먹었기 때문이고,
7점이 아닌 6점인 이유는 오전내내 미팅을 해서 에너지가 소진됐기 때문입니다."
라고 구체적으로 본인의 에너지 레벨의 이유를 설명한다.
: 회고 중 단연 가장 중요한 과정이다. 특정 기간, 혹은 프로젝트의 성과에 영향을 미쳤던 긍정적/부정적 이슈(사건)들을 도출하는 과정인데, 이 과정은 '함께 논의'의 단계가 아닌 '혼자 수행'의 과정이다. 짧은 시간(30분) 안에 가능한한 많은 업무 기록을 토대로, 현재의 성과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 이슈들을 객관적으로 적는다. 이 과정에서, 잊고 있던 사건들이 분명 발견될 것이며, '심증'이 아닌 '물증'을 토대로 업무 '과정'들을 살펴보게 될 것이다.
(ex) 브랜드 유튜브 계정에 영상 첫 업로드
(ex) 브랜드 A 입고 2개월 딜레이 확정
(ex) @angela 입사
(ex) 전체 매출의 자사몰 매출 비율 75% 돌파
(ex) 크리스마스날 대규모 서버 장애
: 다음 진행 순서는 1시간동안 진행되는 중요한 순서이므로, 10분 간 휴식의 시간을 갖는다. 이때, 사용했던 개인 랩탑과 휴대폰을 다시 수거한다.
: 각자 화이트보드에 본인이 붙인 이슈에 대해 공개적으로 발언을 하는 순서이다. 최대한 감정을 배제한 상태로 각 이슈를 설명하며, 이 과정에서 진행자는 비슷한 이슈끼리 포스트잇을 묶어 그루핑을 해가며 진행 순서를 결정 한다.
(ex)
- 진행자: "브랜드 A 대규모 배송 이슈"를 쓰신 분 어떤 분이신가요?"
- 참여자: "저 이슈는 제가 썼는데요. 그 때, 1,000명의 고객 분들께 배송이 지연되는 상황이었습니다. 이 사건을 계기로 모든 팀원들이 처음으로 배송 관련 프로세스와 비용 등을 하나 하나 뜯어보기 시작했습니다. 또한, 예상 외로 고객분들중 5% 정도만이 배송 지연을 이유로 환불 요청을 하셨던 부분이라, 우리 서비스에서 중요한 특징이 빠른 배송이 아닐 수도 있다는 분석도 도출되었던 이슈입니다."
(ex) 화이트보드에 붙은 이슈
[issue 1] 2월 - 브랜드 A 대규모 배송 이슈
[issue 2] 3월 - 브랜드 B 입고 지연 사태
[issue 3] 3월 - 브랜드 A 관련 회고 진행
[issue 4] 5월 - 3PL 업체 리뉴얼
--> 위의 이슈들을 종합는 진행자의 정리 발언 예시
"2월, 3월 물류 이슈가 생기면서 해당 내용에 대한 회고를 진행하였고, 5월에는 물류 시스템 디벨롭의 일환으로 3PL 업체를 교체했네요. 그럼, 해당 이슈들은 '물류'의 주제로 그루핑 하겠습니다."
(ex) 그루핑 주제
- B2B 세일즈 이슈 - O
- 판매 이슈 - X (너무 큰 단위의 그루핑일 가능성 있음)
- 클라이언트 - X (너무 작은 단위의 그루핑일 가능성 있음)
: 각자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이슈에 스티커로 투표를 하는 과정이다. 여기서 꼭 짚고 넘어가야할 것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이슈에 투표를 하는 것이지, '우리 팀이 잘한 것'에 투표를 하는 것이 아니다. 진행자는 모두에게 파란 스티커 1장(긍정적 이슈)과 빨간 스티커 1장(부정적 이슈)씩을 나누어 줄 것이며, 좋은 성과를 내기 위해서 꼭 '개선'해야 하거나, 현재도 잘하고 있지만 더욱 집중해 발전시켜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슈에 투표를 한다.
: 진행자와 참여자 모두가 함께 투표 결과를 확인하고 중요한 이슈만 남겨두는 순서이다. 한 표라도 투표를 받은 포스트잇은 남겨두고, 0표를 받은 포스트잇은 모두 제거한다. 투표를 행사한 이유에 대해 각자 간단히 발언하여, 팀원들과 '중요도'에 대해 논의하는 순서이다.
: 최종 이슈를 결정하고, 목표를 확인하는 시간이다. STEP 7의 최종 피칭을 토대로, 이슈 중 가장 집중해야할 이슈에 한 번 더 투표 하며, 최종 이슈가 도출되면 자연스레 생기는 '목표'를 확인한다.
(ex) 팀내 커뮤니케이션 이슈가 팀의 성과를 끌어올리는데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이슈로 도출되었습니다. 하반기는 팀내 커뮤니케이션을 개선하기 위한 액션 플랜들을 만들어야겠습니다.
: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SMART 액션 플랜을 간단히 브레인 스토밍한다. 액션 플랜은 회고 내용 과정에서도 몇 번 구체적으로 언급됐을 확률이 높다. 자유롭게 액션 플랜을 브레인 스토밍하며, 3~5개 정도 리스트업 하고 이를 모두가 확인 및 인지한다.
: 이번 회고가 어땠는지 회고하는 시간이다. 각자 포스트잇에 (+)와 (-)를 적고, 회고에서 좋았던 점과 개선할 점을 하나씩 적는다. 돌아가면서 본인이 적은 내용을 발언한다.
IV. 애자일 회고가 끝나고 할 일
** 회고 진행만큼 중요하니, 꼭 실천해야 한다.
V. 애자일 회고의 주의 사항 + 꿀팁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