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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윤지 May 11. 2022

택시 할아버지의 사탕

모두의 마음속에는 '장군이'가 있다.

‘예약’이라고 쓰여있는 택시가 골목 안으로 들어왔다. 아이와 원을 하던 나는 우리 앞 쪽에서 갑자기 속도를 늦추는 택시를 향해 큰 목소리로 말했다.     


“저희 택시 부른 사람 아니에요!”     


다시금 아이의 손을 잡고 열심히 걷는데 택시 아저씨가 누구를 부르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느낌이 이상하기도 하고 마침 택시 아저씨가 바라보는 시선에 손님으로 보이는 또 다른 이들이 있었기에 가던 길을 시 걸어갔다.

    

그때, 등 뒤에서 다급하면서도 커다란 목소리가 들려왔다.     


“장군아, 장군아! 이리 와봐. 할아버지가 사탕 줄게.”     


놀라서 돌아보니, 머리가 희끗하신 택시 운전사 할아버지가 운전석을 활짝 열고 내려 아이게 달려오고 있었다. 손에는 작고 노오란 사탕이 들려 었다.      


아이는 내게 딱 기대어 쑥스러운 듯 말없이 사탕을 받았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할아버지는 더없이 행복 표정으로 말씀하셨다.


“장군아, 장군아. 이거 맛있게 먹고 씩씩하게 자라야 한다!”     


활짝 웃던 할아버지는 이윽고 다시 황급히 운전석 자리로 뛰어가셨다. "사합니다." 말씀드린 뒤 혹시 못 들으셨을까 "감사합니다!!" 한번 크게 외쳤다. 모든 것이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걸으며 사탕을 이리저리 펴보던 아이는 내게 건네더니 엄마 가방에 우선 어달라했다. 이따가 치원이 끝나면 먹겠다는 것이다. 그 모습이 의젓해 보이기도 하고 재미있어 엄마가 먹으면 안 되냐고 물어보았다. 진지한 표정으로 그건 안된단다. 그렇게 샛노란 사탕을 고이 넣어두었다.


오전에 일을 보고 밥을 먹으려고 앉았는데 할아버지의 아련하게 빛나던 눈망울과 절절한 목소리 떠올랐다.

 

“장군아, 장군아.”     


‘할아버지의 장군이는 누구일까?’     


그런데 그때부터 갑자기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목구멍 안에서만 너울대더니 이내 쉬지 않고 눈물이 쏟아져 내렸다. 머릿속으로 내가 아는 고마운 모든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다 파노라마처럼 지나가는 듯했다.


아이와 현관문을 열고 나오면 기다렸다는 듯이 빼꼼히 문을 열며 “이든아.” 하고 먹을 것과 용돈을 주시는 왼쪽 옆집 할머니.. 어제 아이가 조금 속상 일이 있어 복도 벽에 기대어 앉자 갈길을 가지 못하고 계속 바라보며 괜찮다고 위로해주시던 오른쪽 옆집 할머니.. 아이를 볼 때마다 마치 이산가족 상봉하듯 안아주시는 아버님.. “이든아! 밥 먹었어?” 하는 목소리만 들어도 눈물이 날 것 같은 다정한 외할아버지. 말로 다 형용할 수 없는 어머님의 사랑... 그러다 어린 시절 봉숭아를 정성껏 빻아 내 손톱 위에 올려주시던 외할머니의 해맑은 눈망울이 떠올라 한 번 더 눈시울이 붉어졌다.


버스를 기다리며 ‘장군아, 장군아.’ 하는 말에 왜 이렇게 눈물이 흐르는가 내내 생각해보았다. 버스에서 내려 집으로 걸어오며 깨달았다.     


나는, 택시 할아버지가 가슴속에 내내 품고 있었던  장군이를 향한 그 절절한 '사랑'에 눈물이 났던 것이다.


우리 아이를 보며 “장군아.”하고 외치는  속에는 할아버지가 몇 날 며칠 그온 장군이를 향한 사랑의 세월이 담겨 있었다.      


옆집 할머니의 빵과 멜론과 초코 쿠키 속에는.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초인종을 누르지 않고 내내 복도에 귀 기울이셨을 할머니의 배려와 사랑이 담겨 있었다.


어떤 말을 할까, 어떤 행동을 할까는

어쩌면 크게 중요하지 은지도 모르겠다.


진짜 사랑하고 정말 그를 위한 마음이 있다면

거기에서 우러나오는 말과 행동

아주 서툴고 지극히 평범하다 할지라도

그가 고민해온 세월과 사랑

어떻게든 온전히 지기 때문이다.


할아버지가 행복하셨으면 좋겠다.

장군이도 많이 웃고 건강하게 씩씩하게 자라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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