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인터뷰어란 I

우아한 백조는 쉬지 않고 움직인다

by 이윤지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의 팬이다.
일반 시민들이 주인공으로 나왔을 때 특히 재미있게 보았다.
그야말로 우리네 한 사람 한 사람이 한 권의 책이요, 한 편의 영화구나 싶었다.

유퀴즈는 그날 출연하는 주인공의 이야기가 중심이 된다.
큰 자기 유재석 씨와 아기자기 조세호 씨가
출연자에게 적재적소 알맞은 질문을 건네며 인터뷰를 끌어간다.

생각 없이 웃다 보면 질문에 따라 생각지도 못한 지점에서
감동적인 이야기가 흘러나오기도 한다.
유퀴즈 그날의 방송이
두 인터뷰어에게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인터뷰어(interviewer)는
특정한 목적을 가지고 개인이나 집단을 만나
정보를 수집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이다.

친구와 수다를 나누는 모습도 멀리서 보면
흡사 방송 인터뷰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친구와의 대화를 인터뷰라고 부르진 않는다.

인터뷰어와 인터뷰이라는 역할이 부여되는 경우는,
'인터뷰를 하는 제가(interviewer)
당신(interviewee)과의 대화를 통해
도움이 될만한 정보를 얻어
TV나 라디오 등 매체에 내보내겠습니다.'
암묵적인 약속을 전제로 대화에 임할 때이다.

따라서 '오늘 인터뷰 참 좋았다!' 소리가 나오는 날은
ON AIR 가 들어오는 동안,
인터뷰이가 유익하고 좋은 말을 전해준 때이다. ​

인터뷰이의 좋은 말을 담는 게 목적이라면
그가 혼자 카메라를 보며 이야기하면 될 텐데
왜 인터뷰어가 있는 것일까?

흐름 전체를 이끌어가고 재미를 주기 위해서도 맞지만
인터뷰이가 좋은 말을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기' 위해서이다.

인터뷰어가 질문만을 건네기 위해 존재한다면
질문은 자막으로 띄워도 되고 AI가 들려줘도 되고
인터뷰이가 스스로 묻고 답해도 된다.

인터뷰어는
인터뷰이를 어떻게 도와줄 수 있을까?

첫째, '눈의 대화'로 힘이 될 수 있다.

유퀴즈 중 배우 김영선 씨 편을 보면
눈으로 대화하는 것의 위력을 알 수 있다.
MC들이 그녀에게 눈물연기 비결을 묻자
그녀는 조세호 씨도 내 눈을 바라보면
눈물을 흐릴 수 있다고 하면서 그의 손을 잡는다.

"제 눈만 보고 집중해주세요. 마음을 읽어 주세요."

아기자기 캐릭터답게 밝은 모습만 보이던 조세호 씨는 그녀의 눈에 집중하고
두 사람은 이내 함께 눈물을 흘린다.
눈빛 만으로 위로의 마음을 나눈 것이다.

좋은 인터뷰어는 음성의 언어와 더불어
눈빛의 언어로 말한다.
인터뷰이가 답변을 하는 동안
계속해서 말하는 이의 눈을 바라봐야 하는 이유다.

오프라 윈프리를 떠올리면
출연자를 바라보는 커다란 눈망울이 단번에 그려진다.
그녀는 눈으로도 쉬지 않고 이야기하는 사람이다.

다음 질문을 체크하기 위해 중간중간 대본을 볼 수 있다.
그러나 되도록 상대방에 대한 집중의 끈을 놓지 않고
"네. 네." 하는 추임새뿐만 아니라
눈으로도 이야기를 들어주어야 한다.

상대방이 긴장을 하고 있다면
'말씀 잘하고 계세요. 편하게 하시면 돼요.'
눈으로 응원해줘야 한다.
더 나은 프로그램을 위해 내가 자리한 것이라면 말이다.

끊임없는 눈의 대화는 상대방뿐 아니라
스스로를 위해서도 필요하다.
눈빛 언어는 곧 '경청'이기 때문이다.
잘 들어주는 것은 질문을 똑똑하게 던지는 데도 도움이 된다.

인터뷰어가 반드시 대본대로 답하지는 않는다.
인터뷰이가 건넨 첫 번째 질문에 대하여
두 번째, 세 번째 질문에 대한 답변까지 몰아서 하기도 한다.
저 멀리 세 번째, 다섯 번째 질문에 대한 답을 미리 끌어오기도 한다.

그런데 인터뷰이가 답변을 하는 동안
인터뷰어가 다른 생각에 빠져있거나
그다음 대사만 속으로 연습하고 있으면
미처 내용 파악을 못하게 된다.

자칫 인터뷰이가 열심히 답변한 내용에 대하여
똑같이 묻는 질문을, 해맑은 표정으로 건네게 될지도 모른다.
그 순간의 무안함은 누가 감당하는가.

인터뷰어가 어떤 답변에도 당황하지 않고
상황에 맞는 질문을 던지기 위해서는
대본을 꼭꼭 씹어 내 것으로 만드는 과정 또한 필수적이다.

사람의 대화는 유동적인데
진행자가 너무 대본과 정해진 순서에만 메이다 보면
재미가 없고 상대방으로 하여금 불편함을 느끼게 한다.
결국 인터뷰이 답변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핑! 던져도 퐁! 이 안되기 때문이다.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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