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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윤지 Jan 25. 2022

왜 나를 떠나가라 하시나요

진정한 사랑에 대하여

살아가며 엄마와의 추억을 자주 꺼내어 봅니다.

이따금 들려주셨던 이야기를 곱씹어보며 잊지 않으려 노력합니다.       


이해는 가지만 한동안 마음 깊이는 이해가 어려웠던 말이 있습니다.

나중에 꼭 성공하여 ‘떠나라’는 말씀이셨습니다.     


늘 하루 두 세시간은 깔깔대며 대화를 나누었던 우리.

엄마는 머리에 든 지식은 아무도 가지고 갈 수 없다며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여러 버전으로 말씀주셨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문득 이 한마디를 덧붙이셨던 것입니다.

네가 커서 잘 되면 미안해할 필요도 고마워할 필요도 없으며 훨훨 떠나 자유롭게 살라는 말씀이셨습니다.

10대 소녀에게는 섭섭하기도 하고 너무 결연해서 어찌 반응해야할지 어려운 말씀이기도 하였습니다.

          


영화 '시네마 천국'을 참 좋아합니다.

마음을 울린 부분이 많지만 그 중 인상 깊었던 장면이 있습니다.      


알프레도 할아버지가 토토에게 이곳을 떠나라고 결연하게 말씀하셨던 씬입니다.

그렇게나 예뻐하고 사랑스러워하던 토토에게 할아버지는 큰 도시인 로마로 떠나라고 말씀하시며

절대 돌아오지도, 편지도 하지 말라고 이야기 합니다.

야속하게도 토토가 기차를 타고 떠나는 순간까지도 그를 바라보지 않습니다.

마음을 강하게 먹으라는 무언의 메시지이셨지요.       


훗날 토토는 유명한 영화감독으로 성공을 하고

고향으로 돌아와 세상을 떠난 할아버지가 남긴 선물을 발견합니다.

영화의 클라이막스이기도 한 마지막 장면이 이 때 펼쳐지는데요.

아무 생각 없이 영화를 보다가 펑펑 울었던 기억이 납니다.           



올해 성경 이독을 하고 있습니다.

바로 작년에 일독을 했는데도 매 장이 새롭게 느껴집니다.     


얼마 전 출애굽기를 읽는데,

모세의 어머니 요게벳이 파라오로부터 아기를 살리기 위해 생후 3개월 된 모세를 파피루스 상자에 넣고 나일강에 띄우는 장면을 마주했습니다.

이전엔 파라오의 딸이 상자를 발견함을 알기에 그냥 읽어내려갔는데 

이번엔 엄마 요게벳의 심정이 절절히 다가왔습니다.     


누구보다 품에 안고 직접 젖을 먹이며 키우고 싶은 엄마가

갓난쟁이를 드넓은 강가에 떠나보낼 때의 마음은 어땠을까.. 하고 말입니다.        





어렸을 때 정말 이해가 안 가던 영화나 드라마 속 장면이 있습니다.

너무 아끼고 사랑하는데 떠나보내고,

사랑하기 때문에 행복을 빌며 사라지는 주인공들의 모습이었습니다.


아직도 이기적이고 아직도 저밖에 모르지마는

이제 아주 조금은 그 마음을 알 것 같습니다.


대학생 때 밀란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읽다가

가슴을 울려 적어두었던 문장이 있습니다.


‘인간의 참된 선의는 아무런 힘도 지니지 않은 사람들에 대해서만 순수하고 자유롭게 베풀어질 수 있다.’


‘내’가 제일 중요하고 '나'만이 소중한 인간의 속성을 거슬러 사랑하는 이가 조건 없이 그저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

이 마음이 전해질 때 ‘사랑’의 진짜 힘이 일어나는 것 아닐까 하고 말입니다.


더불어 그동안 어리석음으로 알아차리지도 못한

보이지 않는 진짜 사랑을 얼마나 많이 받아왔을지. 또 받고 있을지..

고개를 숙이게 되었습니다.


자식을 키우면서 주는 것 보다 더 큰 사랑을 받는 이유는 그야말로 진짜 사랑을 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내가 이만큼 주면 그 자체로 행복이지

무언가 더 받기를 바라지 않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 사랑의 범위를 넓혀간다면,

언제나 진정한 행복으로 충만한 사람이지 않을까,

행복하게 사는 법은 진정한 사랑을 주는 법을 깨우치는 게 아닐까.

문득, 생각해보았습니다.


오늘도 보이지 않는 이 사랑 속에 깊은 감사함을 전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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