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희, 아이가 말했다 잘왔다 아프리카

양희

by 마니피캇

양희, 아이가 말했다 잘왔다 아프리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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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작가 양희 씨가 쓴 '아이가 말했다. 잘 왔다 아프리카.'라는 책은 교육에 대한 고정관념의 구속을 벗어버린 한 부모의 도전적 선택에 대한 이야기다. 저자는 초등학교 5학년 큰아이와 7살 된 작은아이를 데리고 아프리카 케냐로 훌쩍 '1년 살기'를 떠난다. 아이들의 미래에 대해 다른 모든 부모와 마찬가지 고민을 가졌지만 1등 성적표와 좋은 대학과 돈 잘 버는 직장을 추구하도록 가르쳐야 한다는 생각은 "숨이 턱" 막히는 일이었다고 고백한다. 아프리카에서 얼룩말과 아이들이 함께 뛰어놀게 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떠난 케냐행은 결과적으로 자녀들에게 공부나 배움이라는 것이 입시 때문에 해야 하는 피곤한 과정이 아니라는 것을 가르쳤다. 아이들은 자연을 통해 지구를 배웠고, 가난한 사람들을 통해 이웃을 만났다. 불편함과 낯설음에서 오는 두려움은 곧 그러한 불편한 곳에도 사람이 살고 있고 그들과 우리가 하나의 세상에 함께 살고 있다는 의식을 깨우쳐 주었다.


"세상에 없던 마을로 우리는 가고 있다. 아니 세상에 분명 있었으나 우리가 알지 못했던 곳, 한 번도 보지 못한 케냐의 서쪽으로 가고 있다..... 떠나지 않았다면 절대 만나지 못했을 풍경과 사람을 만나는 것. 세상에 존재하고 있는 것을 서로 마주보고 알아봐 주는 것. 우리는 지금 처음 만나는 마을로 간다."(p.198),

"사랑만 있으면 앞으로 자라는 데 아무런 걱정이 없을 것 같다. 어떤 일을 하든지 돈을 위해 하지 않고 명예나 권력을 위해 하지 않고 오로지 사람에 대한 사랑으로 한다면, 그것만큼 좋은 것이 또 있을까?" (p.274)


시간이 흐르면 아이들은 저절로 자란다. 시간이 지나면 모든 사람은 저절로 늙어간다. 그 저절로 흐르는 시간 동안 무엇을 만나고 어떤 생각을 하게 되는 지에 따라 누구나 저절로 가치관이 형성되지만 서로 다른 제각각의 가치관에 따라 살아간다. 가치관의 가치는 시간처럼 차별없이 채워지는 것이 아니므로. 그래서 사람은 누구나 똑같이 행복을 추구하지만, 무엇이 행복이냐는 질문에 다르게 대답한다.


인간의 의지는 '사랑'과 같이 과학이 정량화할 수 없는 무한의 영역을 지향하기도 하고,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필연적으로 요구되는 한정적이고 자연적인 욕구를 지향하기도 한다. 이렇게 굳이 나누자면, 후자는 여유로운 재화와 즐거운 여가생활에서 느끼는 만족감일 것이고, 전자는 내가 가진 재화와 나의 시간을 공동선을 위해 이웃과 나누는 삶에서 얻는 행복 같은 것이다. 행복의 가치를 높고 낮음으로 분류하기는 어렵지만, 각자가 선택한 삶의 방향이나 의지의 크기에 따라 보는 시야가 달라지는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철학자들은 무엇이 더 가치 있는 행복인지에 관하여 수 천 년 동안 고민해 왔다.

아이들의 가치관은 오랜시간 함께 있는 부모나 교사의 삶으로부터 영향을 받게 된다. 그러므로 어른이 되어서도 행복을 찾고 살아가기 위한 가치관을 다듬고 배워야 한다. 그런 것이 적절한 교육의 시작이 아닐까.


베른하르트 벨테는 인간을 향해 '한정된 무한한' 존재라는 역설적 표현을 사용했다.(B. Welte, 1959) 인간의 정신은 '존재'와 '인식'에 관하여 무한한 원의와 욕구를 가진다. 인간은 분명히 유한하지만 그 정신적 의지는 그 유한함을 뛰어넘는 초월적인 본질이다.(정달용, 1976) 인간이 추구하는 행복도 그렇게 무한의 방향으로 열려있다. 그러나 만일 행복을 생물학적 만족의 추구라고 생각한다면 우리는 후세를 교육할 필요도 없다. 그런 사람들이 보는 세계에는 무한의 영역이 없다. 잘 먹고, 잘 입고, 편안하면 된다. 그들에게 행복은 동물적 욕구다. 또 어떤 이들은 타자를 파괴해서라도 이기적 이익을 취하려고 한다. 이들에게는 무한한 원의가 있다. 악한 정신도 무한으로 열릴 수 있으니 말이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명상록에 이렇게 썼다.

"강도 변태 살인자 폭군을 모아 그들이 즐거움이라고 부르는 게 무엇인지 자세히 살펴보라!"

사람은 행복을 추구하는 의지에 따라 성인(聖人)이 될 수도 있고 죄인이나 악인이 될 수도 있다. 그러므로 계속해서 물어본다. 행복이란 무엇인가? 아이들의 정신적인 의지도 무한으로 열려있다.


양희 작가의 아이들은 케냐를 그리워한다. 케냐의 가뭄을 걱정할 줄 안다. 아프리카의 가난한 이들을 위해서 기도할 줄 안다. 세상에 사랑이 필요한 많은 존재가 있음을 배웠다. 그리고 자신들이 사랑할 수 있는 존재라는 것을 배웠다. 양희 작가의 아이들은 엄마의 가치관을 배웠을 것이다. 그녀의 글 구석구석에서 묻어나는 삶과 행복에 대한 고민이 아이들에게서도 따뜻하게 피어났다.


"이마에 단단히 고삐를 둘러메고

소에게 먹일 풀을

잔뜩 지고 가는 아낙들을 따르며 나는 깨닫습니다.

몸이 아픈데도

배가 고파 약을 먹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빵을 먹이며 나는 또 깨닫습니다.

내가 겪지 않았다고 해서, 내가 보지 못했다고 해서

세상을 너무 편하게 살았습니다.

미워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너무 떳떳하게 살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랑하지 않는 것도 분명 죄다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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