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미가 있어서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사실은 그렇게 행동하고 싶어서 의미를 만든다
20세기 초 미국의 자동차왕 헨리 포드의 이야기다. 포드사의 창업자인 그는 고가의 자동차를 대중화시키는 데 공헌한 인물로 평가받는다. 헨리 포드를 노동자 친화적인 인물이라고 볼수는 없다. 그는 평생의 거의 대부분 동안 노조 설립에 반대했고 반노조주의를 표방한다는 이유로 독일 나치의 초창기 정당에 거액을 기부하기도 했던 인물이다. 그런 완고했던 헨리 포드가 자사 노동자들의 근무 환경을 현재의 기준으로도 놀랄만큼 진보적으로 개선했다. 포드는 당근과 채찍을 주장했던 테일러의 관점에서 당근을 훨씬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 같다. 1914년에는 최저임금을 일급 5달러, 1일 8시간 노동제도를 도입했고, 1926년 9월 지금으로부터 거의 100년 전에 아마도 세계 최초로 주5일제(주40시간) 근무를 적용하였다. 급여는 타 업종 또는 타 업체의 근로자들 보다 월등히 더 높았다. 많은 노동자들이 포드자동차에 취업하기를 원했다. 포드는 주5일제와 노동자들을 여유있게 하는 수준의 급여가 생산성을 더 높일 뿐만 아니라 자사의 자동차 매출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을 발견했다. 미국 자본주의의 핵심에 서 있던 포드의 결정은 순수하게 인간에 대한 긍정적인 관점 때문이라기 보다는 자본가적 관점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당시로서는 혁신적인 생산 효율화 시스템을 도입했던 포드는 어느날 공장을 시찰하면서 노조위원장의 수행을 받았다. 자동화 때문에 꽤 많은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었을 것이다. 또는 자동차의 수요가 늘어나고 사업을 확장하였지만 자동화 시스템의 도움으로 추가 채용 예산을 대폭 줄였을 것이다. 흐뭇한 표정으로 공장을 둘러보던 포드는 노조위원장에게 농담을 던졌다. "이제 저 기계들을 어떻게 노조에 가입시키겠소?" 노조위원장은 어깨를 으쓱하고는 이렇게 대답했다. "제 근심보다 회장님 근심이 더 크시겠습니다. 이제 저 기계들에게 어떻게 자동차를 팔 계획이신가요?" 이 일화에서 포드가 받았을 충격은 그가 노동자 처우를 향상시킨 행보를 설명하는 근거로 통한다. 헨리 포드는 경제적 이유로 노동자와의 상생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얻었지만 그 선택의 이면에는 인간 본성에 대한 이해가 숨어있다.
포드는 생산성 향상을 넘어 노동자들이 자신의 직원인 동시에 고객이며 그들의 여유있는 소비생활이 사회에 돈을 융통시켜 다른 고객들을 더욱 많이 만들 것이라는 관점이 있었다. 자동차가 필수품이 아니던 시대, 사람들이 고가의 자동차를 많이 구입하도록 유도하는 방법은 경제적, 시간적 여유를 제공하는 것이었다. 카이스트 뇌 과학자 정재승 교수에 의하면 사람들은 의외로 비합리적인 방식으로 소비를 결정한다. 소유의 욕구가 발동하면 누군가가 제시하는 그럴듯한 이유를 찾는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사지 말아야 할 상황이라면 사야할 이유를 애타게 찾는다. 그것이 충동구매이다. 고객의 불편을 고려하고 고객의 요구사항을 반영한 '합리적인' 상품보다 충동구매 욕구를 자극하는 '갖고 싶은' 상품이 소위 대박을 터뜨린다. 미국에서는 땅이 넓고 같은 도시 내에서도 이동거리가 길기 때문에 차가 없으면 도저히 살 수 없다는 고정관념이 퍼져있다. 누가 시작한 주장인지 모르지만 아주 좋은 핑계다. 대한민국은 땅이 좁고 대중교통 체계가 매우 잘 구축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기 차가 없으면 도저히 살 수 없는 나라이기 때문이다. 생활의 여유가 생각할 틈을 만든다. 포드는 이를 꿰뚫었고 주말의 여유에 자기 차를 타고 여행을 하자는 광고를 뿌렸다. 이것은 정말 아주 좋은 핑계다. 포드는 노동자들도 자동차를 갖고 싶은 마음을 품을 수 있도록 사회 변화를 선도했다. 과연 자동차가 필수품이 된 이유는 이동의 편리함 때문일까 갖고 싶다는 욕망 때문일까. 둘 다일 것이다. 이동의 편리함이 갖고 싶다는 욕망을 지지해 줄 훌륭한 이유가 되었으므로. 스마트폰을 생각해보라. 잡스는 처음에 누가 컴퓨터를 손에 들고 다니고 싶어하겠느냐면서 아이폰을 반대했다. 아이디어를 낸 직원들이 오랜 시간 잡스를 설득하는 과정을 거친 후에야 애플은 아이폰을 제작했다. 혁신적인 제품이다. 그러나 아이폰이 성공한 가장 중요한 이유는 혁신적인 스마트폰이었기 때문이 아니었다. 희소성 있는 예쁜 명품인데 그게 마침 이미 필수품이 된 휴대폰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완벽한 핑계였다.
동기와 추구를 만드는 의지는 내 행동이 가치 있다는 의식에서 비롯한다. 즉, 동기를 불러일으키기 위해서 가장 먼저 만들어야하는 것은 '의미'다. 사람들은 합리적으로 행동하지 않는다. 오늘날 심리학자들은 인간이 '가끔' 합리적이라고 말한다. 사람들은 주관적인 의미와 가치에 따라 움직인다. 최근의 심리학과 신경과학의 연구 결과에 의하면 행동주의나 게임이론은 거의 폐기해야할 수준이다.(게임이론: 사람들이 행동할 때 최적의 이익을 예상할 수 있는 합리적 방향으로 의사결정한다고 보는 경제학 이론) 사람들이 합리적으로 행동한다는 전제가 틀렸기 때문이다.
헨리 포드가 직원들에게 당근을 주어서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끌수 있었다고 단순하게 바라볼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 포드는 사람들 의식 기저에 깔린 기본적인 욕구를 자극했고 다른 한편으로는 삶의 의미를 고민할 수 있는 여유를 생산했다. 이것이 스노우볼 효과가 되어 더 많은 사람들이 더 나은 삶을 원하는 자기 내면의 욕구를 발견하게 하였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먹고 사는 문제에 사활을 걸어야 하는 상황에 처하면 그 이상의 가치를 고민할 여유를 가지기 어렵다. 생존이라는 급박한 상황이 시야를 좁히기 때문이다. 이 문제가 동물적 본능 때문인지 인간만이 가지는 특별한 의미가 있는 반응인지 이해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