델리에서 국내선을 타고 캉그라(다람살라) 공항으로 이동한다.
인디라 간디 공항은 게이트 사이마다 인도의 시그니처가 되는 조형물이 많다.
요가 자세를 표현하는 듯한 조형물을 보고 있으니 한 아저씨가 다가와 말을 건다.
저는 '요기'예요.
갑자기 스마트폰을 한참 찾으시더니 동상의 9번 자세가 잘못된 것이라고 올바른 자세를 직접 보여주셨다. 공항 한복판에서 펼쳐지는 요가 자세에 웃음과 동시에 따스함이 느껴졌다.
몇 발자국 옮기자, 대학생으로 보이는 여자분이 한국말로 ‘한국 분이세요?’라고 물었다. 갑자기 들리는 정확한 한국말 억양에 깜짝 놀라며 쳐다보니 인도 분이었다.
갑자기 나에게 다가와 이민호 이야기를 시작했다. 한국을 너무 좋아해 2년 후에 이화여대 식품 영양학과에 입학할 예정이라고 했다. 한국말을 배우기 위해 가끔 sns로 연락해도 되는지 물어봤다. 나는 카톡 아이디를 알려줬다.
소녀는 너무 행복해하며 우리와 연신 사진을 찍었다.
순간, 누군가 다람살라! 다람살라! 외쳤다. 다람살라행 비행기가 곧 출발한다는 외침이었다.
뛰었다.
인도 사람들의 환대에 시간 가는 줄 몰랐던 것이다.
가까스로 비행기에 탑승했다.
경비행기 크기의 비행기였지만 신문과 샌드위치도 줬다.
공항에서 만난 인도인들의 친근함과 달리,
타블로이드판 신문엔 온갖 강간, 살인, 영아 강간, 영아 살해 이야기뿐이었다.
“펀자브 지방에서 38세의 남성이 먼 친척인 8살 여자아이를 강간하고 살해하여 사형에 처해졌다.
라지스탄 지역에서 19세 남성이 7달 된 유아를 강간해 사형에 처해졌다.”
날 선 마음으로 1시간 반을 날아 다람살라 공항에 도착했다.
다람살라는 티베트 망명정부가 위치한 곳으로 달라이 라마가 거처하는 곳 이기도 하다.
인구는 120만 명으로 공항은 인구에 비해서도 무지 작다. 마치 우리나라 읍 단위의 터미널 같았다.
컨베이어 벨트 한쪽 끝에 직원들이 캐리어를 실으면 1.5미터 정도 떨어진 반대편에서 승객들이 짐을 받는 수하물 시스템을 보고 있자니 실소가 터졌다. 차라리 직원들이 컨베이어 벨트에 올리는 수고를 하지 않고 줄 서서 바로 받으면 어떨까 싶었다.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이곳이 티베트 망명정부가 있는 곳이란 것을 실감하게 하는 부처님 그림이 있었다.
그 아래엔 “come experience the bliss”라는 글귀가 있었다.
정말 이곳 다람살라에서 행복을 만끽하길 마음으로 기원하며 공항을 빠져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