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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브런치에 글을 드럽게 안 쓰는 이유를 분석함 1

브런치, 너는 도대체 어떤 플랫폼이냐

by 사라


시간이 많이 없는 건… 핑계는 아니고 어느 정도 맞는 말이지만 그래도 쥐어짜면 분명히 브런치에 글을 쓸 시간은 나오긴 하는데요.(요즘 사실 쥐어짜면서 사는 삶에 대한 의문도 약간 있습니다…ㅎ) 저는 왜 이렇게 브런치에 요 몇 년 동안 글을 드문드문 쓰는 걸까요? 분석해 봤습니다.




1. 구조적 접근 (feat. 브런치라는 플랫폼에 대한 의문)


브런치라는 플랫폼을 선택한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글쓰기를 사랑하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글쓰기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가장 큰 목표라면 책을 출판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래서 브런치에서는 매년 출판사와 콜라보를 통해 브런치 작가들의 글을 책으로 만든다. 그리고 이런 출판이 아니더라도 작가들이 스스로 전자책 형태로 책을 만들도록 도와주는 시스템도 잘 갖추어져 있다.


아무튼 나는 그런 브런치에서 운 좋게 한 방에 작가가 되었고, 글을 썼다. 일주일에 한 번은 업로드하는 편이었다. 그 글이 몇 번 히트를 치고, 나중에는 매주 다음 메인 화면에 글이 나오기도 하면서 출판사에서 먼저 연락을 받기도 했다. 그리고… 브런치를 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장 원하는 아래의 이메일을 받게 된다.


그렇다. 사실 브런치라는 플랫폼이 사람을 매혹하는 그 이유. 이 플랫폼을 통해 나와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하고 싶었던 것, 나는 그것을 이뤘다. 그 이외에도 나는 브런치를 하며 여러 다양한 일들을 했는데 궁금하신 분들은 아래 글을 참고하시면 되겠다.


https://brunch.co.kr/@swimmingstar/383



이것저것 다 해봤다. 그럼 다음은?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됐다. 브런치는 그 이후 내게 그다음 퀘스트(라 쓰고 동기부여라 읽는다.)를 주지 못했다. 여기서 브런치만의 차별점인 동시에 치명적인 단점이 드러난다.


책을 쓰고 싶은 사람들이 모인 곳.
그래서 그 책을 출판한 작가에게 작가
(혹은 구독자를 통해 어느 정도 증명된 작가)에게
더 이상의 동기부여를 주지 못하는 것.


글을 쓰다 보면 어떤 내용으로 글을 써야 할지 모를 때가 정말 많다.

슬럼프도 찾아온다.

그리고 브런치를 한 지 한 4년쯤 지나자 이런 생각도 들기 시작했다.

'내가 여기서 뭐 하고 있지?'


이 모든 것들을 이겨내고 글을 쓰게 만들려면 동기부여가 필요한데 이제는 그 동기부여 거리가 없다. (사람들이 게임에 빠져드는 이유는 아마도 계속해서 주어지는 퀘스트 때문일 거다.)


유튜브와 네이버 블로그, 티스토리 등에 끊임없이 새로운 사람들이 유입되고, 기존의 크리에이터가 계속 글을 쓸 수 있는 이유는 이윤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큰돈은 아니지만 이건 어쨌든 동기부여가 된다. 하지만 나처럼 이미 어느 정도 뽕을 뽑은 브런치 작가에게 브런치는 주는 것이 없다. 그저 말한다. 내게 글을 써 달라고.

브런치에서 오는 알림. 역시나 '출간'이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작가들을 잘 아는 게지...
알았다규.. 그만 징징거려


내가 왜 계속 여기서 글을 써야 하지? 봉사 활동하는가?
내게 어떤 좋은 게 떨어진다고?


브런치에 있는 내 글을 보는 건 당연히 무료다. 글도 열심히 쓰며 독자들과 만나는 모임도 꽤 열었다. 컴플레인하려고 쓰는 말은 아니다. 여기에 글 쓰는 것, 사람들을 만나서 도움을 주고 싶었던 것도 결국 다 내가 원해서 한 일이고, 당연히 후회는 없고, 오히려 재밌고 보람찬 일이었다. (여전히 아래와 같은 모임을 또 열 의향도 있다.


https://brunch.co.kr/@swimmingstar/389


하지만 나도 사람인지라 당근이 있어야 계속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이 드는데 브런치가 내게 주는 것은.. 없다. 어쩌면 나는 운이 좋은 편에 속할지도 모른다. 한 3~4년 정도 열심히 글을 쓰며 책도 내고 나의 퍼스널 브랜드도 어느 정도 만들어 가고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언제 올지도 모르는 출간의 기회만을 기다리며 브런치라는 플랫폼에 콘텐츠를 제공해야만 하는 건가? 오히려 브런치는 그들의 글을 통해 브런치의 인지도를 올리고 있다.(누구나 다 아는 네이버 블로그에 비해 여전히 브런치를 모르는 사람들도 있다.) 작가라는 이름 하에 무료로 글을 써 주는 사람들이 있어야 이 플랫폼은 유지가 되는데 그런 사람들에 대한 대가가 적은 것이 사실이다. 물론 내 일기장이 아니라 브런치에 글을 써야만 누군가의 눈에 띄고 책도 내고 하겠지만.


이렇게 개인이 글을 쓰고 싶다는 단순한 바람에 기대하는 이 플랫폼에 의문을 느낀 적이 종종 있다. 사실 아주 많은 사람들의 버킷리스트 중 하나가 책을 출판하는 것이기에, 이 욕망에 기대는 브런치라는 플랫폼은 생명줄을 계속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너무나 사람의 선의에만 기대는 시스템이지 않는가? 과연 그런 시스템이 얼마나 오래갈 수 있을 것인가?(마치 자선단체가 가진 한계와 비슷하다고 느낀다면 내가 비약인 걸까) 글 쓰는 사람들에게 책이라는 당근 이외에 다른 기회나 이윤을 주지 않고 얼마나 이것이 오래갈 수 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브런치는 계속 이 길을 걸을 것이다.
바로 이 점이 다른 플랫폼과의 가장 큰 차이점이자 브런치의 정체성이기 때문에.


실제로 몇 권의 책을 출간한 작가, 육 천명 이상의 구독자를 가진 어느 작가가 같은 이유로 브런치를 떠난 것도 보았고, 이런 내 생각에 동의하시는 구독자가 만 명이 넘는 작가님과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었다.


사실 그런 이유로 브런치를 선택한 것에 대한 의문마저 들었던 게 사실이다. 브런치에서 어느 정도 일을 이루고 나서 브런치는 내가 해야 할 다른 일들에 밀려 후순위에 자리잡기 일쑤였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나는 몇 달에 한 번씩 글을 업로드하는 아주 게으른 작가가 되고 말았다.



네, 여기까지 플랫폼에 대한 비판을 가장한 남 탓이었고요,

다음에는 본격적으로 제 탓(사실 이게 더 큼)을 한 번 해 보겠습니다. 그럼 안녕~~~


https://brunch.co.kr/@swimmingstar/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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