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요한 볼프강 폰 괴테, 더클래식
하기 싫은 어려운 숙제라고 생각했으나, 막상 하는 내내 즐거웠던 숙제를 한 느낌.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읽고 난 직후의 느낌.
단순한 이야기. 젊은 청년이 우연히 알게된 여성에게 첫눈에 반해 힘겹게 사랑하지만 결국에 그 사랑에 못 이겨 스스로 목숨을 끝는다는 이야기.
베르테르가 친구인 빌헬름에게 그의 사랑이 된 로테에 대한 이야기를 편지에 보내고, 우리는 그 편지를 함께 읽는다. 남의 연애편지와 일기를 함께 보는 듯한 느낌에 소설은 더 흥미롭다.
젊은 시절의 치기일 수도 있지만, 그런 하찮은 이름을 붙이기에 이 감정은 너무 소중하다. 우리가 베르테르의 슬픔을 아직도 읽는 이유는 살면서 한 번은 그렇게 열정적으로 누군가를 사랑하는 그 소중했던 감정을 기억해 내기 위해서다. 나이를 먹어갈 수록 느낄 수 있다. 이런 강렬한 경험이 자주 오지 않는 다는 것을. 어쩌면 두번 다시 오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그 씁쓸함을 느끼며 때때로 그 마음의 열정-즐겁고 황홀한 몰입 혹은 마약을 한 것과 같은 정신 나간 상태-을 가진 적이 있다는 것을 기억해 낸다. 내 앞의 한 사람 때문에 온 우주가 오직 우리 두사람으로 집약되는 느낌.
베르테르의 사랑이 열정적으로 보이는 건 상대적으로 로테의 약혼자인 알베르트 때문에 더욱 상승효과를 갖는다. 그는 로테와 약혼과 결혼을 한 남자이며,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게다가' 공무원이다. 좋게 말하면 안정적인, 비꼬아 말하자면 심심한 남자. 베르테르는 그런 그를 다소 인간적인 모습이 부족한 사람으로 묘사하는데, 그런 장면들이 베르테르의 격한 감정을 더욱 돋보이게 만든다. 하지만 베르테르가 로테를 뻔히 사랑하는 것을 알면서도 알베르트는 그에게 공격적이 말이나 행동을 하지 않는데 자신감에서 나온 것인지, 성격 탓인지, 걱정할 필요가 없어서 였던지 몰라도 그의 그런 반응도 그를 덜 인간적으로 보이게 만드는 하나의 장면 같다.
로테를 잊으려 길을 떠났으나, 도저히 살 수가 없어 다시 돌아온 베르테르. 만약 베르테르와 로테가 이어졌다면 그 이야기는 책을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그들은 결혼하여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 류의 이야기를 기대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으니까. 그의 극단적 선택은 어리석었고, 결코 응원할 생각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30대가 된 나는 젊은 베르테르에게
"시간이 약이야. 이 세상에 로테보다 더 아름답고 매력적인 여자 많다구."
라는 말을 하고 싶지 않다.
그에게 이런 위로 따위 날리고 싶지 않은 이유.
그게 우리가 여전히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찾는 이유이다.
30대 초반이 되어서야 읽은 나는 왠지 이 책을 좀 더 일찍 읽어봤어도 좋았을 것같다.
만약 20대 초반에 만약 베르테르의 이야기를 읽었다면 어땠을까? 지금처럼 그의 감정을 이해할 수 있을까?
베르테르도 그랬는데 나라고 미치지 말란 법 있나며 더 날뛰었을까? 아니면 뭐 이런 한심한 놈이 있나?
"그 나이에 맞는 일을 하라"는 말 안에는 그 나이에 어울리는 예술작품을 접하는 것도 포함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