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구건조증

31화 : 충혈

by 현영강

모니터의 백색광이 망막을 날카롭게 긁고 지나갔다. 눈을 깜빡일 때마다 서걱, 서걱, 얇은 유리 조각이 굴러다니는 듯한 마찰음이 두개골 안쪽을 울렸다. 수분이 증발해 버린 각막은 더 이상 세상을 매끄럽게 반사하지 못했다.



​안구건조증. 병명은 건조하게 딱 떨어졌지만, 증상은 집요하고 묵직한 불쾌감을 동반했다. 시야의 가장자리부터 안개가 끼듯 뿌옇게 번져나갔다.



눈을 질끈 감았다 뜨기를 반복해 보아도, 말라붙은 눈물샘은 단 한 방울의 자비도 베풀지 않았다.



무언가를 선명하게 응시해야만 하는 자에게, 무언가를 응시한다는 행위 자체가 형벌이 되는 모순이었다.



​책상 위에 굴러다니는 인공눈물 플라스틱 용기를 집어 들었다. 뚜껑을 비틀어 따고 고개를 젖힌 뒤 천장을 향해 눈을 부릅뜬다.


​톡.


​차갑고 이질적인 액체가 안구 표면에 닿는 순간, 시야가 일시적으로 일그러졌다가 이내 날카롭게 벼려졌다. 그러나 그것은 내 몸이 만들어낸 진짜 감정의 산물이나 윤활유가 아닌, 공장에서 일괄적으로 찍어낸 0.5밀리리터짜리 모조품에 불과했다.



​가짜 눈물로 씻어낸 세상은 잠시나마 또렷했다. 화면 위에서 점멸하는 커서, 아직 마침표를 찍지 못한 서늘한 문장들, 그리고 모니터 화면에 희미하게 비친 메마른 눈동자. 나는 다시 키보드 위에 손을 올렸다.



이 인공의 수분이 대기 중으로 완전히 증발해 버리기 전에, 어떻게든 다음 진실을 쥐어짜 내야만 했다. 눈물이 메마른 자리에는 지독한 활자라도 채워 넣어야만 견딜 수 있을 테니까.

이전 25화마취를 거부한 신경계